한국 K-Pop 스타들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세계적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들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교도인 ‘무슬림 문화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죠. 최근 BTS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정도로 한국 문화는 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입니다. 무슬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겠죠? 오늘 HS애드 공식 블로그에서는 ‘할랄’을 비롯한 무슬림들의 마음을 담아낸 광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슬림 뷰티를 파고든 감성 - Wadah: Halal Dari Awal
무슬림 시장을 개척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할랄(Halal)’입니다. 무슬림이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생활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할랄은 식물과 해산물 등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육류 중에서도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된 고기(염소고기, 닭고기, 쇠고기 등)나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을 포함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무슬림 청년들에게도 ‘K-Beauty’와 ‘K-Food’로 표현되는 한국 화장품이나 음식 문화 등이 인기인데요. 한국 기업들도 발 빠르게 할랄 인증을 받는 등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광고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인도네시아라 하면 발리 등 관광지나 CNN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인 ‘나시고랭’을 떠올리지만, 사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5,000만 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의 국가이며 그 많은 인구 중 87%가 무슬림인 대표적 할랄 시장입니다.
인도네시아 생활용품 산업은 소매점부터 대형마트까지 유통망을 확보한 유니레버 인도네시아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로컬 브랜드 ‘와다(Wadah)’가 유니레버 인도네시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와다는 정서적인 광고를 통해 인도네시아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팬층을 넓히고 있는데요. 일단 광고 영상을 보시죠.
▲ TV Commercial Wardah: Halal Dari Awal (출처: WardahBeauty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보여줍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와 출퇴근하는 커리어우먼, 공원에서 일상을 즐기는 청년, 전통 무술을 익히고 다양한 실험과 토론을 통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바를 쟁취하는 여성 등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각각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율법으로 사람을 재단하기보다 실천하는 모습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점점 퍼지고 있는데요. 이 영상의 주인공들이 히잡을 쓰지 않거나, 본인의 개성에 맞게 다양한 디자인의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입니다.
영상 말미의 내레이션 ‘Halal Dari Awal’ 역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Dari’는 ‘~부터’, ‘Awal’은 ‘시작’이라는 단어인데요. 이를 조합하면 ‘이 제품은 뿌리부터 할랄’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Halal’은 허용의 의미와 함께 ‘인정’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Wadah 제품은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설명 외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것이죠.
■할랄 식자재 배달됩니다! - The Halal Food Mart
화장품도 할랄 제품을 쓰는 무슬림들이 일반적인 식자재를 선택하진 않겠죠? 한국의 이태원이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어디나 무슬림이 있는 곳이라면 할랄 식자재와 음식을 파는 상권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율법이라고는 해도 매번 정해진 상점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무슬림의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 The Halal Food Mart Commercial (출처: The Halal Food Mart 공식 유튜브)
평범한 어느 부부의 아침. 출근 전 남편은 신문을, 아내는 태블릿PC로 뭔가를 보며 아침 식사를 합니다. 얼른 먹고 나가야 하는 남편은 ‘주스 좀 더 줘요’를 외치고 아내 역시 태블릿PC에서 눈을 떼지 않은 상태로 주스를 따라줍니다. 아내가 보고 있는 것은 한 식료품 쇼핑몰 페이지였는데, 다양한 할랄 식자재들이 가득해 눈을 뗄 수가 없었나 봅니다. 결국 정신이 팔린 그는 잔이 콸콸 넘치게 주스를 부어버리고 말았네요.
이 영상은 다양한 할랄 식품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웹페이지나 앱을 통해 주문하면 식품들을 집 앞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할랄 푸드 마트 서비스의 광고입니다. 매번 번거롭게 멀리 있는 할랄 식품점을 오가던 사람들이라면 당장에라도 혹해 주문하지 않을까요?
■이슬람식 인사를 나눕시다 - Halal Hearts
이슬람교는 구약성서의 세계관을 그리스도교와 공유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의 영향으로 많은 문화가 그리스도교를 바탕에 두고 있죠. 세계 인구의 23%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할 때에는 할랄과 같은 생활양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번에 보실 영상은 무슬림을 위한 문화적 배려를 담은 서비스입니다.
▲ Halal Hearts "The commercial" (출처: Halal Hearts 공식 유튜브)
살림하랴 육아하랴 힘든 건 어느 집이나 다 마찬가지. 집안을 정신없이 어질러 놓은 아이의 흔적에 어머니는 한숨만 나옵니다. 엄마의 상심한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는 뭔가 느끼는 게 있었는지 부랴부랴 자전거를 타고 나와 뭔가를 가져오는데요. 바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카드였습니다. 카드 표지에는 이슬람교의 사도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의 한 구절인 ‘천국은 어머니의 발 아래에 있다’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어요.
이 영상은 필라델피아를 기반으로 무슬림들을 위한 ‘기프트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할랄 하츠’의 광고입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할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배려를 잘 받지 못하는 무슬림들에게 크게 각인될 만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엔딩 씬에 나오는 제품들이 모두 무슬림의 문화를 담은 카드라는 점입니다. 할랄 하츠에서는 아이가 어머니에게 건넨 카드 말고도 ‘Alhamdulillah(신께 감사합니다)’, ‘Ramadan Mubarak(축복이 가득한 라마단이 되기를)’ 등 무슬림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할랄의 나라로 오세요 - Halal Tourism Indonesia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 건립 문제로 이슈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마다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기도를 하는 무슬림들에게 이만큼 절실한 문제가 없으니까요. 이태원이나 한강진에 가면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도 절을 올리는 무슬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무슬림들이 종교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여행하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합니다. 무슬림이 많은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거죠! 다음에 보실 인도네시아 관광청의 광고 영상은 이러한 의도를 100% 반영한 광고입니다.
▲ TVC Halal Tourism Indonesia (출처: Mindscape Indonesia 공식 유튜브)
느긋한 앵글로 롬복, 수마트라섬 등 인도네시아 곳곳에 숨어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영상의 전부입니다. 영상 속 무슬림들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카약을 타고 바다와 호수를 노닙니다. 언덕을 트래킹하며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자카르타 도심의 번화한 빌딩들을 바라보기도 하죠. 피곤할 때는 여유롭게 마사지를 받고 아름답게 짜여있는 카펫과 천 등을 쇼핑합니다. 무슬림의 미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할랄 푸드도 준비되어 있네요. 어쩌면 바다 한가운데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다가 커다란 수마트라 거북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릅니다. 인도네시아 부족들의 춤과 음악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만나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방금 소개해 드린 영상의 BGM을 한 번 맞춰 보시겠어요? 짐작하신 대로 이 음악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입니다.
이 영상은 우리에게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무슬림에게는 확 구미가 당기는 광고일 거예요. 영상 내내 오른쪽 위에 자리한 캡션 역시 ‘Halal Tourism Indonesia: The Halal Wonders’입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경험했던 ‘무슬림의 설움’이 할랄 천국인 인도네시아에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한국에도 할랄 인증 레스토랑이나 무슬림 친화 매장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낯설게 느껴졌던 이슬람 문화와 할랄은 어느덧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자연스럽게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생산하고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죠. 심지어 중국에도 3,000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있을 정도니,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고민은 필수입니다. 그 전에 무슬림과 할랄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이제 도서관의 이슬람 문화 코너에서 책을 빼 들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