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어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했던 광고인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이른바 9:16 비율의 ‘숏폼(Short-form)’. 공급자가 주체인 TV 광고와 달리, 이용자로부터 시작된 숏폼 콘텐츠는 기존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숏포머블’(Short form+able, 숏폼 콘텐츠로 올릴만한 콘텐츠)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는 얼마나 인스타그래머블한지가 소비문화를 결정지었듯이, 지금은 얼마나 숏포머블한지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숏폼 유행 초기에는 현란한 댄스 챌린지나 반전 메이크업처럼 시각적 후킹함이 중요했기에 숏폼과 마케팅의 접점은 ‘챌린지’가 최선이었다. 이는 플랫폼 내 노출을 늘리며 제품과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브랜딩까지 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스토리텔링, 정보 전달 등 숏폼 콘텐츠가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되며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한 핵심 채널이 되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의 44.5%가 숏폼을 매일 시청한다. Z세대는 주말에 무려 하루 평균 96.2분이나 숏폼 콘텐츠를 본다. 1 이제 숏폼 콘텐츠 소비는 일상이 되었다. 단순히 시각적 임팩트나 속도감 있는 편집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휘발성 소비가 아닌 우호적인 브랜딩까지 이어지는 숏폼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자.
‘캐릭터’에 집중하는 스토리
근래 숏폼 콘텐츠에서 각광받는 유형은 상황극이다. 스토리가 재미있고 공감되며,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캐릭터이다. 세로형 영상에서는 특히 인물이 부각되기에,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다.
알바를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CU 알바생의 숏폼 드라마
(출처: CU 공식 유튜브 채널 ‘CU튜브’)
CU의 숏폼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이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한 사실을 기억하는가? CU 알바생이 각종 진상을 겪는 웃픈 일상으로, 알바를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 이야기다. 주인공은 9년 차 알바생 ‘하루’. 편의점 알바생 만렙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로 에피소드를 이끌며 높은 공감을 이끌었다.
CU는 지난 12월 후속작 <편의점 뚝딱이>를 공개했다. 편의점을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사장님 ‘정주’가 메인 캐릭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숏폼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이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는 상황극을 주 소재로 특유의 재치와 연기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편의점 뚝딱이>에서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며 드라마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편의점 뚝딱이>는 ①몰입을 유도하는 공감형 소재 ②재미있는 스토리 ③캐릭터성이 분명한 인물까지 고루 갖추었다. 드라마 배경이 편의점이기에 CU를 자연스레 노출하고, 크리에이터의 탄탄한 팬덤 덕에 주기적으로 채널을 방문하는 시청자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편의점 뚝딱이>를 공개한 후 CU 공식 유튜브 채널 ‘CU튜브’ 구독자는 단기간에 2만 명 이상 증가했다. 잘 만든 숏폼 드라마 하나로 브랜딩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오는 ‘정보성’ 콘텐츠
유튜브 코리아가 발표한 ‘2022년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 10’에 따르면 3위가 ‘1분요리 뚝딱이형’, 9위가 ‘1분미만’이다. 두 채널은 모두 정보성 숏폼 전문 채널이며, 2021년에도 ‘YouTube 2021 TOP 10’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처럼 정보성 콘텐츠는 숏폼 생태계를 주름잡고 있다.
정보형 숏폼 콘텐츠로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출처: 에이블리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러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곳은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다.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의 코디를 직접 시착하며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가령 피부톤에 따라 어울리는 트렌치코트 컬러를 추천해 준다거나, 룩북에 모델의 키를 병기하며 맞춤형 정보로 기능할 수 있게끔 한다. 비슷한 제품으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는 비교 샷을 보여주며 선택에 도움을 주고, 아이템 하나로 3일간 돌려입기 혹은 목도리 예쁘게 매는 방법 등 꿀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정보성 콘텐츠가 주는 강점은 분명하다. 브랜디드 콘텐츠라도 광고성보다는 유용한 정보로 다가가기 때문에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기에 용이하다. 콘텐츠가 유용하다고 여기는 시청자는 댓글로 친구를 태그하거나, 영상을 자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당장의 구매 전환은 어렵더라도 잠재 소비자와 관계를 쌓는 첫 발판에는 유효한 전략이다.
숏폼의 근간은 ‘소통’이다
숏폼 콘텐츠는 킬링 포인트가 명확하고, 주 시청층인 Z세대가 재미있는 콘텐츠에 댓글 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기에 양방향 소통하기 좋은 구조다. 특히 틱톡에서는 ‘동영상 회신’ 기능을 통해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는 한 영상에 시청자가 댓글을 달면, 이를 가져와 다음 영상으로 답장을 보내는 기능이다. (릴스에도 유사한 ‘비주얼 답장 기능’이 있다)
에버랜드 공식 틱톡 채널은 17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업로드된 영상들을 보면 공식 채널이라기보다는 일반 에버랜드 캐스트의 계정 같다는 느낌을 준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음원이나 포맷을 빠르게 적용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B급 감성도 눈에 띈다. 댓글에서도 시청자와 재치 있는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제 댓글에 답변 안 해주면 롯데월드 갈 겁니다’-‘오세요.’, ‘아까 어트랙션 뒷자리에서 영상 찍는 거 봤어요’ – ‘들켰당’ 등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시청자와 친구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에버랜드 틱톡
(출처: 에버랜드 공식 틱톡 계정)
이뿐만이 아니다. ‘소통의 대가’답게 앞서 소개한 동영상 회신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에버랜드 틱톡 채널에는 에버랜드에서 근무하는 캐스트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들을 친근하게 여기는 시청자들은 질문을 하거나 다음 영상 소재를 던져주곤 한다. 에버랜드는 이러한 댓글에 영상으로 회신을 남긴다. 팔로워들은 에버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언급되면 소위 ‘성덕’이 되었다고 여긴다. 대중적으로는 ‘소통이 잘 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해당 시청자와는 ‘특별한 관계’를 쌓게 되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대중화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콘텐츠 생태계를 바꾸어 놓았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깊게 침투하며 마케팅에도 큰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정말 숏포머블한 마케팅을 실행해야 할 때다. 아직도 숏폼이 어렵다면, 오늘 소개한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브랜드와의 접점을 찾아보자.
1 인사이트보고서 <2022 MZ세대 숏폼 콘텐츠 시청 및 제작 트렌드?>,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2.08.24
문다정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MZ세대를 연구하고 있으며, 트렌드 파트 연구원을 담당하고 있다. MZ세대 트렌드 연구와 각종 칼럼을 작성하며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