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새로운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마스크는 세계인의 필수품이 됐고, 유명 미술관은 온라인 전시를 열었고, 유명 공연제작자 혹은 공연장은 온라인으로 수준급의 공연을 선사합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느 기업과 달리 배달로 공유되는 아마존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업 환경도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집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 수준급 공연과 작품을 앉은 자리에서 만나기도 하고, 수업도 근무도 집에서 해냅니다. 조금씩 코로나19의 상승세는 꺾이고 있긴 하지만 언제 확실히 종료될지 모르는 새로운 일상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도 더불어 시작됐습니다.
▣ 맥주들의 코로나19와의 전쟁
락다운된 유럽이나 미국에선 예전처럼 펍이나 바에서 맥주를 마실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고, 바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매출이 급감하자 400년 전통의 오래된 독일과 체코의 양조장은 폐업 위기를 맞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시기입니다.
▲ Corona controversial ad - Coronavirus (출처: Whywhywhy 유튜브)
하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와 이름이 같은 코로나 맥주는 새로운 광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미국 수입 맥주 1위인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국인들의 38%는 다시는 코로나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름까지 같아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새롭게 출시되는 탄산음료 광고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코로나가 곧 상륙합니다.’(coming ashore soon)라고 광고를 게재한 겁니다. 신종 코로나의 미국 확산 시기와 겹쳐져 마치 바이러스의 상륙을 뜻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했을지는 몰라도 시대 공감이 부족한 어프로치인 듯합니다. 코로나19는 어떤 노이즈 마케팅도 받아들여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진지함을 요하는 어려움이니까요. 이처럼 코로나19를 겪으며 광고 또한 신중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2000년도 ‘Wassup’ 캠페인으로 칸 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버드와이저. 2020년 새로운 ‘Wassup’ 캠페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 Budweiser | Whassup (출처: 버드와이저 캐나다 유튜브)
영상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다만 오디오를 수정했습니다. 오리지널 버전은 전화로 친구가 “Wassup~”이라며 안부를 묻자, ‘스포츠 게임 보면서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2020년엔 ‘자가격리하면서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 게임 시즌, 함께 버드와이저를 즐기는 내용이었던 이 광고는 지금 친구와 가족의 ‘안녕’을 묻는 캠페인으로 변신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안부가 중요해진 시대이니 서로의 안부를 물으라고 합니다. ‘버드와이저는 친구들을 응원합니다. 당신도 친구의 안부를 물으세요 (Buds support buds. Check in on yours)’라고 전하죠. 영국인 5명 중 1명이 락다운 기간 동안 집에서 혼자 지낸다고 합니다. 버드와이저 영국 마케터는 그래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 캠페인의 리메이크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 Budweiser | Checking in, that’s Whassup (출처: 버드와이저 유튜브)
반면 미국에선 현재 유명 스포츠 스타인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웨이드, 캔디스 파커 등을 캐스팅해 페이스타임으로 서로의 ‘Wassup’을 묻는 캠페인을 온에어했습니다. 페이스타임이라는 형식만 다르지 과거와 유사합니다. 버드와이저는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연락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합니다.
덴마크 맥주인 칼스버그는 락다운으로 힘들어진 펍을 돕고자 합니다. 학교와 중소기업들이 문을 열면서 락다운이 완화된 덴마크. 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는 펍은 오픈이 금지됐습니다. 칼스버그는 오랜 락다운으로 경영 악화를 겪을 펍을 돕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른바, “맥주통 채우기” 캠페인.
▲ Adopt a keg (출처: 칼스버그 덴마크 유튜브)
먼저 칼스버그 웹사이트에 접속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마시는 칼스버그 맥주의 병이나 캔에 있는 라벨을 스캔하죠. 그러면 자동으로 온라인 맥주통이 채워집니다. 내 개인 맥주통을 온라인에서 소유하는 겁니다. 네 개를 마시면 한 통이 다 채워집니다. 단, 하루에 맥주 하나만 채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맥주통을 채우면 코로나가 끝났을 때 펍에서 진짜 맥주 파인트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게 됩니다. 모두가 안전해지면 하루빨리 사람들이 펍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칼스버그는 당신이 좋아하는 펍이 더 강해져서 돌아올 수 있도록 돕자고 합니다.
