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간 국민등 속 달래준 소화제 '활명수' 광고서도 자식이 하루를 잘 소화하길
응원하는 부모님 마음 담겨
요즘 인기가 있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은 식사를 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어머니에게 전송한다. 장성한 아들이 이런 밥을 먹는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보고를 하는 것도 아니라, 어머니가 자기 끼니를 걱정해주면 아직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해 줄 여유가 있는 거라는 생각에 자신이 안심된다는 의미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는 것이었다.
2020년 설은 유난히도 짧았다. 그래도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의 명절이니 오랜만에 부모님과 여동생네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설날에도 오랫동안 내려오는 `밥`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 거야! 사촌들과 뛰어노느라 신난 아이들에게 새해 첫 식사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해는 바뀌어서 이미 한 살을 더 먹었는데, `밥`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니. 이제 10대가 되었다며 좋아하는 예비 초3 둘째 아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투덜대지만, 밥 잘 먹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1년마다 듣던 소리를 아들에게, 조카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필자를 보니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가끔 통화를 할 때마다 `밥 먹었냐`라는 말로 시작해서 `밥 챙겨 먹어라`라는 말씀으로 통화가 끝나기 일쑤였다. 말씀하시던 `밥`은 정말 `밥`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잘 지내니?` `보고싶다` `사랑한다` `널 믿는다`…. 아버지와 관계 속에서는 `밥` 이야기로 시작해서 `밥` 이야기로 대화가 끝났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믿음, 응원과 안부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만 그러할까. 엄마와 딸, 모녀 관계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굶기 일쑤였던 딸에게 밥 먹으라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엄마, 딸이 합격했다는 소식에 대번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는 엄마, 그리고 손주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딸이 힘들까 봐 황혼 육아까지 마다하지 않는 엄마. 그 와중에 김치며 반찬까지 챙겨주는 엄마 모습.
그런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지만 끼니 때마다 메신저로 `밥은 드셨수?`라고 물어보는 여동생 모습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밥`은 정말 위대한 단어임을 깨닫게 된다.
하루 세 끼 먹는 `밥`이지만 부모님과 관계 속에 있는 `밥`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밥은 안부와 응원, 사랑의 메타포다. 필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의 `밥`도 같은 마음이지 아닐까. 우리도 부모가 되어서 자식들에게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밥`에 대한 마음은 세대를 넘어 백 년이 넘어도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연휴가 지나고 어머니와 통화하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 딸의 `밥` 걱정을 하신다. 백승수 단장이 밥 사진을 찍어 보냈던 것처럼 자식 걱정을 하신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면서도 괜시리 힘든 일상에 대해 투정을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 오늘 하루도 잘 소화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틀린 말 하나 없는 잠언 같은 말씀. 자식에 대한 응원이자 기원의 마음이 느껴진다.
생활에 워라밸이 자리 잡았지만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살고자 하는 DNA는 한국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신 산업화를 이룬 것도 `밥 (빨리) 먹고 열심히 일하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밥 먹었니`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빨리빨리`다. 필자 역시도 팀원들에게 `빨리빨리`를 하루에 몇 번이나 주문하는지 모른다. `빨리빨리`를 주문하는 이에게도, 주문받는 이에게도 위장병은 훈장과도 같은 고질병일까.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소화제이고,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질병 역시 위와 관련된 것이다.
밥 빨리 먹는 한국인에게 소화를 돕는 소화제는 집에 늘 상비약으로 비치되어 있었다. 소화가 안 된다고 하면 하나씩 꺼내 주시던 대한민국 대표 소화제 활명수. 123년 동안 한결같이 국민의 속을 달래며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식이 하루를 잘 소화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맞도록 응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추억일까. 활명수 광고 속에도 역시 `밥`과 `열심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자년이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어요`라는 안부 인사를 돌린다. 어머니 말씀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소화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잘 해결될 것이고, 그때는 축하의 의미가 담긴 `밥 한번 쏴!`라는 인사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식이 하루를 잘 소화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한결같은 마음이 담긴 듯한 소화제 `활명수` 광고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오리콤]
요즘 인기가 있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은 식사를 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어머니에게 전송한다. 장성한 아들이 이런 밥을 먹는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보고를 하는 것도 아니라, 어머니가 자기 끼니를 걱정해주면 아직 어머니가 자식을 걱정해 줄 여유가 있는 거라는 생각에 자신이 안심된다는 의미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여러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밥`이라는 말에는 외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 고유의 여러 의미들이 존재하고 있어 오죽하면 한국인은 밥에 미쳤다는 밈(meme)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혼날 때 : 너 밥도 없을 줄 알아! 작업 걸 때 : 저랑 밥 한번 드실래요? 고마울 때 : 고맙다! 나중에 밥 한번 살게! 안부 물을 때 : 밥은 먹고 지내냐? 아플 때 : 밥 꼭 챙겨 먹어. 행복할 때 : 밥 맛있게 먹을 때. 이렇듯 한국인의 모든 일상에는 `밥`이 감정을 전달하는 메타포로 존재한다.
