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로잡는 그린 캠페인의 조건?
김슬_트렌드 미디어 ‘캐릿’ 에디터
‘용기 내.’ 무슨 뜻으로 읽히는가? ‘Cheer up’의 의미라고 생각했다면 반쪽짜리 정답이다. ‘용기 내’는 요즘 MZ세대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키워드다. 음식을 포장하거나 장을 볼 때 집에서 가져간 다회용 용기를 내밀자는 뜻이다. 개인 용기를 지참하고 다녀야 한다는 점에서 귀찮기도 하고, 남들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게 쑥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일회용품을 거부하고 용기를 내미는 행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린피스와 류준열이 진행한 ‘용기내 캠페인’ (출처: 그린피스)
지난해 4월, 그린피스와 배우 류준열이 #용기내챌린지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한 후 이 해시태그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 있는 MZ세대에게도 애용되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반찬 통에 담은 모습, 평소라면 배달시켰을 음식을 도시락 통에 직접 받아온 것을 인증하는 등 현재 #용기내 #용기내챌린지는 인스타그램에서만 약 2만 6,000여 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생필품을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샵’도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불필요한 쓰레기가 생기지 않고, 쌀이나 세제 등 용량이 부담스러웠던 것을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힙한 카페를 연달아 방문하는 ‘카페 투어’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요즘 MZ세대의 브이로그에선 ‘제로 웨이스트 샵 투어’가 흥하는 중이다.
완벽보다는 꾸준한 실천
MZ세대를 실천하게 만드는 동력은 환경에 대한 높은 인식과 더불어, 소소하고 확실한 성취감이다. 이들은 환경 보호라는 아젠다를 무작정 비장하게 바라보거나, 완전무결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효용감을 느끼며 ‘나아가고 있음’에 방점을 둔다. 이를 잘 보여주는 키워드가 ‘간헐적 채식’이다. 완벽하게 채식을 하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고, 일주일 중 단 하루라도 채식을 했다면 뿌듯함을 느낀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더 긍정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MZ세대의 호응을 얻은 ‘참새클럽’ 캠페인 (출처: 서울환경연합)
MZ세대의 열띤 참여를 부르는 그린 캠페인에는 소소한 미션과 즉각적인 리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몇 달 전 ‘참새클럽’이라는 이름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인기였다. 참새클럽은 서울환경연합이 모집하는, 병뚜껑 같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모으는 모임의 이름. 참새클럽이 모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분쇄되어 힙한 디자인의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제품은 다시 참새클럽 멤버들에게 리워드로 제공된다.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고,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탈바꿈했는지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으며, 심지어 그렇게 돌아온 물건이 멋지기까지 한 캠페인에 MZ세대는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참새클럽 시즌3는 20: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웹 사이트 서버까지 마비되었다.
세컨드히어로에서 진행하는 블라인드경매 (출처: 세컨드히어로 인스타그램)
‘힙스터를 위한 미디어’라는 슬로건을 내건 ‘세컨드 히어로’ 역시 MZ세대의 구미가 당기는 쿨한 방식의 중고 거래를 제안한다. 이들은 중고 물품을 기증받아 일주일에 두 번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경매를 개최한다. 중고 물품을 기증한 사람과 중고 물품의 두 번째 주인이 된 사람 모두 ‘세컨드 히어로’가 되고, 수익금은 전부 환경, 이웃, 동물, 아동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사용된다. MZ세대의 뿌듯함과 인증 욕구를 북돋는 캠페인이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진정성
MZ세대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기에, 적극적으로 실천을 인증하고 경험을 나눈다. 과정이 재밌을수록 더 많이 공유하고 애정을 쏟는 것은 물론이다. 인증을 독려하는 요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강도의 미션, 효용감을 주는 즉각적인 리워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고 있다는 성취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성취감’은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해당 친환경 캠페인이 실질적으로 지구에 미친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 아무리 재밌는 기획이라도 자원을 낭비하거나 쓰레기를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 프로젝트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여겨질 뿐이다.
화장품 브랜드 ‘시타’는 제품 판매 수익금을 해양환경 정화 단체 ‘오션’에 후원한다. (출처: 시타)
최근 ‘시타’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기존의 플라스틱 튜브를 모두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전 제품을 2,900원에 판매한 것이다. 파격적인 세일이기도 했지만, 2,900원이라는 가격 책정 기준이 마진이 아닌 환경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이라는 점에 많은 MZ세대가 감동했다. 수익금 전액을 해양환경 정화 단체 ‘오션’의 후원금으로 전달하겠다고 결정한 점도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였다. 전 제품은 빠르게 품절됐고, ‘시타’라는 브랜드명은 MZ세대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다.
MZ세대는 기업이 완벽하길 바라진 않는다. 변화에 귀 기울이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해당 기업에 큰 지지를 보낸다. ‘친환경’ 콘셉트를 예쁘게 보여주는 게 아닌 환경을 위해 진짜 ‘용기’를 내는 기업이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MZ세대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자세를 요약하면 ‘소소하고 재밌게, 그러나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다. 이는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고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