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혹은 “Whiskey”
무엇이 맞을까요?
두 가지 모두 맞는 표현입니다.
통상 영국, 캐나다, 일본 위스키들은 Scotch Whisky, Canadian Whisky, Japanese Whisky 등 Whisky로, 미국, 아일랜드 위스키들은 Bourbon Whiskey, Tennessee Whiskey, Irish Whiskey 등 Whiskey라고 중간에 ‘e’를 넣어 표기합니다.
‘e’가 들어가느냐 없느냐는 Scotch Whisky와 Irish Whiskey 간의 자존심 대결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위스키의 원조를 서로가 주장해오고 있는데,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Scotch Whisky와 차별화시키고 싶은 Irish Whiskey에서는 ‘e’를 넣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카치 위스키 판매량 1위 조니워커(좌)와 아이리쉬 위스키 판매량 1위 제임슨(우) (출처: 조니워커, 제임슨 공식 홈페이지)
▣ “Whisky” or “Whiskey”?
사실 역사적 기록이 많은 Scotch Whisky가 위스키의 원조라고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Irish Whiskey가 더 먼저 시작됐고 Scotland로 전파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e’를 넣은 Whiskey라고 표기를 할까요?
▲ Maker’s Mark의 위스키에 ‘e’가 들어가는 이유 (출처 : Maker’s Mark 공식 트위터)
이는 미국에서 위스키를 처음 제조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Ireland 이민자들로, 주로 Kentucky주 및 Tennessee주에서 이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옥수수(Corn) 혹은 호밀(Rye)를 사용하여 위스키를 제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 Irish 사람들의 영향으로 미국의 대부분 위스키는 Whiskey로 표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Maker’s Mark만 ‘e’가 없이 Bourbon Whisky라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창업자가 Scotch Whisky 전통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 하네요.
▣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American Whiskey
스코틀랜드가 Scotch Whisky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품질관리를 하듯, 미국에서도 Bourbon Whiskey를 포함한 American Whiskey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Scotch Whisky는 기본 재료가 Malted Barley(싹 띄운 보리)인 반면, American Whiskey는 옥수수(Corn)와 호밀(Rye), 밀(Wheat) 등 다양한 cereal grain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재료에 대한 기준으로 Bourbon whiskey는 Corn이 51% 이상, Rye whiskey는 Rye를 51% 이상, Wheat whiskey는 wheat를 51% 이상 사용해야 해당 재료를 표시하는 위스키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상 American Whiskey라고 하면 Bourbon Whiskey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Bourbon은 재료상 분류되는 American Whiskey 중 한 가지 종류일 뿐입니다.
▲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ey 대표 브랜드 JIM BEAM(좌). 참고로 콜라 타서 많이들 드시는 Jack Daniel’s(우)도 Bourbon Whiskey로 아는 분들이 많지만 이는 분류상 Tennessee Whiskey라고 하여 Bourbon Whiskey와 구별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구별은 추후 American Whiskey 2탄에서 계속) (출처: 짐 빔, 잭 다니엘 공식 홈페이지)
그 외에도 처음 증류 시 160 proof(알코올 약 80%)를 넘지 말아야 하고, 내부를 불로 그을린 새 오크통에 보관해야 하며, 오크통에 보관 시 125 proof를 넘지 말아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Straight Bourbon”이라고 명칭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지켜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버번 위스키에 “OOO(지역명) Straight Bourbon Whiskey”라 적혀 있으면 버번 중에서도 나름 고급 위스키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메리칸 위스키들은 대부분 오크통 숙성 기간이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꽤 짧기 때문에-스카치 위스키는 법적으로 최소 3년, 통상 출시 제품이 최소 9년 이상- 상대적으로 고급이라 하더라도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서는 그만큼 값도 저렴하고 맛에서도 고급감은 덜한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는 지극히 제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내용입니다.)