2020년 설은 유난히도 짧았다. 그래도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의 명절이니 오랜만에 부모님과 여동생네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설날에도 오랫동안 내려오는 `밥`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 거야! 사촌들과 뛰어노느라 신난 아이들에게 새해 첫 식사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해는 바뀌어서 이미 한 살을 더 먹었는데, `밥`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니. 이제 10대가 되었다며 좋아하는 예비 초3 둘째 아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투덜대지만, 밥 잘 먹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1년마다 듣던 소리를 아들에게, 조카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필자를 보니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가끔 통화를 할 때마다 `밥 먹었냐`라는 말로 시작해서 `밥 챙겨 먹어라`라는 말씀으로 통화가 끝나기 일쑤였다. 말씀하시던 `밥`은 정말 `밥`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잘 지내니?` `보고싶다` `사랑한다` `널 믿는다`…. 아버지와 관계 속에서는 `밥` 이야기로 시작해서 `밥` 이야기로 대화가 끝났지만 그 속에는 사랑과 믿음, 응원과 안부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만 그러할까. 엄마와 딸, 모녀 관계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굶기 일쑤였던 딸에게 밥 먹으라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엄마, 딸이 합격했다는 소식에 대번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는 엄마, 그리고 손주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딸이 힘들까 봐 황혼 육아까지 마다하지 않는 엄마. 그 와중에 김치며 반찬까지 챙겨주는 엄마 모습.
그런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지만 끼니 때마다 메신저로 `밥은 드셨수?`라고 물어보는 여동생 모습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밥`은 정말 위대한 단어임을 깨닫게 된다.
하루 세 끼 먹는 `밥`이지만 부모님과 관계 속에 있는 `밥`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밥은 안부와 응원, 사랑의 메타포다. 필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의 `밥`도 같은 마음이지 아닐까. 우리도 부모가 되어서 자식들에게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밥`에 대한 마음은 세대를 넘어 백 년이 넘어도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연휴가 지나고 어머니와 통화하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 딸의 `밥` 걱정을 하신다. 백승수 단장이 밥 사진을 찍어 보냈던 것처럼 자식 걱정을 하신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면서도 괜시리 힘든 일상에 대해 투정을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 오늘 하루도 잘 소화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틀린 말 하나 없는 잠언 같은 말씀. 자식에 대한 응원이자 기원의 마음이 느껴진다.
생활에 워라밸이 자리 잡았지만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살고자 하는 DNA는 한국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신 산업화를 이룬 것도 `밥 (빨리) 먹고 열심히 일하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밥 먹었니`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빨리빨리`다. 필자 역시도 팀원들에게 `빨리빨리`를 하루에 몇 번이나 주문하는지 모른다. `빨리빨리`를 주문하는 이에게도, 주문받는 이에게도 위장병은 훈장과도 같은 고질병일까.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소화제이고,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질병 역시 위와 관련된 것이다.
밥 빨리 먹는 한국인에게 소화를 돕는 소화제는 집에 늘 상비약으로 비치되어 있었다. 소화가 안 된다고 하면 하나씩 꺼내 주시던 대한민국 대표 소화제 활명수. 123년 동안 한결같이 국민의 속을 달래며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식이 하루를 잘 소화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맞도록 응원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추억일까. 활명수 광고 속에도 역시 `밥`과 `열심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자년이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어요`라는 안부 인사를 돌린다. 어머니 말씀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소화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잘 해결될 것이고, 그때는 축하의 의미가 담긴 `밥 한번 쏴!`라는 인사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