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必)환경’ 시대라는 말이 눈에 자주 띄고 있습니다. 환경을 가까이하는 친(親)환경을 넘어서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소비자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의 높아진 관심만큼 기업들 역시 지속 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실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얻고 있습니다.
‘필환경 시대’에 기존의 재활용(Recycling)보다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입니다.
재활용은 기존에 사용된 물건을 원래의 용도로 다시 전환하는 것으로, 그 범위와 활용도가 한정적이라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물건에 창의력과 디자인을 가미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재탄생시키는 개념입니다.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창작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흥미롭고 ‘쿨’하게 여겨지면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자라나는 특별한 나무, 네파 ‘레인트리’
“비 오면 자라나는 특별한 나무가 있다?”
제일기획 로비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특별한 나무가 자라납니다.
나뭇가지 모양의 건조대인 ‘레인트리’로 방수 원단 재질로 만들어진 푸른 나뭇잎 디자인의 우산 커버가 매달려 있죠. 임직원과 방문객이 우천 시 실내에 들어올 때, 젖은 우산의 물기가 바닥을 더럽히지 않도록 물기를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건물을 떠나며 우산 커버를 반납하면 레인트리의 푸른 나뭇잎은 점점 더 무성해집니다. 레인트리에 반납된 우산 커버들은 거꾸로 매달려 다음 사람이 재사용 할 수 있도록 빗물이 빠지게 되죠.
친환경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레인트리’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제일기획과 함께 진행한 ‘네파 레인트리’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제일기획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 단체 등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흔히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우산 커버는 빗물로 인한 실내 오염과 안전사고를 막아주지만, 이로 인해 생겨나는 수많은 비닐 쓰레기가 환경 오염 문제의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네파와 제일기획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고 남은 방수 원단들로 일회용 비닐우산 커버를 대체하는 다회용 우산 커버를 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더욱 무성해지는 나무 형태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살린다는 캠페인의 취지를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2018년에 시작된 이 캠페인은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도시 한편에 버려져 있던 자전거,
세상 밖으로 나오다! 빈폴 ‘Bike We Like’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빈폴은 자전거를 활용해 ‘바이크 위 라이크(Bike We Like)’ 라는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도심에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하고, 업사이클링을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만들어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사회 공헌 캠페인입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자’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진 빈폴은, 브랜드의 상징인 자전거 역시 오랜 기간 세상을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빈폴은 2018년 업사이클 자전거 100대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에 기부한 데에 이어, 지난해에는 충주의 ‘탄금호’에 2인용 자전거 등 총 36대의 자전거를 증정해 관광객들이 무료로 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캠페인 또한 ‘네파 레인트리’와 함께 ‘2019년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을 수상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올해는 일러스트레이터 ‘바바잼(babajam)’과 협업해 캠페인 상품을 출시하며 캠페인의 취지를 더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친환경 DIY 포장박스, ‘에코 패키지’
“고양이 집을 샀더니 TV가 왔어요!”
최근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고되는 라이프스타일 TV를 대상으로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포장재 디자인을 전면 변경한 ‘에코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반려동물용 물품이나 잡지꽂이, 소형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매뉴얼도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매뉴얼을 보고 직접 손쉽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TV 포장재는 제품을 보호해야 하는 특성상 두꺼운 골판지가 주로 사용되는데, 골판지를 포함한 국내 종이 폐기물은 매일 약 5천 톤, 연간으로는 약 200만 톤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2017년 환경부 발표 기준)
반면 삼성전자의 새로운 TV 포장재 ‘에코 패키지’는 종이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기대됩니다. 소비자들이 박스를 그냥 버리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에코 패키지’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하면서 환경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에코 패키지’를 공개하면서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각 브랜드가 얼마나 자신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삼성 TV의 새로운 에코 패키지는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은 브랜드에게 있어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더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