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생명력 공급하는 광고계 미다스의 손 ‘오리콤 손원혁 상무’ 인터뷰
오리콤 브랜드 저널 기사입력 2020.05.12 12:00 조회 2612
 
- 두산그룹, 첫 참가한 CES 2020에서 기계와 사람이 함께 춤추는 흥겨운 브랜드 영상 선보여
 
- 협동로봇, 건설기계, 연료전지, 수소드론 등을 춤을 매개로 풀어
 

 

1. 두산그룹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한 CES였습니다.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셨을 것 같은데, 영상 제작 시 가장 중점을 둔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두산은 124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입니다. 오랫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죠. 지금은 B2B사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사업이 많습니다. 반면 CES에 참여하는 많은 기업들은 가전, 자동차와 같이 소비재와 관련된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이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친숙하지 않은 사업에 어떤 이미지를 입혀야 할까?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게 두산은 ‘전통, 뚝심, 젠틀함’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저는 ‘오리콤인’이자 ‘두산인’으로써 이런 두산의 모습을 사랑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CES라는 세계적인 축제의 자리에서 두산을 소개하는 자리였기에, 다른 어떤 이미지보다 ‘젊은 두산’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두산그룹은 CES가 처음이었습니다. 옆 부스에는 이미 많은 경험자들이 있었죠. 그 속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선 쉽고 직관적이며 재미와 친근감 있는 테마가 관람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테마가 ‘펀(FUN)’이었습니다.
 
사실 ‘펀(FUN)’, 즉, ‘재미’는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인종, 이념 등을 뛰어넘어 누구나 호응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상에 재미있는 짤이나 유머 글들이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유되고 있는 것만 봐도 재미와 즐거움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스쳐 지나가는 영상도 마찬가지로 재미가 잘 녹아 있다면 사람들에게 쉽게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 만큼 대중은 심각한 것 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고, 포멀한 것에 숨겨진 유머와 반전을 찾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이처럼 처음 참가하는 CES에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는 ‘펀(FUN)’이다 라고 확신했고, ‘젊은 두산’을 대중에게 친근감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테마라고 생각했습니다.
  
2. 영상은 기계와 사람이 춤추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두산의 산업군을 하나로 묶기에 '춤'이라는 소재가 가장 좋다고 판단하셨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또 '춤추는 기계와 사람'이라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춤은 하나의 언어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고 공감을 얻는 특별한 언어이기도 하죠. 각국의 사람들이 빠르게 오가는 CES전시장에서 춤이라는 언어는 번역이 따로 필요 없는 최적의 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상에서 자막으로 보여지는 메시지도 춤이라는 언어와 호흡을 같이하여 두산의 기술이 사람들에게 Delight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사람의 춤을 넘어, 기계와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유니크한 설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였습니다. 하나의 팁이 되었던 것은, 과거에 무거운 중장비들이 퍼포먼스팀을 구성하여 쇼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중장비 뿐 아니라 두산의 다른 기계들도 함께 춤을 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조금씩 구체화 시켰습니다.
  
3. 영상을 제작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습니까?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펀 (FUN)’이라는 테마 아래 춤까지 더해진 5일간의 촬영이었기에,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이었지만 음악이 시작되면 졸음과 피곤함이 싹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었습니다. 굳이 어려웠던 점을 하나 꼽자면 ‘기계들에게는 안무가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도 달랐죠. 딱딱한 기계들에 리듬과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흩어져 있던 두산의 산업장비들을 하나로 묶어 춤으로 표현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이보다 창의적인 그림이 또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협동로봇은 엔지니어와 함께 여러차례 프로그래밍을 통해 움직임을 섬세하게 만들었고, 건설기계는 각 기계 담당자들의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동작들을 수차례 시연하며 움직임을 하나하나 완성했습니다. 아무래도 기계는 사람보다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람의 춤 동작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보이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간혹, 춤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산업도 있었습니다. 두산 퓨얼셀의 ‘연료전지’와 두산중공업의 ‘풍력발전’ 등의 산업인데 이 산업군은 고심 끝에 ‘조력자’나 ‘무대’로 표현하기로 하였습니다. 연료전지와 해상풍력터빈’ 기능을 살려 이브닝 무드의 야외 결혼식과 도심의 밤을 밝혀주는 상황으로 연출하였고, 영상의 엔딩을 그 불빛 아래에서 로맨틱하게 춤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두산그룹 내부에서는 이를 최고의 명 장면으로 꼽아 주셨습니다. 표현에 애를 먹었던 사업들이 오히려 효자로 등극한 순간이었습니다. 
 