▣ 전통적인 알코올 표기법, ‘proof’
미국 위스키는 특이하게도 알코올 표기를 proof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통상 위스키의 알코올 함량 표기는 글로벌 공통으로 ABV(Alcohol by volume)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소위 우리가 “이 술은 알코올이 40도짜리야”라고 할 경우, ABV 40%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근데 미국은 왜 또 글로벌 공통 표기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미국이 거리, 높이, 무게 등 미국만의 계량 단위를 사용하는 것처럼 술에서도 알코올 표시를 독자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알코올 측정 방법
(출처: Posted by LauraFields on Oct 6, 2015 in American whiskey, Distillation, History, Reference, Whiskey Facts, Whiskey laws and regulations)
사실 proof라는 단위는 원래 영국에서 시작된 표기입니다. 오래전에는 술에 포함된 알코올 함량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적정 알코올양을 측정하기 위해 화약(gun powder)에 위스키를 적셔 불이 붙는지 안 붙는지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불이 붙으면 “Above Proof~!! 알코올 함량이 증명됐어~!”의 의미인 거죠. 그렇지 않을 경우엔 “Under Proof, 함량 미달”이라 하였고 불이 붙는 그 기준이 100 proof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ABV 50%)
구매자 입장에서는 비싸게 산 위스키에 물을 타서 눈속임을 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에서는 적정량 이상의 알코올이 들어가면 그에 대한 세금을 거두기 위함이라 눈에 불을 켜고 측정을 한 것 같습니다. (^^)
그러나 이 방법은 기온과 습도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향후 알코올 측정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용되지 않게 되었으나 미국에서만 사용하는 단위라 보시면 되며, 통상 proof의 50%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알코올 함량 %라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 영화 속에서 만난 American Whiskey
Scotch Whisky 못지않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종류도 다양한 American Whiskey.
이 American Whiskey가 엄청나게 등장하는 한 영화가 있죠? 바로 “Kingsman – Golden Circle”
▲Kingsman: The Golden Circle 공식 트레일러(출처: 20th Century Studios 유튜브 채널)
런던 Kingsman 기지와 비밀 아지트 양복점이 폭파된 후 마시는 술이 주인공들을 미국 Kentucky로 이끕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Statesman Distillery라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은 미국에 있는 Kingsman 자매 스파이 조직이 위장기지로 삼고 있는 곳이죠.
▲Old Forester와 영화 킹스맨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 탄생한 Statesman Edition (출처: BROWN-FORMAN)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Whiskey 관련 내용 중 실제와 다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위스키 브랜드 네임입니다.
▣ 영화를 현실로 바꾼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영화 속에 나오는 Statesman이라는 위스키 네임은 실재하지는 않고 영화에서 지어낸 이름입니다. 단, American Whiskey 중 가장 오래된 Bourbon Whiskey 브랜드인 Old Forester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여 Statesman Edition을 발매하였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Bourbon Whiskey 브랜드인 Old Forester (출처: 올드 포레스터 공식 홈페이지)
Old Forester는 미국에서 Bourbon을 최초로 병입하여 판매한 브랜드입니다. 위 로고에도 자랑스럽게 적어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Bar나 Salon에서 술을 팔 때 오크통을 그대로 옮겨 놓고 거기서 잔에 따라주어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 Old Forester가 유리병에 담아 팔기 시작을 한 최초의 브랜드라 하더군요.
Kingsman이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며 양복점과 같이 영국의 전통과 권위를 나타낼 수 있는 item에 대해 고민을 하다 Whiskey 증류소를 선택하고, 그중에서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는 Old Forester와 Co-Marketing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Old Forester 입장에서도 그들의 역사와 전통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Kingsman 2편에서 American Whiskey를 소재로, 그것도 Old Forester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한 이유를 알고 나니 이들의 치밀한 계획에 경의를 표하게 되더군요. 저에게는 Brand Collaboration을 생각할 때 어느 수준까지 고민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저 위스키를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술 마시는 이유는 100만 가지가 넘죠? ^^)
미국 위스키도 스카치 위스키 못지않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가격도 저가에서 엄청난 고가 위스키까지, 사용되는 재료들도 다양하니 그 다양함을 비교 음미해 보며 한 번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