▲ Heineken | #BackTheBars (출처: 하이네켄 유튜브)
하이네켄 또한 바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년 1사분기 매출이 14% 감소했다는 하이네켄. 2사분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코틀랜드 록배드인 심플마인즈의 ‘Don’t you forget about me’를 BGM으로 사용해 노래 가사와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바의 풍경을 사용해 만든 ‘Back the bars’ 캠페인. 코로나 종료 후 좋아하는 바에서 마실 맥주를 웹사이트에서 미리 사라는 겁니다. 그러면 하이네켄은 판매된 맥주 수만큼 바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거죠. 바는 미리 맥주를 팔아서 좋고, 하이네켄의 후원까지 받게 되는 겁니다. 이 캠페인은 브라질을 시작으로 네덜란드까지, 적어도 20개 나라가 참여할 거라고 합니다.
밀러 라이트는 바텐더를 돕기로 했습니다. 일명 ‘가상의 팁’ 캠페인. 먼저 그들은 백만 달러를 바텐더 조합에 기부했습니다. 아울러 소비자들도 기부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맥주 탭은 잠갔지만, 팁은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모두가 힘든 시기. 비록 락다운했지만 수입이 꾸준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수입이 끊겨 막막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 버거킹이 코로나19를 견디는 방법
버거킹은 잠시 그들의 슬로건을 바꿨습니다. ‘Home of the whopper’에서 ‘Stay home of the whopper’로. 그리고 여러 채널로 그들만의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Burger King | QR Code (출처: 버거킹 유튜브)
먼저 QR코드로 얻는 공짜 와퍼. 영상은 예전에 만들었던 영상입니다. 다만 그 영상엔 QR코드가 뜹니다. TV로 온에어되는 광고는 사방으로 움직이는 QR코드와 함께 등장합니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야 합니다. 스캔에 성공하면 버거킹 앱으로 공짜 와퍼를 하나 얻게 됩니다.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모션은 단 10,000개의 공짜 와퍼만 제공되기에 속도가 생명입니다. 언제 어떤 프로그램에 광고가 걸릴지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선 몇 가지 문제를 냈습니다. 앱에 들어가면 수학, 생물, 화학, 문학 등 여러 과목의 시험문제가 있습니다. 정답을 맞히면 공짜 와퍼를 얻는 식입니다. 버거킹은 학생들을 위해 십오만 개의 쿠폰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가 출제되며 문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에서 볼 수 있습니다.
▲ Burger King | Stay Home of the Whopper (출처: 버거킹 유튜브)
일반 소비자들에겐 카우치 포테이토가 아닌 카우치 포테트리어트(Couch Potariots)가 되라고 합니다.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어 집 쇼파에 누워 있는 것이 애국자라는 의미로 Potatoe와 Patriots를 조합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대신 배달비는 공짜라고 합니다. 영상은 ‘카우치 포테트리어트’가 되라고 하는 순간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쇼파가 세워집니다. 그리고 누워 있던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합니다. 버거킹은 미국 간호사 재단에도 2십5만 개의 와퍼를 지원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문자를 통해 10불을 기부하라고 권합니다.
코로나19에도 버거킹은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와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케팅은 코로나19에도 거뜬해 보입니다.
▣ 모두의 한 목소리
유튜브는 4월 28일, 가장 많은 뷰를 기록한 코로나19 광고를 발표했습니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의 집계로 선정된 12개의 광고는 모두 3천2백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1위는 5백7십만 뷰를 기록한 나이키입니다. “Play for the world” 캠페인입니다. ‘stay-at-home’으로 각자의 힘을 발휘하자는 이야기입니다. 2위 역시 ‘stay home, stay strong’을 전하는 NFL입니다. 이어지는 3위와 4위는 오레오와 펩시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Every Covid-19 Commercial is Exactly the Same (출처: Microsoft Sam 유튜브)
유튜브 크리에이터 숀 해니는 코로나19 클리셰라고 칭합니다. 애플부터 우버까지 수많은 기업이 유사한 광고를 만들었다며 그 유사성을 꼬집었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뮤직, 강조되는 그들의 오랜 전통과 함께해 온 시간, 언급되는 ‘피플, 패밀리, 지금, 불확실한 시대, 전례 없던 시대, 집, 여기, 함께’라는 단어, 그리고 박수. 이 모든 것들이 유사하다고 하죠.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제작해야 하는 시급함, 락다운이라는 같은 조건으로 새로운 촬영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비슷한 톤의 광고를 만들었다고 분석합니다. 많은 광고가 스탁과 기존에 촬영했던 B컷들을 활용했다고 하죠.
중요한 건 그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의 강도겠죠.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강을 지켜야 하고 각자의 룰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를 도와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 모두의 유사한 메시지는 그만큼 중요한 메시지임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하기에 마케팅도 늘 따라서 변합니다. 누구에게나 모두의 힘이 필요한 시기. 그래서 마케터는 좀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제 이 변화는 우리가 한동안 안고 가야 할 일상이니까요. 그러니 더 새로워진 일상공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