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연일 떠들썩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빠른 확산세와 그에 비해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황으로 모든 미국인이 패닉에 빠지는 중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사람들이 걱정하는 사실 급격히 늘어가는 실업률입니다.
▣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 치명타를 맞은 미국 광고업계
미국에서 3월은 “미친 3월(March Madness)”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광고 마케팅 캠페인이 런칭되는 시기이기도 한데, 올해는 이러한 특수가 모두 쓰나미에 쓸려가듯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출 및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실 광고인 개개인에게는 그들의 직업적 안정성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며칠 전 기사에 따르면 한 스포츠 용품 회사의 이벤트가 백지화되면서 그 담당 기획팀 전부가 해고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취소된 2020년 '미친 3월(March Madness)'로 텅 빈 대학 스포츠(NCAA) 경기장
실제로 많은 매체가 경기 후퇴와 그에 따른 광고 매출의 하락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Ad Week가 IPG Magna Global의 보고서를 인용한 최근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2020년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2008년 경제 위기와 2001년 911사태를 합친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출 하락은 광고 매출에 의지하고 있는 미디어사들의 경영에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체 미국인의 75%가 집에 머무를 것(Stay-at-Home)을 요청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수년간 매출이 감소한 전통적인 미디어가 받을 충격은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프린트 미디어(신문, 잡지)는 2020년에 전년 대비 25%의 매출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공중파 텔레비전은 -13%, 라디오는 -14% 그리고 옥외매체(OOH)는 -12%라는 충격적인 예상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외출이 통제된 가운데 옥외매체(OOH) 광고 매출은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뉴욕 타임스퀘어 3월 말)
그나마 디지털 미디어의 매출 감소 폭은 좀 나은 상황인데요. 이는 많은 사람들의 구매가 반강제적으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의 온라인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벌써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변화된 소비자 행동이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훨씬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과 이후의 미디어별 미국 광고시장 매출 예상 (출처: statista)
▣ 광고업계의 상황분석과 대응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 소비자들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최근 발표된 Nielson의 데이터는 다양하게 전개되는 지역별, 나라별 대응 상황을 분석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6가지 단계의 소비자 행동 변화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소비재, 소매 그리고 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단계별 소비자 행동 분석 (출처: Nielson Company)
Nielson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보고서가 나온 3월 16월 기준) 미국과 이탈리아 및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은 5단계(restricted living) 그리고 중국은 6단계(Living new normal)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5단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의 재미있는 점은 각 단계로 발전함에 있어 어떤 요소들이 소비자 행동 변화를 주도하고 결국 6단계인 ‘새로운 일상(New Normal)’으로 이끌게 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6단계 소비자 행동 변화 단계와 이를 주도하는 세 가지 요소들 (출처: Nielsen Company)
한국이 속한 5단계의 경우 기술 촉매제(Tech Catalyst)가 변화를 주도한다고 하는데, 좋은 예시가 온라인 화상회의인 Zoom의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 컨퍼런스 그리고 학교 수업 등을 반강제로 경험하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이 이 기술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수습된 이후에도 Zoom 같은 가상회의 시스템을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이미 9년 전에 런칭한 Zoom의 현재 주식시장 가치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단일 시장인 한국과는 달리 지역별 또는 공략하는 국가별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상황이 다른 만큼 이러한 보고서는 현 시장 상황 분석 및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광고 미디어 업계의 대응 – 이슈화되고 있는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에 대한 논의
위에서 광고업계가 대응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언급하였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스 미디어인 월스트리트의 경우 광고주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는데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동안(정확하게는 4월 1일에서 6월 30일까지),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회상률(Recall) 70%를 개런티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회상률은 광고 집행 후 제3의 국제적인 미디어 조사회사인 Research and Analysis of Media(RAM)에서 측정하며, 만일 70%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같은 지면에 같은 광고를 무료로 다시 한번 집행해주기로 하였습니다. 미디어 시장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월스트리트가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현재 광고 미디어 시장이 위기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이라는 개념입니다. 먼저 배경을 설명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많은, 아니 거의 모든 뉴스 트래픽이 관련 뉴스로 몰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만큼 뉴스 소비량(traffic)이 늘어나니 광고지면(ad impression)도 늘어나 좋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광고주들이 자신의 브랜드 광고가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가 실리는 지면에 같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약간의 예외도 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들은 매우 심각하며 분노나 슬픔을 자아내는 소식들로 가득한데요. 그러한 뉴스들과 자신의 브랜드 광고가 같이 실리게 되면 일종의 전이 효과(Spillover effect)가 생기기 때문에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아래의 사례들을 보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예는 Singlemuslim.com이라는 무슬람 미혼 남녀 매칭사이트의 광고가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 단체인 KKK에 대한 기사와 함께 실린 사례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여행사이트 광고가 비행기 사고로 인해 죽은 축구클럽 대표의 장례식 기사에 함께 실린 것이고요. 마지막 사례는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하인즈의 광고가 하필이면 어린이 성 착취와 관련된 기사와 함께 노출된 사례입니다. 한 눈에 봐도 이 기사를 읽고 나서 광고를 본다면,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에 꽤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관련 잘못된 광고 노출 사례들 (출처: INQUISITR)