후에 완성된 영상의 모든 화면은 2분할 된 채 ‘기계’와 ‘사람’이 동시에 같은 춤을 추는 장면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는 기술발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임을 잃지 말자는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수소에너지로 장시간 비행을 하며 해양구조 활동을 하는 드론, 원격 조정이 가능한 건설장비, 주방에서 사람을 돕는 협동로봇, 연료전지로 도시를 환히 밝히는 모습 등 두산 제품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을 담아 ‘두산은 지금 내일을 준비합니다’라는 그룹의 미래상도 표현하였습니다. 
  
4. 영상 기획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트렌드'가 있다면? 참고가 되거나 영감을 준 작품이 있습니까? 
 
2020년을 시작하며 가장 히트를 친 노래가 있습니다. SNS 챌린지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인데요. SNS를 휩쓴 이 릴레이식 챌린지는 연초부터 신드롬을 일으키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서 즐길거리를 찾는 이가 많아지며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따라 부르기 쉽고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획의 원조는 사실 90년대, SNS가 없던 시절에도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카레나 댄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카레나 댄스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맨손체조 형태의 스페인 춤으로 야구장, 나이트 클럽은 물론 미국의 정당집회까지 등장해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아무노래 챌린지’와 ‘마카레나 댄스’의 공통점은 일단 노래가 매력적이고 춤이 단순하여 재생산되기 쉽다는 점 입니다. 
 
두산그룹 CES 브랜드 영상의 배경이 된 BGM이야기를 하자면 ‘갓 미 필링 굿 (God me feeling good)’ 이라는 곡의 발견도 이번 제작물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에 많이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이 곡은 정말 많이 반복하여 들었는데도 쉽게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시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에서의 첫날, 100명이 넘는 모델 카메라테스트에서도 이 곡 덕분에 졸음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기계와 사람이 함께 콜라보 하여 춤을 추어야 하니 춤 내용이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기계의 움직임을 먼저 촬영하고 이어 연기자들에게 기계와 비슷하게 춤을 춰 줄 것을 부탁하였죠. 기본적으로 춤이라는 탤런트를 가진 연기자를 수 많은 후보들 중에 엄선하여 캐스팅했습니다. 덕분에 기계와 사람의 데칼코마니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속 댄스는 ‘아무노래 챌린지’ 정도는 아니었지만, CES현장에서 춤을 따라해보려는 관람객이 꽤 있을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5. 실제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반응에 만족하시는지.
 
미국 라스베가스의 CES 전시장 현장에서는 2분할된 좌우 영상에 더해 바닥 면에 또 하나의 스크린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3분할된 화면’ 위에 펼쳐진 영상은 관람객에게 더욱 실감나게 두산의 제품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닥면에 출렁이는 푸른 바다 위로 드론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입체적인 3 스퀘어 스크린 덕에 더 몰입감을 더욱 살릴 수 있었고, 타사의 평면적인 영상과 비교했을 때도 차별화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 선택도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는 친숙한 리듬과 멜로디란 평가가 있었습니다. 나아가 가장 많은 관람객인 미국인들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한 건, 한국에 돌아온 후 CES에 참가했던 몇몇 회사에서 들려오는 관람 후기에 ‘두산이 처음 참가했지만 행사진행과 부스와 영상 모두 인상적이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더불어 ‘영상을 어디서 만든 거냐’라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어려운 제품들을 거부감 없이 쉽고 즐겁게 보여줬다’ 라는 평가는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사람에게 굉장한 칭찬입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오래간만에 즐기며 일한 것도 좋은데, 평가까지 잘 해 주시니 이 프로젝트가 더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6. 다음에 개인적으로 제작해보고 싶은 콘셉트가 있다면?
 
글쎄요. 광고업에 오랜 시간 몸 담고 있었지만 제가 하는 작업이 컨셉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과제를 찾는 일은 없습니다.  
 
과제가 주어지면 그 다음 과제에 맞는 컨셉을 찾는거죠.  상업적인 목적의 영상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도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광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주어진 과제와 조건에서 최고의 컨셉과 제작물을 만드는 게 숙명같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바라는 걸 이야기 하자면, 제가 기획하고 생각한 컨셉, 크리에이티브가 여전히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계속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CES에서 역사 깊은 두산이지만 젊은 두산을 보여준 것 처럼, 제법 오랜 시간 크리에이티브를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젊은 아이디어를 꾸준히 낼 수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였으면 좋겠습니다. (끝)
 

 
오리콤 제작임원 손원혁 상무
 
#오리콤 ·  #두산그룹 ·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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