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매체를 집행하는 미디어 플래너는 대부분 변명 중이다. 코로나 초기에 상승했던 방송 시청률도 이젠 제자리를 찾아가는지 코로나 이전인 19년보다도 떨어지는 추세고, 이와 함께 작년 한 해를 참고 기다렸던 방송 매체 청약은 증가하며 ‘효율’이라는 지표가 매우 불안해졌다. 보통 방송 광고의 효율성은 얼마의 예산을 가지고 시청률 1%를 가져오느냐의 싸움이다. 시청률은 당연히 광고 효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제 1%를 기록하던 시청률이 오늘 0.9%가 된다면, 방송 단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같은 값을 내고도 시청률 변화 차이인 0.1%를 덜 획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 0.1%의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 보너스다. 헌데 최근 방송 청약이 많아지고, 지급되는 보너스 경쟁이 제로섬 안에서 결정되다 보니 어제는 10% 지급되던 보너스가 오늘은 7~8%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시청률 0.1%의 차이를 보완할 수 있었던 보너스가 또 그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목표했던 방송 광고 효율은 대부분 10~20% 정도 미달인 상태다. 보통 어느 광고주에게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목표 제시는 철퇴(?)를 맞기 때문에, 더러 목표 수준에서 30~40%나 부족할 정도로 처참한 경우도 있다.
▲2020년 4월과 2021년 4월 주요 채널의 시청률(%) 비교 (출처: AGB Nielsen)
먼저 시청률 변화를 자세히 보자. 위 표는 올해 4월과 작년 4월 주요 채널에서의 시청률 차이다. 보통 구매력이 있는 미래 가망 고객이 마케팅 타깃이기 때문에 2049세대를 보통 주요 미디어 타깃으로도 설정한다. 이들의 시청률은 전년 대비 올해 4월 지상파에서 27%, JTBC에서 37% 가까이 감소했다. TV 시청 습관에 따른 순수한 외부 요인으로만 보자면 지상파의 감소 폭인 약 30%가 정상적인 시청률 감소 상태로 추정된다.
지상파가 가진 채널 대표성도 그렇지만, JTBC는 작년 동기 절대 이슈를 보였던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후 뚜렷한 이슈작이 없었던 점이 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tvN은 금요 예능과 주말드라마가 나름 시즌마다 시청률을 견인해 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2020년 4월과 2021년 4월의 주요 방송 채널 연령대별 시청률(%) 비교 (출처: AGB Nielsen)
마케팅 타깃이 아닌 세대별 타깃으로 나누어 보면 시청률 변화의 속성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지상파는 10대의 시청 이탈이 좀 크지만 전반적으로 고르게 25% 정도가 빠졌다. JTBC는 40~50대에서는 지상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청률이 빠졌지만, 20~30대에서는 거의 50% 가깝게 시청률 하락 폭이 컸다. 이슈성에 따라 TV 소비량 변화가 큰 2030 타깃의 속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049세대 시청률이 전년과 비슷한 tvN은 세대별 증감 편차가 좀 재미있게 나타났는데, 20대와 40대 이상에서 시청률 상승, 중간 타깃인 30대에서는 20% 가깝게 빠졌다. 이는 기존까지 tvN이 젊은 타깃에서의 반응이 좋고 시청률의 속성이 젊은 브랜드에 맞는다는 가설에 더해, 사실상 지상파의 든든한 매체 이용층이던 40대 이상까지도 tvN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4월과 2021년 4월 지상파 프로그램별 상위 10 시청률(%) 비교 (출처: AGB Nielsen)
▲2020년 4월과 2021년 4월 JTBC 프로그램별 상위 10 시청률(%) 비교 (출처: AGB Nielsen)
▲2020년 4월과 2021년 4월 tvN 프로그램별 상위 10 시청률(%) 비교 (출처: AGB Nielsen)
프로그램별로 보는 2049세대의 시청률은 또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지상파는 오히려 TOP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증가했다. 큰 이슈를 몰고 온 SBS 금토 드라마나 MBC ”놀면 뭐하니”가 대표적이다. 다만 중위권 이하의 시청률이 감소하며 편차가 커졌는데, 이는 과거에 시청률이 떨어졌어도 그나마 편차가 적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던 지상파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추세가 오래 간다면 기존 tvN이나 JTBC가 그러했듯 이슈 프로그램 한두 개만을 가져가기 위해 지상파의 패키지 청약이 본격화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적어도 현재까지는 프로그램 단위의 구매 방식이다). JTBC는 전반적으로 힘이 많이 빠졌다. 그나마 중위권 시청률의 프로그램들은 전년과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다소 위안으로 보인다. tvN은 TOP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조금 떨어졌지만, 중위권 이하 프로그램의 성장이 좋은 편이다.
앞서 타깃에서 20대와 40대 이상 세대의 시청률 증가를 언급했는데, 아마도 이런 중위권 이하 시청률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가장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는 시청률 안정성이 떨어지는 지상파와 대척점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원인은 tvN 채널 번호 3번으로의 이동, 다양한 타깃을 염두에 둔 정보성 콘텐츠 구비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이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3년간 1~4월 주요 방송 채널 광고 매출 추정치 비교(억원)
효율 미달은 앞서 설명처럼 이런 시청률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방송 시청률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비슷한 효율 목표 수준을 제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증가했던 ‘보너스’ 덕이다. 이런 보너스는 방송 청약 시장이 얼마나 포화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제 최근 방송 매체의 광고 매출 추정을 보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2019년은 매년 증가하던 보너스율이 다소 주춤하기 시작한 해로서, 보너스율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었던 해였는데, 19년 대비해서도 현재 방송 시장은 활황으로 보인다. 특히 이슈성이 집중된 지상파는 그간 영향력 하락의 오명에도 여타 케이블 주요 채널 대비 상승율이 38% 수준으로 가장 눈에 띈다. 또 최근 시청률 부침을 겪고 있는 JTBC도 역시 19년 대비 17% 정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특정 매체에 편중된 증가가 아닌, 21년 상반기는 본격적인 시장 회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시장 활성화는 직접적으로 보너스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광고주별로 보너스율 집계 기준이 달라 정확한 측정치를 제시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매출량 증가치만큼 반비례한 보너스율 감소로 보는 게 그나마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감소 폭은 대략 20~30%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시청률의 30% 하락에도 보너스율 자체가 20~30% 줄고 있다는 건, 방송 효율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다. 사실 방송 매체 운영이 그간 예측이나 기획을 바탕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닌 ‘그런 거 잘 모르겠고’, 무조건 맞춰야 하는 숫자로 설명되었다는 점, 그런 방식이 수년간 쌓여 왔다는 점에서 올해는 여러모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게도 이제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완화된 목표에 대한 납득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자료 출처: AGB Nielsen(수도권 광고 시청률), 매체별 추정 자료(광고 매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