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막걸리는 ‘막(아무렇게나) 걸러낸 술’이라는 뜻으로 흐리고 탁한 술이라서 탁주(濁酒), 농사일을 할 때 힘을 돋궈주는데 없어서 안 될 술이라서 농주(農酒),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서 곡주(穀酒), 도수가 낮아 술맛이 연하고 술기운이 박하다 하여 박주(薄酒), 우유처럼 흰 술이라서 백주(白酒)라고 부릅니다. 흔히 막걸리는 싸고 저렴하게 만든 술이라고 인식되는데 이는 예전에는 맞는 말이었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막걸리에 붙는 주세(酒稅)의 차이에서 기인한 착시현상으로 맥주는 리터당 주세가 885.7원인데 비해 막걸리는 리터당 44.4원(23년 4월 기준)으로 약 2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한 잔을 마실 때 거의 반잔은 세금을 마셔야 하는 씁쓸한 맥주보다 재료에 들어가는 원가나 퀄리티 모든 면에서 막걸리는 비싸고 우월한 술입니다. 적어도 세금기준으로만 보면 천상병 시인님의 시구(詩句)처럼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밥인 셈입니다.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쌀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은 것이다
천상병(월간문학 1984년 5월호)
Chapter1. 역사 속의 막걸리
한국 술의 역사가 바로 곡주(穀酒)인 막걸리의 역사입니다. 물론 고대기록에서는 막걸리와 같은 술에 대한 구체적인 명칭과 제조방법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자연에 대한 재앙을 막고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기 위해 벌인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 등의 제천행사 때 밤낮으로 춤추고 마시며 즐겼다고 하니, 곡식을 발효한 술을 빚었던 삼국시대까지는 모두 막걸리와 유사한 곡주(穀酒)를 즐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후 “한잔 신라주(新羅酒)의 취기가 새벽바람에 사라질까 두렵구나.”라는 당(唐)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시구로 짐작해 볼 때 통일신라시대부터는 멀리 당나라까지도 수출할 수 있는 도수 높고 질 좋은 청주류의 술이 제조되기 시작된 걸로 보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마침내 우리 민족이 사랑하는 3대 주종인 청주(淸酒), 탁주(濁酒), 소주(燒酒)가 완성되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가양주(家釀酒)의 발달로 그야말로 집집마다 특색 있고 다채로운 막걸리들이 태어났습니다.
고구려 건국에 이바지한 작업주(作業酒)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제3권 동명왕편(東明王篇) 병서(幷序)에는 하백(河伯)의 첫째 딸 유화(柳花)가 해모수가 준 술에 취해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 주몽을 잉태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술이 막걸리의 원조로 여겨집니다. 물의 신(神) 하백에게는 세 딸 유화, 선화, 위화가 있었는데 더위를 피해 지금의 압록강인 청하의 웅심연(熊心淵)에 놀러 와 있었습니다.
이때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사냥을 나갔다가 세 미녀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초청하였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해모수는 꾀를 내어 새로 궁궐을 짓고 맛있는 막걸리를 금 술잔에 차려내어 하백의 세 딸을 꼬여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하여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작업남 해모수에게 유혹당한 유화는 해모수의 아이를 잉태(孕胎)하게 되고 그가 바로 고구려를 창건한 동명성왕(東明聖王)입니다.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 河伯三女美
압록강 물결 헤치고 나와 / 擘出鴨頭波
웅심연 물가에서 놀았다 / 往遊熊心?
쟁그랑 딸랑 패옥이 울리고 / ?琅佩玉鳴
부드럽고 가냘픈 모습 아름다웠다 / 綽約顔花媚
왕이 나가서 사냥하다 보고 / 王因出獵見
눈짓을 보내며 마음 두었다 / 目送頗留意
세 여자가 왕이 오는 것을 보고 / 三女見君來
물에 들어가 한참 동안 서로 피하였다 / 入水尋相避
장차 궁전을 지어 / 擬將作宮殿
함께 와서 노는 것 엿보려 하여 / 潛候同來?
말채찍으로 한번 땅을 그으니 / 馬?一?地
구리로 된 궁궐이 홀연히 세워졌다 / 銅室?然峙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깔아 놓고 / 錦席鋪絢明
금 술잔에 맛있는 술 차려 놓았다 / 金?置淳旨
과연 스스로 돌아 들어와서 / ??果自入
서로 마시고 이내 곧 취하였다 / 對酌還徑醉
세 처녀가 술이 들어간다. 술 · 술 · 술 · 술 하시다가...
고구려를 세워버린 경이로운 작업... 아니... 창업(創業) 주 - 바로 막걸리입니다.
