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다시 보러 유튜브 들어왔어요"
"분명 광고인데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수많은 광고가 범람하는 시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광고 자체로도 고평가를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집약된 콘텐츠가 바로 광고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다시 보고 싶은 광고’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는 ‘네이버 시리즈’와 ‘K2 씬에어’ 광고를 제작한 송하철 CD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광고 키드’에서 ‘진짜 광고인’으로
광고 인생 17년차 광고인 송하철 CD. 그는 HS애드 아트디렉터와 ACD를 거쳐 올해 CD라는 새로운 커리어의 막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베테랑 광고인으로 활약 중이지만 어릴 때의 꿈은 만화가였고 대학 역시 미대로 진학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사 오는 월간 <보물섬>을 늘 옆에 끼고 살았고, 독자 만화 투고란에도 꾸준히 도전했죠. 한 번도 입상한 적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보는 광고마다 CM송을 기억하는 ‘광고 키드’이기도 했고요. 만화가의 꿈을 기반으로 미대에 진학했지만, 광고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들었고 졸업작품 역시 광고로 제출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프로덕션 PD로 기획에서 콘티, 제작까지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메이킹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껴 대행사에 입사하게 됐죠.”
만화가를 꿈꾸는 광고 키드에서 자연스럽게 광고인의 길을 걷게 된 송하철 CD. HS애드에 입사하면서부터는 PD의 정체성을 지닌 아트디렉터로 다양한 광고를 경험하며 광고인으로서의 실력을 쌓아 나갔습니다.
“아트디렉터로 일할 때는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경험하며 과업에 맞는 ‘좋은 발견’을 하는 데 집중했어요. CD가 되면서는 더 넓은 시야로 데이터와 시장 상황까지 고려하며 ‘발견’들을 ‘연결’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또 다른 도전이었지만 광고인으로 15년 넘게 일한 사람도 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입사 초기 때와 같은 그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광고를 묻는 질문에 송하철 CD는 PD 시절 참여한 ‘다니엘 헤니 부라보콘’과 ‘K2 씬에어’를 꼽았습니다. 특히 부라보콘 광고는 그의 아이디어가 온에어 된 첫 경험으로, 송하철 CD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ACD로 진행한 ‘K2 씬에어’ 광고는 PT현장의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분위기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렇듯 PD, 아트디렉터, ACD 등 다양한 위치에서의 경험은 송하철 CD가 자신만의 ‘광고 개성’을 획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송하철 CD만의 컬러’가 가장 잘 드러난 광고가 바로 ‘네이버 시리즈’ 캠페인입니다.
#이야기 그리고 #자연스러움
“네이버 시리즈 PT 당시, 성공적이었던 이전 캠페인과 이어지는 동시에 더 신선하고 흥미로운 광고를 제안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기존 광고는 ‘작품 속 주인공이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이었는데, 저는 ‘유명 작가가 작품을 주인공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했어요. 웹소설이라는 장르의 품격을 높이고 다른 플랫폼의 유저를 새롭게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진짜 이야기꾼도 영감을 얻을만한 작품’으로 소개하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품과 모델의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죠.”
▶ 네이버 시리즈에서 베스트셀러를 넘어 머스트셀러를 만나다
hsad.tistory.com/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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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의 충격 고백!?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출처: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내 남편과 결혼해줘" (출처: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네이버 시리즈 광고에는 <시그널>과 <킹덤>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와 ‘예능 치트키’로 핫한 장항준 감독 부부가 출연해 자연스러운 부부 사이의 대화로 작품을 소개합니다. 광고에 소개된 웹소설은 광고주가 전략적으로 선정한 작품이지만, 광고에는 부부의 평소 분위기와 대화가 담겨 하나의 ‘이야기 속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의 뇌를 강렬하게 자극하죠.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부부이기도 한 두 분의 대화 속에 그것을 자연스럽게 녹이면 대중에게 더 편하고 쉽게 다가갈 거란 기대를 했어요.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두 분과 함께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기에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송하철 CD는 네이버 시리즈 광고를 제작하며 자신 역시 한 사람의 크리에이터로서 아직 비주류 문화 취급을 받는 웹소설 작가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의도가 전해진 걸까요? 네이버 시리즈 광고를 본 작가들로부터 받은 ‘뿌듯하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 [K2] 케이투 2020 FW 씬에어다운 (THIN AIR DOWN) TVCF 박서준(PARK SEO JUN) 숏패딩 편_38초 (출처: K2 케이투)
송하철 CD가 ACD이던 당시 제안한 K2 씬에어 광고 역시 온에어 당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캠페인입니다. 특히 광고주의 적극적인 지지가 송하철 CD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탈리아 씬다운 기술을 도입한 씬에어는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이지만, 패션 카테고리로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패피들에게 불편하고 멋없는 기존 아우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해서 젊은 분위기와 음악, 장면을 연출했고 결과는 ‘완판’ 이었습니다.”
