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민정 / 바이브컴퍼니 마이닝콘텐츠랩 연구원, 생활변화관측소 에디터. 국내외 트렌드 및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21 트렌드노트> 공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는 2021년, 우리 삶에 자리잡았다. 실내외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다양한 당일배송으로 일상을 해결한다. 마케팅 역시 급변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이 강제적으로 제한되며 대부분의 마케팅 수단이 온라인으로 옮겨진 지금, 눈에 띄는 마케팅을 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소셜빅데이터상에서도 온라인으로 움직이는 소비자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 그것도 수많은 정보와 광고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기술을 통해 몰입을 높이는 소비자 경험 구축
가장 눈에 띄는 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동이다. 대다수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현장감이 주는 파워를 적절하게 이용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마케팅이 전환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이 현실감에서 오는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모니터, 모바일 너머로 전달할 것인가이다. 그래서 대부분 브랜드는 새로운 IT 기술을 접목하는 쪽을 택한다. 특히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제품을 시도해볼 수 있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눈에 띈다.
구찌가 선보인 AR 운동화 피팅 서비스 / 출처 구찌 공식 IOS 페이지 캡처
가장 빨리 움직인 곳은 뷰티와 패션계. 디지털을 잘 활용하기로 정평이 난 구찌는 2021 S/S 컬렉션 컨셉을 소비자가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며 스크린으로 구찌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제작했다. 또한 구찌앱으로 스니커즈를 바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해 지속적으로 브랜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할 수 있지만 로블록스나 AR로만 신을 수 있는 가상 운동화를 11.99달러(약 1만 3,400원)에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젠틀몬스터 역시 인스타그램 AR 필터를 이용해 자사 선글라스의 느낌을 구현할 수 있게 했고, 핀터레스트 역시 Try-on 기능을 이용해 각 메이크업 브랜드의 발색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해외만 가능).
기술이 단순 제품 체험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메시지와 이벤트로도 기술을 활용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자신의 브랜드 철학을 담아 에베레스트 등반가들과 함께 산을 등반하는 AR 아이템을 만들어 반응을 얻었다. 또한 나이키 브라질의 에어맥스 2090은 하늘을 찍으면 화면 안에 에어맥스 모양의 구름이 등장해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강력한 온라인 강자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
오프라인에 존재하던 마케팅이 온라인으로 옮겨왔을 때 기존의 온라인 베이스 마케팅은 어떻게 변화할까?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기도 하지만,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고 강화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각 쇼핑몰이 짜 맞춘 듯이 시작한 ‘라이브쇼핑’이다.
배민 쇼핑라이브 화면 캡처
네이버, SSG, 위메프 등이 자체 플랫폼에서 저렴한 가격, 믿을 수 있는 생산자의 솔직함 등을 내세워 라이브쇼핑을 시작한 것에 이어, 배민의 방향성 변화가 다소 눈에 띈다. 국내 배달업계를 꽉 쥐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최근 맛집 배달 외에도 ‘배민쇼핑라이브’를 진행하며 지역 맛집 밀키트를 핵심 차별 컨텐츠로 삼고 있다. 과연 사람들이 라이브쇼핑에 반응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최대 15만뷰 이상의 뷰수를 자랑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배달의민족이 B마트의 확대에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편의점과 마트조차 나가기 꺼려지는 상황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30분 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여타 다른 당일 배송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좌) 국내 최초 과자 구독 서비스 롯데제과 '월간 과자' (우) 아이스크림 정기구독 서비스 롯데제과 '월간 아이스' /
출처 롯데제과 인스타그램
새로운 서비스를 이야기하자면 구독 시스템도 빠질 수 없다. 구독 형태의 온라인 마케팅은 코로나 이전부터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의 구독경제가 특정한 취향을 가진 특정 계층을 노린 마케팅이었다면, 현시대의 구독경제는 좀 더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소비자를 노린다. 롯데제과의 ‘월간 과자’ ‘월간 아이스’의 경우 몰아치는 식품 마케팅의 세계에서 새로운 제품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신제품과 기존 인기 제품들을 섞어 매달 제공해 호기심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GS25를 비롯한 편의점의 커피 구독 시스템은 편의점 커피를 구매하는 소비층이 꾸준히 있음을 파악하고,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그럼에도 오프라인으로 오게 하는 마력: 보이지 않는 가치의 실체화
그렇다면 모든 마케팅은 온라인으로 가버렸을까? 아니다. 여전히 사람들의 언어 속에서 핫플레이스에 대한 열망은 꺼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 줄어들었던 핫플레이스 언급량은 2021년 상반기,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외출에 대해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가치 있는 프로모션이 아닌 이상, 기업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에 기꺼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오프라인에 줄 서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손에 잡히는 유형의 가치가 오히려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면, 오프라인에는 무형의 가치를 손에 잡히게 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쇼메이커스가 진행하는 ‘BGZT Lab by 번개장터’의 예를 들어보자.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던 중고거래, 한정판 거래를 눈앞에 가져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최근 리셀과 래플로 화제가 된 운동화 전문 공간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번개장터는 중고나라, 당근마켓에 비해 다소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n백만 원 이상의 조던 한정판을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터를 만들며 어플 설치, 사용 유도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좌) 국내 최대 한정판 스니커즈 컬렉션숍 'BGZT Lab by 번개장터' (우) 주식 투자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모의투자 체험 공간 'NH슈퍼스톡마켓' 굿즈 / 출처 번개장터 인스타그램 @bgztmag, NH투자증권 공식 블로그
무형의 가치를 유형화해 오프라인으로 이끈 또 다른 사례는 NH슈퍼스톡마켓이다. 슈퍼마켓처럼 전시된 공간에 주식 종목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1억 내의 모의투자를 해볼 수 있게 한 프로모션이다. 투자증권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최근 MZ세대에게 관심이 높아지는 주식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라는 개념을 사고파는 기업의 마케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어트랙션 같은 경험을 선사하며 재미있는 사례로 자리잡았다.
이제 오프라인‘만’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은 사라졌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던 브랜드들도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는 가치와 중심의 마케팅만이 남고, 실제 돈을 쓰는 소비는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를 올리려는 마케팅 시도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됐건 치열한 온라인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소비자에게 ‘우리만의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남겨주는 마케팅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이야기, 요즘 뭐가 뜨니 탑승해보자는 이야기 말고, 우리 브랜드와 제품에 정확히 매칭되어 주요 소비자에게 강렬한 기억과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마케팅을 신중하게 펼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