백제의 인번(仁番), 술의 신(酒神)이 되다.
고대 왜(倭)에서는 술을 만들 때에는 곡식을 직접 입으로 씹은 후 뱉은 것을 모아 침(아밀라아제)으로 발효시킨 술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씹는 일은 신과 소통하는 무당인 신관(神官)이 담당했습니다. 그만큼 고대 일본에서의 술이란 아무나 만들 수도, 마실 수도 없는 고귀한(?) 음료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에 인번(仁番)은 백제에서 가져온 누룩(곡자:麴子)을 사용해 술을 빚는 방법을 전수하여 일본 사케의 신(神)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인번은 일본에서 수수허리(須須許理, 스즈코리)라고 불렸는데 이는 ‘술 거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누룩과 같은 발효제를 따로 만들어 술을 빚지 않았던 일본은 이때부터 발효제를 사용한 술 빚기가 시작되어 일본 사케 역사의 기원(起源)이 되었다고 합니다. 왜(倭)의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서는 인번(仁番)이라는 백제사람이 건너와 응신왕(?神王)에게 술을 만들어 주었으며 그 술맛에 반해버린 응신이 대취(大醉)해서는 아래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수허리가 만든 술에 / 須須許理賀 迦美斯美岐邇
나는 취해버렸다. / 和禮惠比邇祁理
재난을 없애주는 술, / 許登那具志
웃음 짓게 하는 술에 / 惠具志爾
나는 취해버렸다. / 和禮惠比邇祁理如
더 이상 비위생적인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백제가 만든 깨끗한 술, 재난을 없애고 웃음을 주는 술 - 바로 막걸리입니다.
막걸리 먹는 것을 괴로워한 술꾼 이규보
청주, 탁주, 소주의 3대 주종이 정립된 고려에서는 황금주(黃金酒) · 백자주(柏子酒) · 송주(松酒) · 예주(禮酒) · 죽엽주(竹葉酒) · 이화주(梨花酒) · 오가피주(五加皮酒) · 아황주(鵝黃酒) · 상록주(湘?酒) · 초주(椒酒) · 천일주(千日酒) · 약하춘(若下春) · 계주(桂酒) · 두강주(杜康酒) · 인면주(人面酒) ·자주(煮酒) · ·동동주(浮蟻酒) · 파파주(波把酒) · 백주(白酒) · 탁료(濁?) · 송료(松?) · 박주(薄酒) · 이화주(梨花酒) · 초화주(椒花酒) · 천금주(千金酒) · 황국주(黃菊酒) · 방문주(方文酒) · 춘주(春酒) · 창포주(菖蒲酒) · 유하주(流霞酒) · 구하주(九霞酒)등의 다채로운 술 이름이 문헌에 나타납니다. 이중 백주(白酒) · 요(?) · 박주(薄酒)가 지금의 막걸리를 의미하는 술이고 이화주(梨花酒)는 배꽃이 화사하게 필 무렵 맵쌀, 누룩, 물과 빚어 요거트(Yo?urt)처럼 떠먹거나 찬물에 타먹는 고급 막걸리입니다.
시(詩)와 거문고(琴), 그리고 술(酒)을 좋아하여 스스로를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고 칭했던 이규보는 백주시(白酒詩)에서 벼슬에 오르기 전엔 청주(淸酒)를 보기가 어려웠고,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오히려 탁주(濁酒)를 보기가 어려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고려귀족들은 고급술인 청주를 일반 백성들은 막걸리와 같은 탁주를 즐겨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예전 벼슬 없이 떠돌던 때는 / 我昔浪遊時
마시는 것 오로지 막걸리(賢:현인)뿐이라서 / 所飮惟賢耳
어쩌다 맑은 청주(聖:성인)를 만나면 / 時或値聖者
수이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 無奈易昏醉
높은 벼슬자리에 올라서는 / 及涉地位高
막걸리 마시려도 있을 리 없었지. / 飮濁無是理
이제 물러난 늙은이가 되고 보니 / 今者作退翁
녹봉 적어 먹을 것조차 자주 떨어지네. / 俸少家屢?
맑은술 계속 있지 않아 / 綠?斷復連
막걸리를 먹는 일 또 잦구나. / ?飮亦多矣
체하여 가슴이 막히는 듯하니 / 滯在?隔間
독우가 나쁘단 말 이제 알겠네. / 始覺督郵鄙
*독우(督郵) : 가슴까지만 취하는 하급술
귀족들은 성인(聖人)을 만나고 백성들은 현인(賢人)을 만납니다.
고려 백성들이 즐겨 만났던 지혜롭고 현명한 술 - 바로 막걸리입니다.
