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그 음악 #24 유산슬에서 미스터 트롯까지! 트로트 광고 음악
HS Ad 기사입력 2020.03.05 02:13 조회 5666

 

2019년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대세가 되어버린 트로트 열풍은 쉽게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살아남아 한국 음악사에 큰 획을 그으며 지금도 건재한 트로트를 과연 광고계에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HS애드 공식 블로그에서 트로트와 광고음악의 관계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짧게 살펴보는 트로트의 역사

일본의 전통 음계와 서양 음악인 ‘폭스트롯(Foxtrot)’이 만나 탄생한 ‘엔카’의 영향을 받은 트로트는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과 ‘신라의 달밤’의 현인, ‘유정천리’의 박재홍 등 스타를 탄생시키며 8.15 해방 후 대중음악의 주류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발라드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 강세를 보이던 1990년대에도 김수희의 ‘애모’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1위 후보로 오르는 등 그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댄스 뮤직과 아이돌 스타일 K-Pop이 메인스트림이 되면서 트로트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2000년대 중반, 장윤정이 등장하고 그의 후발주자들이 힘을 얻으면서 트로트는 다시 그 힘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빅뱅의 대성이나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 캬라멜이 트로트 풍의 댄스 뮤직을 선보인 것도 젊은 세대들이 트로트를 받아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 거예요. 지금의 유산슬과 송가인 열풍도 어쩌면 그때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로트도 젊고 새로울 수 있다 - LG전자 싸이언 ‘트로트는 흔들리는 버스다’

사실 트로트는 아직도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남아있어 자칫 광고하고자 하는 클라이언트의 제품이나 브랜드에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준 것이 바로 ‘네오 트로트’입니다. 먼저 아래 광고를 한 번 보실까요?
 

▲ LG 싸이언 뮤직폰 ‘트로트는 흔들리는 버스다’ 광고 (출처: 김성호 유튜브 채널)
 

만화경 효과 스타일의 화려하고 몽환적인 영상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장윤정의 메가 히트곡 ‘어머나’입니다. 2005년 출시된 ‘LG 싸이언 뮤직폰’은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였던 장윤정의 ‘어머나’를 광고 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17파이 입체음향’을 강조한,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을 내장한 피처폰의 광고에 ‘올드한 음악’으로 치부되던 트로트를 삽입한 어찌 보면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는데요. 노래를 잘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트로트의 상징과도 같았던 브라스 섹션을 비롯해 일렉트릭 기타 등 몇 가지를 제외한 ‘어머나’의 모든 악기는 신디사이저 브라스로 대체되어 더욱 화려한 음색으로 연주됐습니다. 물론 1980년도에 뉴웨이브와 신스팝의 영향으로 정통 트로트에 리듬 머신과 전자악기를 대거 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일부 성공을 거두며 나운도의 ‘전자올겐 논스톱 생음악 라이브쇼’와 ‘신바람 이박사’처럼 컬트적 인기를 몰고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력과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이러한 시도는 현재 ‘고속도로 메들리’로 대표되는 트로트의 하위 장르 ‘뽕짝’에 안착하고 말았죠. 세련된 편곡과 발전한 전자악기의 수혜를 받은 장윤정의 ‘어머나’는 달랐습니다.
 

▲ Jang Yoon-jeong - Oh my, 장윤정 -
어머나, Music Camp 20050115 (출처: MBCkpop 공식 유튜브)
 

트로트와 대중가요를 넘나드는 작곡가 윤명선이 참여한 편곡은 기존의 대중가요 못지않게 매끈해졌고, 전자악기와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이 발전하면서 사운드도 풍성해졌습니다. 장윤정 역시 무대에서 보통 트로트 가수가 입던 드레스 대신 캐주얼한 복장과 비보이 댄서를 동원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장윤정의 ‘어머나’는 네오 트로트의 시작이라는 영예를 얻게 되었고, 잘만 만들면 트로트가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따라 홍진영과 박현빈 같은 후배들은 물론 까마득한 선배인 김연자도 네오 트로트를 적극 수용해 EDM을 접목한 ‘아모르파티’로 대박을 치게 됩니다. 장윤정의 ‘어머나’는 우리가 당시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피처폰이 음악을 감상하는 하이파이 디바이스로 변신하는 양가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훌륭한 도구였습니다.

저축하고 싶어지는 뮤비 - SBI저축은행 ×요요미 저축 가요 ‘월급은 흘러갑니다’ 

과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광고음악으로서 트로트의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광고나 드라마에서 음악은 흔히 시대를 입혀주는 아주 효과적인 상징인데요. 특히 트로트 음악을 잘 사용하면 한 번에 사람들을 레트로 감성에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트로트 음악을 적절히 활용해 감성을 입힌 광고를 소개합니다.