이 밖에도 사례들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특정 자동차 광고가 배기가스 규제 스캔들 관련 기사와 함께 노출되었다거나, 성형수술 광고가 성형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언급한 기사와 함께 실렸다거나 하는 예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 사태 중 크루즈(유람선)에서 일어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례가 여러 건 보도되었는데, 미국 크루즈 여행사의 배너 광고가 같은 지면에 게재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브랜드 담당자로서는 정말 황당한 경우가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 프로그러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 시대의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 그리고 광고 인증(Advertising verification)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즉, 아무 곳에나 마구잡이로 노출되는 행동타게팅 광고(Behavioral Targeting Advertising)의 실효성에 대한 의심입니다. 적절치 않은 콘텐츠와 같이 노출되는 광고가 브랜드의 안전에 해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이슈와 관련하여 같이 관심을 받는 것은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을 지키기 위한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 기술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황당한 지면에의 광고 노출을 막기 위해 실제로 점점 더 많은 광고주가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광고 집행 전 피하고 싶은 특정 키워드를 설정하고,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기사가 뜨는 지면에는 브랜드의 광고를 노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아래 그래픽에서 보시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콘텐츠들이 차단됩니다.
▲ IAS에서 발표한 2019년에 가장 많이 차단당한 키워드 리스트 (출처: IAS)
문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뉴스 트래픽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데, 많은 광고주들이 자신의 광고가 해당 지면에 노출되지 못하도록 차단(Keyword blocking)한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기사가 뜬 화면에는 아무런 광고도 노출되지 않게 되었습니다(아래 CNBC 뉴스 화면에서 배너 광고가 위치해야 하는 곳에 뭉게구름 그래픽이 떠 있습니다).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을 통한 코로나 바이러스 기사 지면 광고 차단 사례 (출처: CNBC)
광고 미디어, 특히 뉴스 미디어들은 폭증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 트래픽에 광고를 노출하지 못하고 있어서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이슈가 모든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켜 다른 뉴스 트래픽이 대부분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뉴스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실제 광고가 집행되는 지면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2020년 3월, 즉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키워드 차단량이 현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은 결국 뉴스 미디어들의 광고수익, 나아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2020년 IAS에 의한 키워드 차단 볼륨 (출처: BuzzFeed)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그리고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 같은 기술이 화두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프로그러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이 전체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통적인 미디어 타게팅의 관점에서 보면 자사 브랜드와 관련 있는 부정적인 기사 옆에 자사의 광고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데요(맥락타게팅 혹은 Contextual targeting). 이런 상식에 반하는 광고 노출이 가능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러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이 광고가 어떤 콘텐츠 옆에 노출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 노출되는가(behavioral targeting)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의 관점에서는 말이 안 되는 광고-콘텐츠 매칭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을 타겟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광고 인증(Advertising verification) 시장인데요. IAS(Integral Ad Science) 같은 광고기술(Ad Tech)회사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픽은 IAS가 광고 데이터 흐름 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로그러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광고주가 CPM비딩을 통해 타게팅된 광고, 정확히는 타게팅된 오디언스의 트래픽을 구매하게 되는데(이를 타겟 오디언스가 자사 광고 네트워크 사이트에 들어오자마자 실시간으로 프로그램된 비딩과 광고 노출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RTB(Real-Time-Bidding) 라고도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접촉한 사람(오디언스), 광고 콘텐츠, 광고가 노출된 사이트, IP주소 등의 진위를 판가름합니다.
▲IAS와 일본의 DSP인 Market One RTB의 협업 워크 플로우
사실 광고 인증(Advertising verification) 회사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훨씬 광범위합니다.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차원에서 가짜 뉴스에 광고 차단하기, 광고 최적화(ad optimization), 미디어 타겟 인증(audience verification), 실제 노출 측정(viewability tracking) 등, 실제로 광고가 광고 사기(Ad fraud)에 걸리지 않고 원하는 타겟에게 정확하게 도달하도록 하는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광고 인증(Ad Verification)회사의 업무 영역
전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뉴스 트래픽이 뉴스 미디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들여다보면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키워드 차단(Keyword blocking) 그리고 광고 인증(Advertising verification) 등의 역할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벌써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관심이 많은 광고인이라면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