금준미주(金樽美酒) vs 막걸리
고려시대의 술들은 대부분 조선시대로 이어졌고 집집마다 술을 담그는 가양주(家釀酒) 문화의 발달로 백하주(白霞酒) · 삼해주(三亥酒) · 연엽주(蓮葉酒) · 소국주(小麴酒) · 약산춘주(藥山春酒) · 경면녹파주(鏡面綠波酒) · 벽향주(碧香酒) · 부의주(浮蟻酒) · 일일주(一日酒) · 삼일주(三日酒) · 칠일주(七日酒) · 잡곡주(雜穀酒) · 하향주(荷香酒) · 청감주(淸甘酒) · 감주(甘酒) · 하엽주(荷葉酒) · 추모주(秋牟酒) · 죽통주(竹筒酒) · 두강주(杜康酒) · 도화주(桃花酒) · 지주(地酒) · 포도주(葡萄酒) · 백자주(栢子酒) · 호도주(胡桃酒) · 와송주(臥松酒) · 백화주(百花酒) · 구기주(枸杞酒) · 오가피주(五加皮酒) · 감국주(甘菊酒) · 석창포주(石菖葡酒) · 소자주(蘇子酒) · 지약주(漬藥酒) · 복령주(茯?酒) · 호산춘(壺山春) · 약산춘(藥山春) · 삼해주(三亥酒) · 백일주(百日酒) · 사마주(四馬酒) · 법주(法酒) · 사절주(四節酒) · 혼돈주(混沌酒) · 집성향(集聖香) · 추모주(秋?酒) · 백료주(白?酒) · 분국백료주(粉麴白?酒) · 모주(母酒) · 송주(松酒) · 죽통주(竹筒酒) · 지주(地酒) · 동양주(冬陽酒) · 청서주(淸署酒) · 봉래춘(蓬來春) · 도화주(桃花酒) · 송화주(松花酒) · 송순주(松筍酒) · 하엽청(荷葉淸) · 연엽양(蓮葉釀) · 화향입주방(花香入酒方) · 두견주(杜鵑酒) · 자주(煮酒) · 구기주(枸杞酒) · 도소주(屠蘇酒) · 밀주(蜜酒) · 송절주(松節酒) · 거승주(巨勝酒) · 벽력주(霹靂酒) · 호골주(虎骨酒) · 무술주(戊戌酒) · 양고주(羊羔酒) · 서여주(薯?酒) · 창포주(菖蒲酒) · 과하주(過夏酒) 등 그야말로 하나하나 일일이 기록하기 힘들 정도의 집집마다 특색 있는 수없이 많은 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춘향전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목걸리’라는 순우리말 이름이 드디어 나옵니다. 춘향전의 하이라이트인 암행어사 출두장면 바로 직전에 거지몰골을 한 어사 이몽룡이 등장합니다. 사또 변학도의 생일잔치에서 구걸해 받은 모서리가 나간 낡아빠진 개다리소반에 차려진 콩나물, 깍두기 몇 조각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맛깔스럽게 얻어 마시고는 그 답례로 시 한 수 멋거리지게 남기고 사라집니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 금술잔에 담긴 맛있는 술은 천 백성의 피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 옥쟁반에 담긴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락(民淚落)이요, / 촛농방울 떨어지면 백성들의 눈물방울 떨어지고,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 풍악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드높다.
암행어사 이몽룡은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탐관오리 변학도를 처단합니다. 조선 백성들의 힘이 되었던 사이다 같은 술 - 바로 막걸리입니다.
Chapter2. 막걸리 찾아 삼천리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달달한 맛에 약간 톡 쏘는 탄산 느낌이 나는 막걸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본디 막걸리는 단 술이 아닙니다. 아니 달수가 없습니다.
원래 막걸리를 만드는 발효라는 과정자체가 호기성(산소공급) 발효를 통해 누룩 속 효모들의 당화작용으로 만들어낸 곡식의 당분(포도당)이 혐기성(산소차단) 발효를 통해 알코올(에탄올)과 탄산(CO2+H2O ↔ H2CO3)으로 분해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누룩을 적게 넣으면 누룩향이 은은하고 쓴맛이 적은 술이 되지만 전분을 당화 시키는 효소와 효모의 양이 부족해 발효 속도가 느리고 실패(초산발효 : 한마디로 식초가 됨)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누룩의 양이 많을 경우 발효의 시간도 빠르고 실패 확률도 줄어들지만 누룩향이 진하고 쓴맛의 술이 됩니다.