▲ [SBI저축은행X요요미] 저축가요 '월급은 흘러갑니다' FULL 뮤직비디오 (출처: SBI저축은행 공식 유튜브)

쓸쓸히 떠내려가는 달력으로 접은 종이배 위 철교를 처량히 걸어가는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제3한강교’. 이 광고는 SBI저축은행이 2019년 5월 유튜브에 업로드한 ‘저축 장려’ 광고로 유튜브 스타이자 가수인 요요미의 뮤직비디오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TV를 연상시키는 물 빠진 색감에,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씬 내 줌 인과 줌 아웃, 연기자들의 촌스러운 스타일링 등은 1980년대 ‘가요톱텐’ 스타일 뮤직비디오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광고를 보는 시청자 역시 노란 월급봉투를 받던 옛 시절로 순식간에 시간여행을 하게 되죠. 혜은이의 트로트 팝 넘버를 ‘월급은 흘러갑니다, 아하~ 한 달간 나의 꿈을 싣고서, 한숨을 싣고서’라는 가사로 바꿔서 당시 유행했던 ‘근검절약’과 ‘저축 장려’라는 표어를 현대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밖에도 SBI저축은행은 요요미를 모델로 80년대 스탠더드 팝과 디스코, 신스팝 등 명곡을 리메이크해 지속적으로 저축 광고를 선보였답니다.


▲레트로한 트로트의 느낌을 잘 살린 뮤직비디오도 메시지에 힘을 더합니다

통장을 잠시 스쳤다가 지나가는 월급에 대한 가슴 시린 가사와 함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인은 역시 광고음악입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옛날 KPOP을 커버하고 있는 요요미는 이 광고에서 원곡 가수인 혜은이의 보컬 톤앤매너를 그대로 구사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 노래와 확연히 구분되는 백 밴드의 1980년대 사운드 메이킹도 주목할 만한 점이죠. 이러한 노력 덕에 이 광고는 2030세대에게는 생경하면서도 특이한 광고로, 40대 이상은 옛날 생각나게 하는 추억 돋는 영상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데 성공했습니다.
 

트로트가 주는 180도 반전 매력 - 해피콜 다니엘 헤니 위플래쉬? 뽕플래쉬! 

2019년 가을부터 또다시 몰아치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스 트롯’의 송가인을 위시한 기존 트로트의 리바이벌입니다. 특히 송가인의 인기는 5070세대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팬덤을 형성하고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스타의 반전 매력입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또다시 손을 잡은 MBC 토요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그야말로 빵 터진 유산슬 프로젝트 역시 트로트의 인기에 큰 몫을 했는데요. 김이나/조영수라는 최고의 작사 작곡 콤비가 네오 트로트에서 고속도로 메들리 믹스테이프 스타일까지 매시업 한 ‘사랑의 재개발’, 레전드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한 정통 트로트 ‘합정역 5번 출구’ 두 곡의 역할이 컸습니다. 하지만 유산슬 프로젝트의 원동력은 유재석이라는 스타의 ‘멀티 페르소나’가 주는 반전 매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요? 이러한 반전 매력 역시 광고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음 영상은 그러한 반전 매력을 십분 활용한 광고입니다. 
 


▲ [해피콜] 다니엘헤니 위플래쉬? 뽕플래쉬! (feat.팬팔이송)
(출처 : HAPPYCALL 공식 유튜브)
 
‘When I was younger…’로 시작하는 ‘라테는 말이야’ 토크 역시 다니엘 헤니 입에서 나오면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리는 것 같네요. 예전부터 뮤지션이 꿈이었고 지금도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뛴다는 다니엘 헤니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드럼 세트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연주하는 노래가 심상치 않습니다. 바로 주방용품 전문 브랜드 ‘해피콜’을 홍보하는 트로트 넘버였던 거죠!
 
‘콜센터가 아니구나’, ‘알고 보면 20년 짬바’, ‘20년 산 국뽕 브랜드’ 등 찰진 드립의 가사와 다니엘 헤니의 과한 미소가 함께한 미스매치 시너지가 이 영상의 포인트. 가만히 보면 드럼 세트도 예사롭지 않은데요. 하이햇과 스네어, 심벌 등 드럼 세트 역시 죄다 주방용품이었습니다.
 
최근 ‘미스 트롯’에 이어 남자 트로트 가수 서바이벌인 ‘미스터 트롯’이 방영을 시작하고, MBC에브리원의 파일럿이었던 ‘나는 트로트 가수다’가 8년만에 정규 편성되면서 작년 말부터 불어온 트로트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런 만큼 트로트 역시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는 음악이 된 트로트, 팬들의 힘을 받아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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