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겐 각자의 상식과 지식이 있습니다. 그 ‘알고 있는 것들’을 토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입장을 취하죠. 당연하다고 알고 있던 것들이 깨지는 순간,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이 되고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왜곡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변화는 새롭게 알게 된 것에서 시작되고, 발전 또한 몰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뤄지죠. 우리가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 모두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은 당당함이 될 수 없습니다. 모른다는 건 모두가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없다는 것, 누군가 고통을 당할 때 도울 수 없다는 것, 더 좋아질 수 있는데도 멈추고 있다는 것이 되니까요.
그럼 지금 우리가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알고 있는 Uber Eats를 깨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Uber Eats’는 브랜드가 말하듯 먹는 걸 배달하는 기업입니다. 아마 그래서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배달 업종을 확장할 경우, 이 브랜드를 바꿀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 마침내 그들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브랜드 그대로 유지하면서 ‘먹는 것’ 외에도 생필품을 배달하기로. 그래서 슈퍼볼 광고를 통해 그들의 이미지를 바꾸기로 했죠. 기네스 팰트로, 제니퍼 쿨리지, 트레버 노아 등 유명 배우와 함께 유쾌하고 강력한 방법을 통해.
배달된 봉투엔 당연히 먹을 게 있어야 하는데 먹을 수 없는 립스틱이 있습니다. 분명 봉투엔 'Uber Eats'라고 씌어있는데도 말이죠. 궁금한 제니퍼 쿨리지는 ‘먹는 건가’ 궁금해 하며, 립스틱을 한입 베어 물죠. 근데 맛이 괜찮은 겁니다. 이제는 메이크업 브러시까지 먹기 시작합니다. 트레버 노아는 데오도란트를 씹어 보지만, 이내 표정은 구겨집니다. 기네스 팰트로는 향초를 먹으며 마치 미식가가 음식을 평하듯 평가를 합니다. 마치 새로운 요리를 대하는 듯한 모습이죠. 이때 Uber Eats가 건네는 말은 딱 한 마디입니다. “Uber Don’t Eats.” 2월 13일부터 시작하는 생필품 딜리버리 서비스 광고입니다. 이 세 배우가 먹는 건 이외에도 휴지, 전구, 메모지, 펜 등 여러 가지입니다.
꼭 록다운 기간이 아니라도 팬데믹으로 인해 배달시키는 품목도 많아지고 횟수도 많아졌습니다. 먹는 것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까지, 배달문화는 빠르게 확산됐죠. Uber Eats도 그래서 품목을 확장했다고 합니다. 세 배우가 먹은 것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물품을 같은 봉투에 배달하는 겁니다. 슈퍼볼 기간에 등장한 광고는 오랜만에 보는, 위트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름 그대로 먹는 것만 배달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배우들을 통해, Uber Don’t Eats를 효과적으로 알렸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차별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차별’ 없는 곳이 아닐까요? 여러 인종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선 인종 차별이 없어야 하고, 남녀가 모여 사는 세상엔 남녀차별이 없어야 하고, 다양한 권력과 재산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그것으로 인한 차별이 없어야 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우리가 모르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는 유니레버는 이번에도 우리가 없애야 할 ‘몰랐던 차별’ 혹은 ‘지나쳤던 차별’을 찾아냈습니다. 인종 차별을 깔고 있는 ‘헤어 차별.’
흑인들은 모질이 다르기에 특유의 헤어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은 많은 래퍼나 새로운 스타일을 찾는 젊은이들에 의해 더 많이 향유되는 스타일이기도 하죠. 근데 놀랍게도 이 헤어스타일 때문에 흑인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 있었습니다. 차별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됩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헤어 정책’이 있다며 여러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 흑인 소녀를 학교에 들여보내지 않습니다. 대학에선 헤어스타일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며 학사모를 나눠주지 않죠. 입사 면접에선 특정 헤어스타일로는 면접에 참여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흑인 여성들은 자신만의 헤어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며, 자부심을 지킬 거라고 합니다.