그러나 집집마다 담그던, 동네 양조장에서 주전자에 받아오던 추억의 막걸리들이 사라지면서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막걸리들은 전통의 대형업체(서울 장수, 부산 생탁, 인천 소성주, 대구 불로 등)들이 서로 비슷한 제조법과 재료로 생산한 우리가 흔히 막걸리 하면 연상되는 아스파탐이 함유되어 달착지근하면서 톡 쏘는 바로 그 맛의 막걸리와 현재 대형할인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국순당의 대박, 우국생과 옛날 · 지평주조의 지평 · 배상면의 느린 마을 · 예천양조의 영탁 · 우리 술의 골목 · 서울생주조의 서울생 · 배혜정도가의 화성생 등의 막걸리가 있습니다. 막걸리 하면 오로지 장수막걸리(수도권 기준)밖에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는 살아있는 생(生) 막걸리의 태생적 한계인 짧은 유통기간으로 인해 지역에서는 강자이지만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막걸리들을 소개합니다.
부산 금정산성막걸리
출처: 금정산성막걸리 공식 홈페이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민속주 1호. 누룩으로 빚어낸 8도의 막걸리. 단점은 다른 막걸리보다도 유통기한이 짧은 20일이므로 온라인으로 주문 시 적당량만 구입하거나 조금은 빠른 속도의 음주가 필요하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막걸리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막걸리 초보음주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술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 생산지역 : 부산 금정산성마을
- 알코올도수 : 8%
- 원재료 : 우리 쌀, 유가네 누룩. 250m 금정산 암반수
- 맛과 향 : 누룩향 가득한 시큼하고 걸쭉한 맛
봉평 메밀막걸리
출처: HAHNS' FARM 공식 홈페이지
자연스러워 인공적이지 않은 순수하고 맑은 맛. 봉평 메밀막걸리는 밍밍합니다. 그런데도 자연스러운 끌림이 있는 ‘흐붓한’ 막걸리입니다. 메밀꽃 필 무렵에 메밀향 가득한 막국수, 메밀전병 등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 생산지역 : 강원 평창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우리 쌀 70%, 소맥분 25%, 메밀 5%
- 맛과 향 : 살짝 스쳐가는 메밀향의 가벼운 텁텁함으로 심심하게 끌리는 맛
고양 배다리막걸리
출처: 트레블투데이
원래는 한강 하류의 비옥한 평야에서 생산되는 맛있기로 유명했던 고양의 유기농 쌀과 팽화미(압력으로 튀긴 쌀로 고소함과 풍미가 있음)를 이용하여 만들어졌었으나, 경기도 고양의 평야가 1990년대 서울의 위성도시인 일산으로 개발되면서 지금은 외국산 쌀과 밀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웬만한 프리미엄 막걸리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배다리막걸리만의 세월의 품격과 개성이 뚜렷합니다. 막걸리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막걸리이며 박정희 대통령이 마시던 막걸리, 북한의 김정일이 현대의 정주영 회장에게 부탁해 북으로 가져갔던 통일막걸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 생산지역 : 경기 고양
- 알코올도수 : 7%
- 원재료 : 쌀(외국산), 밀
- 맛과 향 : 산미 가득한 부드러움과 강한 여운으로 드라이하게 넘어가는 맛
진천 덕산막걸리
출처: 막걸리기행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 살아서는 살기 좋은 진천에서 살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진천은 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며 이러한 살기 좋은 땅 진천에서 만드는 막걸리가 바로 덕산막걸리입니다. 덕산막걸리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의 100번째 이야기인 '할아버지의 금고'로 유명해졌습니다.
- 생산지역 : 충북 진천 세왕주조
- 알코올도수 : 6.5%
- 원재료 : 진천쌀을 주원료로 한 고두밥과 150m 지하 암반수, 90%의 백미와 10%의 소맥분의 조합
- 맛과 향 : 맑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청량하고 달달한 감칠맛
충주 앙성막걸리
출처: 네이버블로그 술마시는 일상
좋은 술을 선택하는 기준인 순(純) · 미(味) · 향(香)을 막걸리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앙성막걸리는 이 기준이 적용되는 거의 유일한 막걸리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막걸리 특유의 잡내가 거의 없는 향긋한 술 향과 드라이하게 은은히 감돌아 오는 단맛과 살포시 다가오는 신맛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러한 맛입니다.