PT 현장에선 즉각적인 광고주들의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때의 분위기가 좋은 PT의 기준이 될 만큼, ACD 시절이었지만 비로소 한 사람의 CD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된 계기였다고 하네요
▲ 앰버라거 레드락 ‘퇴근하겠습니다’ 캠페인 (출처: TVCF)
또 하나 송하철 CD가 소개한 캠페인은 바로 2018년 52시간제 도입과 동시에 진행한 앰버라거 레드락입니다. 퇴근이라는 소재와 고전 명화를 연결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도 남는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밀레의 <만종>,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명화 속 인물들은 벌써 몇 백 년째 생업에 종사 중이잖아요. 주 52시간제에 맞춰 그들도 정시 퇴근시키자는 아이디어로 캠페인을 전개했죠. 당시 주 52시간제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었기에, 오히려 이 이슈를 가볍고 위트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레드락 캠페인은 스파익스 아시아 동상을 수상했지만 국내 광고제에서는 수상하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더 많은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도 예산이나 집행환경 등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며 메이킹해야 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개성 만점 다섯 별이 모인 송하철 CD팀
‘송하철 CD팀’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송하철 CD는 ‘초짜 CD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팀’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팀원들이 명확한 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 바로 송하철 CD팀입니다.
▲ (왼쪽부터) 송하철CD, 김은경 책임 CW, 김기문 AD, 박성용 AD
“먼저 박성용 아트디렉터는 저희 팀 분위기메이커인데요. 소위 ‘약 빤’ 아이디어를 냅니다. 개성이 강해요. 김은경 카피라이터는 카피라이터지만 비주얼 욕심도 많은 멀티플레이어이고요. 다른 대행사에서 온 김기문 아트디렉터는 저희 팀에 결이 다른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마지막으로 박수 카피라이터는 저희 팀 막내인데요. 무수한 가능성을 지닌 기대주입니다.”
송하철 CD는 네 명의 개성 만점 팀원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도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천상 광고인처럼 보이는 송하철 CD가 사실은 ‘유리멘탈’이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지금은 극복했지만, ACD 시절엔 광고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압박감에 PT가 다가올 때마다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합니다.
“힘들 때마다 좋은 말과 문구를 찾아보고 유명인들의 성공담보단 실패담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우리는 세상에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경험하며 작은 성공을 하나하나 쌓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죠. 그래도 압박감을 느낄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역시 팀원들입니다.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제게 영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좋은 결과로 이끄는 존재입니다.”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송하철 CD팀 팀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광고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팀원들의 서로 다른 시각을 모아 송하철 CD가 합의점을 도출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과정에서 ‘끝까지 보고 싶은 광고’가 탄생하지 않았을까요?
‘선의가 담긴 광고’ 할 수 있을까?
15년 광고 인생에서 CD라는 ‘넥스트 레벨’에 이제 막 도달한 송하철 CD. 그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 만들고 싶은 광고란 무엇일까요?
“좋은 광고는 한 마디로 ‘스킵하지 않는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담아서 끝까지 보고 싶은 광고야말로 좋은 광고가 아닐까요? 저 역시 광고를 만들 때 한 편의 광고가 아닌 ‘한 편의 콘텐츠로서 다가가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광고는 바로 ‘선의’가 담긴 광고입니다. 제가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일까요? 광고라는 것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라 본다면 되도록 사회와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한 의도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의는 모든 광고물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필수 요소가 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지니고 있어야 할 하나의 중요한 축이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실제로 그런 광고가 좋은 광고일 경우도 많고요."
송하철 CD에게 자기 자신은 광고 제작자인 동시에 소비자입니다. 언제나 기준은 ‘나’이고, 둘 사이의 합의를 통해 다른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검증하는 과정이 바로 광고 제작이죠. 광고에 정답은 없지만, 수많은 고민을 거쳐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광고’를 고민하는 송하철 CD의 메시지와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떤 선배님이 ‘광고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러브레터’ 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러브레터에는 대상을 분석하고 감동을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야 하죠. 그런데 요즘은 수단이었던 러브레터가 목적이 되어가는 걸 느껴요. 러브레터를 쓰는, 즉 광고 제작을 하는 그 행위 자체도 사랑하게 된 거죠. 그것이 주는 두근거림, 기대감 심지어 두려움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오래가는 좋은 광고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