도브와 헤어 차별을 없애기 위한 비영리 단체인 ‘크라운 연합’에 의하면 53%의 흑인 어머니들이, 딸이 헤어스타일 때문에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백인이 주로 다니는 학교인 경우 100%가 차별을 당했고요. 헤어스타일을 바꾸라고 학교에서 집으로 보내지기도 했으며, 80%의 여성은 직장의 룰에 맞추기 위해 그들의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바꿔야 했습니다. 크라운 연합은 이 차별을 없애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크라운 액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50개 주로 이뤄진 미국에서 오직 14개 주만이 차별에 반대하는 법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차별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존재합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미의 기준이 흑인의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유니레버 임원은 말합니다. 차별이 사라지기 위해선 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어쩌면 흑인 외에 많은 이들이 몰랐을지도 모를 차별. 자신들의 캠페인을 통해 꾸준히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유니레버는 그래서 세상의 부당함을 알립니다. 모든 것은 아는 것이 되어야 변하는 것이 되기에, 그들의 캠페인은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어지는 이야기
치즈를 들고나온 할아버지. 미국 배우 윌 퍼렐에게 인사를 건네며, 1년 전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가 출연했던 2021년 슈퍼 볼 광고를 봤다며, 그땐 매우 화가 났었다고 하죠. 그가 노르웨이 사람들을 미워한다고 했고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1년 숙성되어 맛이 좋아진 치즈처럼, 1년간 더 성숙해졌기 때문이죠. 모든 건 시간을 들이면 더 좋아진다고 얘기합니다. 단순한 치즈 광고인 것 같지만 그 내막을 알면 더 재미있어집니다.
2021년 윌 퍼렐은 슈퍼볼 시즌 GM광고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노르웨이가 싫다고 소리쳤죠. 이유는 노르웨이가 미국보다 전기차 점유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었죠. 그 사실에 화가 난 퍼렐은 또 다른 미국 배우 키넌 톰슨, 아콰피나와 함께 노르웨이로 향합니다. GM의 배터리가 많은 것을 바꿀 거라고 호언장담하면서. 하지만 키넌과 아콰피나는 핀란드에 가 있고, 노르웨이에 도착한 줄 알았던 퍼렐은 스웨덴으로 잘못 도착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웃프게’ 끝이 납니다. GM의 전기차가 곧 노르웨이에 상륙할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 광고는 당시에도 노르웨이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로부터 트윗을 받기도 했으며, 노르웨이의 아우디는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노르웨이 배우 크리스토페르 히비우를 캐스팅한 화답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GM의 위트에 맞게 그들도 위트로 응답했죠. 자신들은 사랑과 친절로 미움에 맞선다며, 미워하지 말고 모방하라고 권했습니다. 아우디는 2020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1년 뒤, 엘도라도 치즈가 답했습니다. 1년간 숙성돼 맛있어진 치즈처럼 자신들도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답이 1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GM의 위트에서 시작해 각자의 방식으로 잘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아우디도 엘도라도 치즈도 그리고 노르웨이 총리도 크리에이티브함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기에
GDP가 낮고 실업률은 높고 사회적 문제와 폭력 문제가 많다면 그 나라의 행복지수는 몇 위쯤 될까요? 많은 이들이 낮은 순위를 예상할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계 3위의 행복지수를 기록한 국가가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얘기입니다. 이곳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는 맥도날드는 코카콜라와 함께 ‘해피 페이’를 만들었습니다.
행복지수가 높은 만큼 그들의 미소가 돈이 될 만큼 값어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죠. 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고 활짝 웃으면 지불이 끝나고 주문한 음식을 무료로 얻게 되는 캠페인입니다.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행복, 또 그들의 행복을 이용한 즐거운 캠페인. 미소를 띠는 치아를 보여줘야 하기에 팬데믹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캠페인이지만, 우리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는 캠페인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일수록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때일수록 우리의 상식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고 그 지식을 토대로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아가 캠페인은 항상 세상보다 반발 앞서 그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놓치는 것은 무엇인지, 더 둘러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