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맨은 어떤 회사인가요?
브랜드 캠페인과 세일즈 캠페인을 구분하는 업계의 통념을 깨뜨리고 ‘제대로 된 브랜딩은 반드시 세일즈를 일으킨다’는 신념을 증명하는 ‘브랜디드 퍼포먼스 컴퍼니’로, 전뇌적인 사고로 미디어 경계없이 방법론 제한없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광고회사입니다.
이전에 TBWA Kore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셨었는데, 사실 CD출신의 경영자가 드물잖아요. 더군다나 여성 리더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영업 관점에서 크리에이티브 출신은 맞지 않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외국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광고업의 본질은 reputation비즈니스잖아요. 그 reputation은 결국 캠페인 크리에이티브가 좌우하고요. 오버맨은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뛰어난 회사고, 저 역시 이런 이유로 CD인 제가 경영에도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퇴사 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CD를 했었어요. 32살부터 해서 15여년 정도 됐을 무렵,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지겹기도 했어요. 그래서 2012년에 휴직을 하고, 런던에 있는 LBS(London BusinessSchool)에서 MBA를 공부했어요. 영국은 광고의 본고장인데 빠르게 광고 시장이 변화하고 있었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많이 뒤처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휴직을 하고 가신 거군요.
예외적으로 휴직을 시켜주셔서 다녀오게 됐습니다. 돌아와서 우리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회의적이었어요. 새로운 시도에 대해.
불과 4~5년 전이라서 분명 그런 흐름이나 변화들에 대해 광고회사가 회의적으로 반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광고회사의 시스템이나 환경을 바꾸기 위한 혁신팀을 만드는 것에 대해 무척 목말라 있었던 상태였지만 계속해서 비딩을 했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광고회사의 캐시카우니까요. 제가 유학 다녀와서 수주한 비딩 규모만 해도 한해 600억 정도됐을 거예요. 그러다가 회사 대표님이 바뀌셔서 다시 한번 제안을 해봤지만, 여의치 않은 회사 사정으로 수익 창출이 우선이라고 하셔서 그때 ‘내가 뜻하는 혁신을 하려면 직접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오버맨을 설립하고 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그때 생각하셨던 혁신 부분을 어느 정도 달성하셨나요?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밥도 먹고, 꿈도 꾸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었는데, 질적인 성장뿐 아니라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니까 기존 방식대로 하는 면도 생기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문샷 씽 킹(MoonShot Thinking)’으로 과감한 혁신을 하
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당장의 수익도 챙겨야 하고.. 몸이 정말 3개쯤 되면 좋겠어요. 하하
광고회사 시스템상의 변화인가요?
메이저 대행사들을 보시면, 기획팀, 제작팀, 디지털팀, 인터렉티브팀, BTL팀 등 모두 나눠져 있어요. 그래서 그냥 자기 일만 하고, 본인 파트만 아는 거 죠. 저는 그것을 융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었어요. 고립된 전문성에 갇히지 않고 가치 중립적인 사고로 최적의 솔루션을 내는 게 필요하거든요.맨날 망치 쓰는 사람은 광고주에게 망치만 쓰라고 하고,칼 쓰는 사람은 칼만 쓰라고 하죠.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적어도 스스로 다 잘 다루거나, 다양성이 한곳에서 창조적 충돌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광고주한테 독이 되지 않고 득이 되는 진정한 길을 제시할 수 있죠.
오버맨은 다른가요?
저희는 원테이블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타 부서 사람들이 함께 회의하는 편이예요. 최선은 한 사람 안에서 ATL, BTL, 디지털이 융합되는 거죠. 실제로 오버맨의 기획팀장들은 모두 ATL출신이지만 디지털쪽 공부를 많이 해서 어디 가서든 디지털 전문가만큼 디스커션(discussion)을 합니다.
요즘 그 경계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긴했습니다.
진작에 저희는 그런 경계 없이 일 해왔고요. 광고주가 제안 요청서를 주면 비판없이 그대로 따르기 보다 무엇이 진짜 빅아이디어 인지, 메인 플랫폼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전뇌적으로 사고해서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쳐요.
