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도시? 유잼 로컬스토리!
- 미국 오레곤주 보링시의 리브랜딩 캠페인-
글 이희정 CD |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저는 이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고속도로나 국도를 지나다 흥미로운 마을 이름을 보면 그곳엔 어떤 사람들이 살까 상상을 하곤 합니다. ‘금토분기점’ 인근 지역민들은 일, 월, 화, 수, 목요일에는 기분이 어떨까, 일주일 내내 불금을 보내는 느낌일까, 신내리에 사는 분들은 매일매일 신날까, 면온 주민들은 냉면보다는 온면을 좋아하시려나 등등요. 보통은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미 입 밖으로 아니 뇌 밖으로 생각이 나가버리고 말았네요. 이번에 소개드릴 지역 리브랜딩 캠페인의 도시 이름이 재미있어서 개인적인 이야기가 길었네요. 미국 오레곤주의 작은 도시 보링(Boring)은 지루하다는 뜻의 boring과 스펠링이 같습니다. 사진 동영상 편집 앱인 픽스아트는 보링시가 지루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캠페인 테마를 ‘Unboring Boring’ 로 잡았습니다.
보링은 인구가 8,000명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저는 처음 들은 곳이라 검색을 해보니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점이 없었습니다. 픽스아트는 디자인과 브랜딩만 조금 달라지면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흥미진진한 곳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인 캠페인 기획에 앞서 보링에 대한 조사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들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 캠페인 영상으로 풀어냈습니다. 영상에는 보링 빈 커피 주인 에리카 후퍼, 비영리 극단인 넛츠 앤 볼츠를 운영하는 레젠비 가족, 노스 어메리칸 빅풋 센터장 클리프 버락맨 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단순히 리브랜딩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시트콤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션이라는 인물이 보링시 곳곳을 다니며 에리카, 레젠비 가족, 클리프를 만나 각자의 비즈니스 상황뿐 아니라 개인사를 듣고 픽스아트를 이용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에리카의 경우 취미로 커피 로스팅을 하다가 카페까지 열었는데 세계 곳곳의 원두를 보링시로 들여와 놀라운 맛의 커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카페 주인이면서 바디 빌더이고, 피트니스 모델도 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맛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패키지 디자인을 에리카가 픽스아트 플랫폼을 이용해서 멋지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영상에 등장합니다.
레젠비 가족은 엄마인 켈리가 미술 감독으로 의상, 소도구 제작을 담당하고 아빠인 저스틴은 기술 감독으로 조명과 음향 담당, 딸인 오드리는 여러 가지를 보조하면서 비영리 극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스틴의 생업은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라고 하니 가족에게 극단은 그야말로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2005년부터 무려 6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요. 션은 포스터와 로고 등의 디자인이 가족의 예술혼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오드리가 픽스아트를 통해 새롭게 디자인하도록 도왔습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죠.
미국 전역에서 빅풋의 증거를 수집해 노스 어메리칸 빗풋 센터를 세운 클리프는 빅풋에 관한 전문가일 뿐 아니라 음악 전공자로 재즈 기타를 즐겨 연주합니다. 우리로 따지면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어울릴 듯합니다. 션은 소셜 미디어를 자주 이용하는 클리프가 빅풋 이미지를 더 멋지게 만들어 업로드하도록 도와줍니다. 클리프를 포함한 주인공들은 영상 속에서 단순히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개성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휴면 다큐멘터리 형식에 소소한 웃음 포인트가 더해져서 인물들에 대한 호감이 더 높아집니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들을 만나기 위해 보링을 여행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캠페인에 활용된 스틸 이미지도 같이 제작됐는데 그들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지역으로 포토그래퍼가 직접 가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전문 배우들이 아닌 지역민들을 배려해서 만든 이 이미지들은 디지털뿐 아니라 OOH로도 활용이 되었습니다. 또한 Unboring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체를 특별히 개발하여 영상 전반에 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리브랜딩을 하면서 디자인 작업, 지역 축제 개최, 건축물, 조형물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 고 있는데요.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보여주기 식으로 뭔가 디자인을 했다를 과시하거나 일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기도 합니다. ‘언보링 보링’ 캠페인에서는 지역 브랜딩 하면 흔히 떠올리는 볼거리나 지역색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점이 매우 탁월했습니다. 그들이 지역에서 오랜 시간 만들어 놓은 각자의 역사를 픽스아트 플랫폼의 디자인이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영상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지역 활성화와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이라는 점이고 디자인이든 브랜딩이든 그곳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만약 저도 지역 캠페인을 해볼 기회가 있다면 실제로 지역민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자료 출처: 픽스아트 블로그 picsart.com/blog/post/unboring,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c/Pic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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