- 생산지역 : 충북 충주 앙성양조장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우리 쌀, 밀
- 맛과 향 : 맑고 향긋하고 산미 살짝 은은하게 깨끗한 맛
해남 해창찹쌀생막걸리 6도
출처: 페이스북 우리술애
'바다의 창고'라는 뜻의 해창(海倉) 막걸리는 땅끝 마을 해남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로 우리 쌀과 찹쌀로 빚은 아스파탐이 없는 무감미료 막걸리입니다. 담백하고 쌉쌀함, 찹쌀의 부드러운 맛과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느껴집니다. 걸쭉하면서 투박한, 조금씩 음미하며 마셔야 하는 술입니다. 해창막걸리는 1927년부터 시작된 해창주조장의 역사와 문화공간적인 분위기, 막걸리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출고가 11만 원의 해창막걸리 18도 등을 통해 최고급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문화연출(Synthesis)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 생산지역 : 전남 해남 해창주조장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우리 쌀, 찹쌀(7.7%), 누룩
- 맛과 향 : 새콤달콤 쌉쌀한, 찹쌀의 부드럽고 은근한 깊고 풍부한 맛
자연드림 구례막걸리
출처: 네이버블로그 about TIME
아스파탐이 첨가되지 않아 달지 않고 부드러운, 기분 좋은 산미와 향이 담긴 막걸리입니다. 라이트 하며 탄산감이 거의 없습니다. 목 넘김이 좋으며 약간의 산미가 담긴 부드럽고 달지 않은 막걸리를 드시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장수막걸리류의 달달하고 톡 쏘는 맛을 선호하시는 분께는 비추입니다. 유기농 식품 매장인 자연드림에서만 판매되며 일반가 3천 원, 조합원가 2천50원입니다.
- 생산지역 : 전남 구례 자연드림파크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우리 쌀, 우리 밀, 無아스파탐
- 맛과 향 : 기분 좋은 산미와 은근한 향.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맛
우리생 제주막걸리
출처: 제주막걸리 페이스북
제주도의 청청한 물맛이 느껴지는 우유의 부드러움과 가볍게 상큼한 맛. 40여 종의 살아있는 유산균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인 막걸리입니다. 2가지 종류가 있으며 녹색뚜껑은 제주 하나로마트에서만 판매하는 국내산 쌀로 만든 '생유산균 우리생제주막걸리'이며 하얀색뚜껑은 일반 마트 및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외국산 쌀로 만든 '생유산균 전통제주막걸리'입니다. 탄산감 없고 우리 쌀로 만든 녹색뚜껑의 우리생제주막걸리를 추천드립니다. 생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관계로 유통기한은 10일이며 생산 후 2-3일째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 생산지역 : 제주 애월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우리 쌀(우리생), 외국쌀(전통), 제주지하수, 밀/우유 함유
- 맛과 향 : 부드럽고 가볍게 넘어가는 상큼한 우유 막걸리 맛
정선 아우라지 옥수수막걸리
출처: 다음 데일리 맛과 향에 취하는 소문난 막걸리 10
예로부터 옥수수, 감자, 더덕, 곤드레, 호박, 기타 잡곡류로 술을 만들던 강원도의 전통대로 정선의 특산물인 옥수수를 사용하여 만든 막걸리입니다.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는 뜻으로 골지천과 송천, 두 개의 강이 합쳐지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입니다. 다른 막걸리에 비해 두통이 적다고 하는데 술이 아니라 강원도의 공기가 맑아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 생산지역 : 강원 정선 여량양조장
- 알코올도수 : 6%
- 원재료 : 밀(호주, 미국산), 국산 옥수수(1.4%)
- 맛과 향 : 진하고 시원한, 옥수수의 달달함과 살짝 텁텁한 끝 맛
기타 추천 막걸리
기타 추천 막걸리로는 각 지역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제주 우도땅콩막걸리 · 공주 알밤막걸리 · 강화 인삼막걸리 등이 있습니다.
이화주(梨花酒)
고려시대부터 빚어졌던 독특한 막걸리로 이화주가 있습니다. 이화주는 술을 만드는데 물을 사용하지 않는 정말 특이한 막걸리로 배꽃이 필 때 빚는다 하여 이화주, 즉 배꽃술입니다. 요거트처럼 떠먹기도 하고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다가 찬물에 섞어 마셔도 되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휴대용(!) 고급막걸리입니다.
▲ 이화주 ( 철인왕후 ) / 출처: tvN drama 유튜브
주막(酒幕)에서
개나리 진달래 만발한 눈부신 봄날의 밀주(密酒), 우거진 나무그늘 차디찬 우물물에 담겼던 어느 여름날의 포천막걸리, 시월 축제 마지막 동전 한 닢까지 털어낸 달 밝은 가을날의 밤샘 막걸리파티, 지금은 얼굴조차 희미해진 옛사랑과 나누던 눈 내리는 겨울날의 새하얀 이별주 한 모금. 우리들의 이야기. 그 기억들.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곰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친 길은
가없고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김용호(시집 날개 195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