회사 대표님의 마인드가 그렇다면 언젠가는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시간 문제예요. 공짜로 되는 건 없으니까 치열하게 공부해야 되거든요. 남이 해주는 건 없어요.특히 의사 결정자가 모르면 안돼요. 그렇게 제대로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부분은 과거와 달리 제 의지가 있는 한 하면 되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않겠어요?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최다부문 수상한 ‘세이브더칠드런,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는 디지털 전시를메인을 했던 캠페인으로 알고 있는데, 디지털이 대세이긴 한가 봅니다. 요즘엔 극단적으로 TVC를 만들어 달라는 광고주에 대해 오히려 광고회사들이놀라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TVC가 굉장히 효과적이고파워풀한 매체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유튜브 광고 뷰가 1000만뷰라 할지라도 진성 시청이었는지 아닌지 효과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물론 TVC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최소한 중간에끄지는 않으니까요. 같은 조건이라면 15%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에 광고가 한번만 나와도 단순 계산으로 9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노출이 확보되는거죠.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동일한 시기에 비슷한 컨텐츠를 접하는 단일하고 작은 나라이고 40대이상에게 아직 TVC의 파워는 여전할 뿐만 아니라매체를 잘만 믹스하면 더 효과가 좋아요. 단선적인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TV는 죽었다, 요즘은 디지털이라더라, 유튜브 온리라더라. 광고는 죽었다등 그런 말들이 경계해야 할 위험한 말들이지요.
오버맨의 맨파워가 좋은 거 같은데, 특히 창립멤버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유지희 CFO는 LBS에서 같이 MBA했던 후배고요.삼일회계법인과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했던, 광고회사에 없는 인재예요. 제가 숫자를 잘 모르니까 숫자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일반적인 광고회사보다는 요즘의 스타트업들과 흡사한 창업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파이낸스뿐 아니라 HR 등 전반적인 경영지원 업무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신나라 기획 팀장은TBWA에서 같이 일했던 후배인데, 함께 좋은 캠페인을 만들면서 호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시작하게 됐습니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서 여성이 다니기 좋은 회사같아 보여요.
일부러 여성을 뽑은 것은 아니고요. 면접을 보고 가장 유능한 직원을 뽑았을 뿐인데 공교롭게 여성인경우 많았죠. 여직원과 남직원 비율이 6:4정도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희 회사는 이직률이 낮은편이예요. 한번 들어오면 계속 쭉 같이 가요. 유리
천장이 없으리란 믿음이 있겠죠. 편견 없이 실력만볼 거라는 믿음은 성별 관계없이 같고요. 정치 없는회사라는 믿음이 있는 거 같고 정치가 발 디딜 틈없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회사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오버맨의 첫 클라이언트는 어디였어요?
처음에는 전체 캠페인이 아니라 TVC 1편, 또는 인쇄물…… 크리에이티브만 했었어요. 그러다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플랫폼인 G9를 만나게 됐죠.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님께서 굉장히 모럴(Moral)이 강하신 분인데, 오픈마켓 특성상 셀러를
콘트롤 못하는 면에 답답함이 크셨죠.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G9를 런칭했는데, 100억 가까운 광고비를 썼는데도 전혀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재점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브랜드 컨셉부터 BI까지 새로 잡고 서비스 튜닝에서 리런칭캠페인까지 하게 됐죠……거대한 장기 프로젝트였죠. 브랜드를 다시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때나온 게, ‘상술을 버리다 상식을 채우다’ 캠페인이었습니다. 또 파고다 중국어의 “들어갈 땐 정상훈,나갈 땐 장위안” 캠페인도 화제가 많이 돼서 초기에 오버맨의 크리에이티브를 널리 알려준 캠페인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광고주 영입 소식을 SNS채널에 소개하시잖아요.신규 광고주도 있겠지만 기존 광고주 수성률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한번 들어오면 오래 함께하는 편이에요. 만족도가높은 것 같아요? 이렇게 열심히 해주는 데가 없겠죠. (웃음) 자기 회사 잘 되기 위해서 남의 회사를잘 되게 해줘야 하는 게 우리 업의 본질이잖아요?진짜 내가 차린 회사라고 생각하고, 집착하죠. 편집
증적이라고 할 만큼 하나에서 열까지 집요하게 해요. 직원들 대부분이 전염(?)이 돼서 다 그런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지니고 일해요. 진정성은 단연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직원들의 그런 태도가 좋은 캠페인을 만들 수 있는비결인거같네요.
