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지’, 좌식 노동자의 뱃살을 포용하다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0.07.16 12:00 조회 2306
 
“광고회사에서 이 바지는 왜 만드는데?”
 
‘이바지’를 와디즈에서 출시할 거라 했을 때, 그리고 출시한 직후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글쎄…. 광고회사라고 전통적인 광고만 하던 시대는 지났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진행해 보니, 이바지 프로젝트도 결국 광고의 연장선상에 있었으니까? 단지 우리가 직접 바지를 만들고 유통까지 한다는 게 달랐을 뿐.
 
어쩌다 보니 옆길로 새어 바지를 만들게 되고, 와디즈에서 광고를 하고 판매까지 하게 됐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바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모든 건 회사에서의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았는데 그날따라 바지가 배를 조였다. 야근을 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날,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았더니 또다시 바지가 배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배가 숨 쉴 수 있게 바지의 단추를 살짝 풀어 봤다. 그리고 모든 게 그렇듯 단지 시작이 어려웠을 뿐,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회사에서 바지가 배를 조여올 때마다 단추를 몰래 풀었다.
 
며칠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팀 사람들 모두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며 일하는 ‘좌식 노동자’인 우리에게 바지로 인한 배 ‘쪼임’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걸 모두가 공감하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지를 만들기로 했다. 바지의 허리 부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더 이상 배를 조이지 않는 바지를, 오장육부부터 마음까지 편안해서 회사 좌식 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지를 만들기로 했다.
 


 
‘이바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3기획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이 있는 제3기획과의 만남은 완성된 상품을 광고만 해 왔던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훌륭한 청사진을 제시해 줬다.
 
이바지에 대한 콘셉트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유한 후에는 패션 디자이너와 미팅을 잡았다. 그때부터였다. 수정의 지옥문이 활짝 열린 건…. 기존의 바지가 앉아 있을 때 허리를 조여 왔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온갖 바지들을 한 번씩 입어 보고, 허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 고민 끝에 탄생한, 뱃살 상태에 따라 후크를 자유롭게 걸어 허리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히든무빙밴드.
 
하나가 해결되니 다른 것들이 문제였다. 바지 원단을 겨우 골랐다 싶으면 핏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핏을 수정하면 바지 밑단이 너무 짧은 것 같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렇게 수십 번의 수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이바지의 최종 완성본을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입었을 때의 리얼한 느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회사 직원들로 촬영을 진행한 룩북
 



 
바지를 만들어 팔기로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속편한 바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떠올랐던 고민이 ‘어디에서 판매할 것인가’였다. 온라인 웹사이트에 입점을 문의해서 팔 수도 있고, 제3기획의 쇼핑몰에서 팔 수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된 판매처는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 와디즈였다.
 
와디즈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펀딩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주문을 하고, 펀딩이 종료됨과 동시에 주문량이 집계돼 그 수량만큼 제작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재고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처음 출시되는 신제품들이 주로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도 세상에 처음 출사표를 던지는 이바지를 판매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와디즈에 노출된 이바지 광고 페이지.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와디즈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오직 광고 상세 페이지로만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제품의 광고 상세 페이지를 보고 마음에 들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감히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구매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마음에는 작은 팬심이 생겨난다. 좋은 제품을 내가 먼저 알아봤다는 안목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그 제품과 브랜드가 잘 성장하기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동시에 자라난다.
한 제품이나 브랜드가 많이 팔리고 궁극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의 존재가 절대적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바지도 팬이 필요했다. 누구나 아는 패션 금수저 브랜드에서 태어난 상품도 아니고,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바지이기에 아무런 편견 없이 이바지를 기꺼이 선택해 입고 좋아해 줄 팬을.
 
그리고 감사하게도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펀딩을 진행한 결과 2625%의 성공률을 달성하며 이바지의 1호 팬들을 만나게 됐다.
 



 
이제 이바지는 이바지를 지지해 준 팬들에게 날아갈 모든 채비를 마치고, 그들을 만나게 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와디즈 펀딩을 시작하고 매일같이 펀딩 성공률을 체크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우리를 선택해 준 팬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바지여야 할 텐데….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바지를 선택해 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제 곧, 드디어 만나게 될 소중한 이바지 1호 팬분들이여! 모쪼록 이바지가 당신의 팬심에 부응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좌식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오늘도 회사에 앉아 일하고 있는 우리네 모두의 속 편한 회사 생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일기획   이정석 프로(권민선CD팀)
7월호 ·  매거진 ·  바지 ·  와디즈 ·  이바지 ·  제3기획 ·  제일기획 ·  제일매거진 ·  좌식 노동자 ·  직장인 ·  직장인 바지 ·  편한 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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