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미켈라(Lil Miquela): 주근깨가 매력적인 ‘브라질과 미국계 혼혈’ 19세 소녀’ 버추얼 인플루언서 (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디폴트 세팅 : 예쁘기만 해선 부족, 개성이 필요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기만 한다고 가상 인물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탄생하기 위해선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 번째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디폴트 세팅’이다. 가상의 인물이 실존하는 것과 같이 느껴질 수 있게 그에게도 ‘가상’으로 만들어진 육체와 정신이 필요하다. AI 기술로 생성한 얼굴이든, 게임 캐릭터처럼 그래픽을 만든 전신 아바타든 외형이 필요하다. 무조건 예쁘고 잘생기게 만든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인간을 닮은 존재를 보는 우리 눈은 매우 예민하다. 눈, 코, 입 모두 최고의 미남미녀에게서 따와도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게임 속 캐릭터를 만들 때, 실제 인간의 얼굴을 본 뜨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매력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외형, 무엇보다 개성 있는 페르소나가 드러나는 외형과 성격이 필요하다.
(출처: 릴 미겔라 유투브 공식채널)
인플루언서 자질 : 선망하는 모습+친근한 소통
인플루언서는 선망성, 진정성, 신뢰성, 친밀성 등 팬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의 정방향 프레임 속 이미지와 같은 선별된 스냅샷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가상의 인플루언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외모부터 취향까지 타깃 팔로워가 선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실제 인플루언서가 그렇듯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의 반응에 답글을 달고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모습은 MZ 세대가 선망할 만한 모습이나 친근한 모습인 경우가 많다.
릴 미켈라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앨범 발매하기도 한다 (출처 스포티파이)
싱크 : 현실 세상과 하나되어 벌어지는 티키타카
마지막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디폴트 세팅과 현실 사이의 ‘티키타카’, 싱크가 생길 때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릴 미켈라는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슬퍼하는 모습,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노래로 만들었고, 음악 활동을 통해 뮤지션으로서 꿈을 이루는 모습 등 그의 이야기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 나갔고 사람들은 이런 릴의 모습을 좋아했다. 디테일할수록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사람들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팬이 되고 그들에게 더욱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BlackLivesMatter, 환경 보호, 투표 장려 등 정치적 메시지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등 현실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한몫한다.
흑인 인권 운동 #BlackLivesMatter 에 동참하는 릴 미켈라(출처: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lilmiquela)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앞서 예시로 언급된 릴 미켈라 외에도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서 활동하면서 팬덤을 쌓고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로지(@rozy.gram)
Z세대가 열광하는 셀럽을 분석해 3D 기술로 동양적인 얼굴과 남다른 신체 비율,
젊은 세대가 열광할 만한 패션 센스와 말투를 지닌 한국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imma.gram)
일본 CG 회사 ModelingCafe에서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 미술에 관심이 많은 도쿄에 사는 20대 여성
슈두(@shudu.gram)
영국 출신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패션 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상 모델
에스파 @aespa
현실 아이돌 멤버와 가상 세계 아바타가 한 팀을 이뤄 활동하는 SM 엔터테인먼트의 K팝 걸그룹
케이디에이 @K/DA
리그 오브 레전드 2018 월드 챔피언십을 기념하기 위해 라이엇에서 선보인 가상 K팝 걸그룹
루이 @RuiCovery 유튜브 채널
유명 노래를 따라서 부르는 가상 커버 가수 루이,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를 진행
아뽀키 @apoki.tv 틱톡 채널
K팝 스타들의 노래와 댄스 커버 영상을 업로드하며 실시간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하는 버추얼 휴먼 아뽀키
마야 @mayaaa.gram
동남아계 20대 여성 모델로, 푸마에서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
루 도 마갈루(Lu do Magalu) @magazinluiza
유튜브 iBlogTV를 마케팅하기 위해 10년 전에 처음 등장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브라질 유통업체 Magazine Luiza의 가상 모델
부담 없이 우리 곁에 성큼
과거 SF 영화는 사람을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를 무섭게 그려내곤 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역시 가짜 인간이라며 꺼릴 수도 있었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을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존재로 쉽게 수용하고 있다. 가상의 존재인 만큼 팬들이 각자 생각하는 대로 이해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인 것처럼 상상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라일라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상 속 친구인 빙봉을 창조해내고 그와 함께 놀고 웃고 떠드는 것처럼 우리는 각자 다르게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으로 그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호작용한다.
한편, 때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조금 더 관대하게 대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의 자질이라 여겨지는 것이 바로 ‘진정성(Authenticity)’이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진짜처럼 꾸며진 것들로 이뤄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버추얼 인플루언서에게 진짜를 강요하지 않는다. 가상이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진실성 혹은 진정성은 살짝 배제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지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단편적인 이미지나 영상으로 우리와 만나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진화함에 따라 우리는 더욱 풍성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처럼 내 옆에 다가와 함께 대화하고, 놀고, 일하는 버추얼 존재들이 생겨난다면,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우리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을까?
제일기획 최지은 프로 (소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