‘그냥 내주어진 일만 하면 되지’ 라는 생각보다는‘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끝없이 고민해요. 그래서 저희는 데스크 리서치는 물론 필드 리서치, 광고주가 시키지 않은 소비자조사까지 자체적으로 다 합니다. 무엇이든 엉성하
게 하는 걸 혐오해서요. 크리에이티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안 가본 새로운 길을 연다는 건 굉장히 고단한 일이에요. 누구나 아이디어는 있습니다. 차이는 그것을 현실로 만드느냐 아니냐에서 나올 뿐이죠.
앞서 언급한 낮은 이직률도 한몫 했겠지만 팀웍도좋아보입니다.
함께 오래 일하다 보니, ‘아’하면 ‘어’해요. 더 적은시간에 더 많은 일을 속도감 있게 할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엔 오버맨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완성도높게 일할 수 있는 회사예요. 호흡 맞고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끼리 ‘버리는 시간 없이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같은 시간, 같은 조건이 주어져도 생각의깊이도 더 깊고, 아웃풋도 더 좋을 수 밖에 없죠.
오버맨의 재미있는 사내문화가 있나요?
‘크로스 오버맨’이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인사이드오버맨과 아웃사이더 오버맨의 만남이라고 해서,광고계의 전설적인 선배들이나 광고 밖의 크리에이티브한 분들을 초대해 영감을 받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어요.
광고회사다운 문화인데요?
창작하는 사람들한테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주는 게 제일 좋은 복지가 아닐까 싶어요.
광고제 얘기를 해볼까요? 국내 중소광고회사들이해외광고제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인데,오버맨은 깐느나 스파익스아시아, 에피어워즈 등출품도 하시고 성과도 꽤 있었어요.
CD라면 깐느에서 수상 한 번 하는 게 큰 의미이고영광이니까요..
TBWA 재직 당시 수상 경험이 많지 않으셨나요?
이상하게도 제가 재직했던 10년간 TBWA 회사 전체가 받은 상의 개수보다 올해 오버맨이 받은 상이훨씬 많아요. 창립 후 4년간 받은 상이 5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오버맨을 만들기 전에도 광고가 유명세를 타고 성과도 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복은 따
라주지 않아서 갈증이 있었는데 창업 이후 그런 갈증은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해외광고제의 경우, 비싼 출품비라던지 작품을 출품용으로 재가공하는 등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거 같아요.
대형 에이전시는 출품만을 위한 팀도 있고 기획출품물이 대부분인데 저희는 늘 실제 집행한 현실 캠페인 그대로 정직하게 출품을 했어요. 에피어워즈의 경우도 일하면서 생각했던 전략적인 로직을 그대로 옮기기만 했으니까 출품영상 만드는 일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광고제 수상이 크리에이티브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해외에서 명성을 올리는 지름길이 해외광고제에서수상하는 것이고, 외국이 우리나라보다 상에 대한리스펙이 훨씬 커요. 우리나라는 ‘상 받는 광고 따로 있고, 성과 내는 광고 따로 있지’ 하며 이분법적인 생각과 비판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해외에서
상 받는 광고가 11배 더 판다는 책도 나왔을 만큼,효과 측면에서도 기능한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렇게 믿는 편이에요.
광고주가 오버맨에 기대하는 역량이나 역할은 어떤 거라 생각하세요?
‘어떤 광고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찾아봤더니 다 오버맨이었다’고 연락 오는 광고주 분들이 많아요. 저희 캠페인이 영업사원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죠. 저희의 캠페인은 목표 달성을 위한 소비자의 스윗 스팟을 정확히 건드리는 크리에이티브로 브랜드를
향한 욕구를 터뜨려주죠. 당장의 성과와 장기적 가치를 동시에 만들어주는 브랜딩을 해요. B급 유머를 넣지 않아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바이럴이 될 수있어요. 어떤 분들은 세일즈가 중요해서 브랜딩을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해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
요.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아주는 게 우리 회사의역할이겠죠. 제대로 브랜딩 캠페인으로 세일즈도일으키고 장기적인 브랜드가치도 공고히 하고 싶다면 오버맨을 찾아주세요.
오버맨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무조건적인 팽창으로 돈만 더 버는 영혼 없는 회사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반면에 질적인 성장을 위한양적인 성장, 즉 새로운 역량 확장과 기술 탑재는계속 할 생각입니다.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생각해왔거나 새롭게 필요해지는 일들은 어려움이따르더라도 끈질기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오버맨도 오버맨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자부심이 들 수 있는, 세계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