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올해만큼 일상에서 큰 변화를 겪은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힘들고 어려웠던 2020년,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과 안전한 삶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진 한해였죠. 최근 Covid-19의 재확산으로 온라인 쇼핑과 간편식, 배달 주문 등이 늘어나면서 일회용품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건강한 미래에 대한 희망만큼 일상 속 작은 실천,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로웨이스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생산과 소비를 통해 자원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입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제품을 이루는 성분과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도 친환경적인 제로웨이스트 생활 원칙과 제품을 소개하는 장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건강한 삶을 위한 우리의 변화된 행동을 이끄는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을 알리고 이를 위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알맹이만 리필하고 쓰레기는 재활용하자. 알맹상점
가게 명칭부터 이목을 끄는 이곳은 최근 인기 있는 제로웨이스트 가게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기 위한 제일 기본 원칙은 역시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과 용기의 재사용일 텐데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리필은 이제 우리 삶의 필수적인 생활 문화가 되었죠. 지난 6월 오픈한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라는 슬로건처럼, 불필요한 껍데기 즉 포장이나 용기를 버리고 필수적인 알맹이만 판매하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무포장 제품만을 판매하고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세제나 화장품 등은 대용량으로 갖추고 원하는 만큼 용기에 덜어 판매하고 있죠. 이를 위해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액체류 제품은 그램(g) 단위로 계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알맹상점 내외부. 다회용 빨대, 친환경 수세미, 플라스틱 화분 대신 쓸 수 있는 코코넛 화분, 고체 치약 등 생활필수품들을 구비하여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알맹상점의 대표 공간, 리필스테이션. 빈 용기를 가져가거나 알맹상점에서 용기를 대여하여 세제, 화장품, 발사믹 & 올리브 오일, 잎차 등 ‘알맹이’만 구입 가능합니다.
알맹상점은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회수하는 역할을 위해 알맹커뮤니티 회수 센터도 운영 하고 있습니다. 에코백을 기부하면 망원시장에 장을 보러 오신 분들께 대여하고 원두 가루는 커피화분이나 방향제로, 우유팩이나 플라스틱 뚜껑을 수거하여 치약 짜개, 화장지 등으로 재탄생 시킨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주 기부하시는 분들을 위한 선물을 증정하는 리워드 프로그램도 제공하여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자원 순환을 위한 기부도 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통한 만족까지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lmangmarket/
▣ 국내 최초 제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피커(The Picker)
성수동에 위치한 더피커는 2016년에 오픈한 국내 최초 ‘패키지 프리 스토어’입니다. “일상에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슬로건으로 국내에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하는 다양한 트렌드를 이끌어 낸 곳이죠. 그중 더피커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그로서란트(Grocerant)는 식재료(Grocery)와 식당(Restaurant)을 합쳐 만든 용어로, 구매한 식재료들을 그 자리에서 요리해 먹는다는 뜻인데요. 더피커에서는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흠이 많아 판매하지 못하는 식재료들을 활용해 간단한 요리를 판매하며 그로서란트 개념을 처음 알렸습니다.
올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로 상점을 이전하면서 카페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 식재료 구입이 가능한 무포장 그로서리마켓 (Grocery Market)과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할 제품들을 알리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죠. 또한 더피커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의 개념도 적극적으로 소개한 곳인데요. 프리사이클링은 미리 조금 수고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로 처음 제품을 구매할 때부터 재활용 가능성과 무포장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쓰레기 배출 자체를 최소화하는 움직임으로 텀블러 들고 가기, 장바구기 가져가기, 영수증 안 받기 등도 프리사이클링 실천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더피커에서 판매하는 식재료의 경우, 화학 연료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거나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등 친환경 농장에서 재배된 곡류와 견과류 등을 엄선해서 취급합니다. 소비자는 유리병이나 더스트백, 생분해성 테이크아웃 용기를 구매 가능하며 보증금 형식으로 매장에 다시 가져오면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공유플랫폼 헤이그라운드로 옮기면서 규모는 작아졌지만, 자원의 순환과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기 위한 알찬 제품들과 더피커의 철학을 내실 있게 알리고 있습니다.
▲더피커의 제로웨이스트 입문자용 안내서, 제로웨이스트학개론이 곳곳에 비치된 내부.
▲비닐랩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재인 밀랍랩과 제로웨이스트 인기품 중 하나인 천연 설거지 비누 등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착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더피커.
포장과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폐기되었을 때의 순환을 고려한 엄선된 제품들을 판매하는 더피커는 포장 폐기물 감소를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며, 여러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자체 브랜드 제품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스토어도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림과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매장에서 직접 선택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더 쉽게 구매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더피커 (The Picker) 온라인사이트: https://thepicker.net/
▣ 건강한 지구를 연구하는 別別(별별)가게, 지구별가게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지만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게 하고 싶어 오픈하게 되었다는 제주의 지구별가게는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면냅킨, 면생리대 등 다회용품을 제작하는 ‘지구를 지키는 소소한 즐거움: 소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 우수 마을기업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디자인도 예쁜 다회용 생활용품과 유기농 원단의 패브릭 제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 지구를 살리는 별별 걸 다 파는 지구별가게 (영상 출처: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 공식페이지)
▲제로웨이스트 리빙랩 지구별가게. 제로웨이스트 입문을 쉽게 도와주는 아기자기한 제품들과 다양한 환경 관련 정보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법의 근간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만큼 ‘지구’를 뜻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상점들이 많다고 느꼈는데요. ‘건강한 지구를 연구하는 별별가게’, ‘지구를 살리는 별별 제품을 다 파는 가게’라는 상호명이 직관적으로 이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합니다.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로웨이스트 관련 정보와 실천 방법 등을 센스있는 글과 그림으로 함께 소개하고 있어 제로웨이스트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도,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장소입니다. 앞으로도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지역거점이자 관광명소로 활발한 운영이 기대됩니다.
▣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의 시작점, 제로웨이스트 가게
다양한 경험과 가치 있는 행동을 좋아하고 찾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SNS상에서 자신들의 가치 소비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에게 제로웨이스트는 하나의 개인 취향 요소로써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트렌드가 된 것이죠. 이런 변화된 소비 패턴에 부합하기 위해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리테일 매장도 리필스테이션을 만들어 환경친화적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해 본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은 공통적으로 플라스틱의 소비를 억제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임과 동시에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일상에서 시작하는 생활 밀착형 소비인 만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더 선호하는데요. 그렇기에 지역에 생긴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그 동네의 환경 운동을 이끄는 거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보단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그 수는 부족하다 생각됩니다. 앞으로 동네 곳곳에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가게들이 더 늘어나고 더 많은 기업에서도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할 방법을 선보여 친환경 제품과 실천 방법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