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목적지를 향해 직선으로 달리는 행위라면, 여행은 목적지에 닿기까지 가능한 한 우회하려는 시도이지 않을까.”
-빼기의 여행 중-
여행자가 꼭 빠른 경로만 추천 받아야 할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제주도. 하지만 대부분 렌터카로 여행하면서 빠른 길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기에 목적지까지 지루한 일주 도로로 이동하게 된다. 그나마 해안 도로로 달려보려고 하면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계속 일주 도로로 유도하면서 여행을 방해한다.
빠른 경로 추천이 아닌, 오히려 느리지만 아름다운 길이 여행의 의미에 더 어울리진 않을까? 여행자를 위해 느린 길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이란 아이디어가 슬로우로드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빅데이터로 만든 7개 권역, 50개 테마 루트
우리는 먼저 제주도청, 제주관광공사 등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제주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10,000개의 POI 정보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국내외 포털사이트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 성별?연령별?월별?계절별 검색량과 관심도, 웹 발행량과 연관 키워드 등의 빅데이터를 반영하여 50개의 테마 루트를 만들었다. 테마 루트들은 다시 제주를 제주공항, 애월/한림, 중문, 서귀포, 성산/표선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한눈에 보기 편한 슬로우로드 맵으로 시각화하였다. 특히, 점점 쌓여가는 관광 빅데이터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제주도청과 제주관광공사는 슬로우로드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좋은 루트들이 개발될 수 있었다.
슬로우로드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제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제일기획은 슬로우로드 서비스 최초 기획과 실행, 홍보영상 제작을, 제주관광공사는 관광 데이터를 활용한 여행 경로 개발과 서비스 페이지 구축을, T맵 모빌리티는 T맵 내 슬로우로드 서비스 적용을 위한 기술 지원을, 마지막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빅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민관협력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힘을 모았다.
론칭 첫 주, 제주 여행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다
슬로우로드 서비스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오픈 베타 버전의 T맵 애플리케이션과 제주관광공사 공식 관광 포털 ‘비짓제주(Visit Jeju)’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오픈 베타 버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론칭 첫 주만에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비짓제주 모바일 사이트 접속자 수는 전월 대비 500% 이상, T맵 배너의 클릭 수는 타 배너 대비 200% 이상, 제주 지역 목적지 호출 건수는 36% 이상 증가했다. 캠페인 홍보는 제주관광공사가 비짓제주 모바일 사이트 배너와 김포공항 청사 내부, 제주시 노형오거리 이마트의 디지털 옥외광고를, T맵이 인트로 팝업 배너와 검색 히스토리의 격자 배너를 제공했다. 그 결과 슬로우로드 캠페인은 온드미디어 만으로 론칭 1주일 만에 2억 원 가까운 매체 효과를 달성했다.
위드코로나 시대, 떨어져 있기에 더 안전한 여행
(출처: JIBS | SBS 뉴스)
특히,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도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슬로우로드가 특정 유명 지역에만 몰리는 것을 분산시켜 여행객들에게 더 다양한 제주를 경험을 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안전한 새로운 자동차 여행법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슬로우로드 서비스는 현재 안드로이드만 지원하지만 5월 중 iOS 지원과 함께 정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고, 제주 이외의 타 지역으로의 확대도 논의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의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언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오는 뉴노멀의 세상에서 슬로우로드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했다. 시작은 제주도이지만 대한민국 전국 곳곳을 넘어 LA 해안도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프랑스 와인 투어 등 여러 가지 버전의 슬로우로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