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시키는 ‘밸류 파인더(Value Finder)’가 될 것
차상훈 펜타클 총괄 부사장(메가존 CMO)
취재·글 정현영 | 사진·팡고TV 촬영 유희래
메가존 사업부서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국내외 각종 어워즈에서 성공 캠페인을 내며 실력을 증명해 보인 ‘펜타클’의 행보가 심심찮다. 광고주의 목표 달성을 위해 데이터 속에 숨겨진 클라이언트의 가치를 찾아서 광고 솔루션을 제안한다. 정해진 미디어 틀에 박히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실험적인 시도도 과감 없이 도전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역제안을 하기도 하면서 기존 다른 광고회사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01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메가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차상훈 부사장은 2004년부터 홀로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펜타클을 현재의 100여 명의 규모로 키운 장본인이다. 그에게 내년이면 20년을 맞이한다는 펜타클만의 성장 비결에 대해 물었다.
최근 대한민국광고대상, 소비자가 선택한 좋은 광고상 등 각종 어워즈에서 수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덩달아 펜타클이란 광고회사도 주목받고 있다. 펜타클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떠했는지 듣고 싶다
최근 대한민국광고대상, 소비자가 선택한 좋은 광고상 등 각종 어워즈에서 수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덩달아 펜타클이란 광고회사도 주목받고 있다. 펜타클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떠했는지 듣고 싶다
> 펜타클은 2004년 메가존의 광고사업부로 시작해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초창기에는 IT 베이스에 있다 보니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잘하는 회사(부서)로 각광을 받았고, 점점 성장해오면서 상대적으로 크리에이티브나 광고, 영상 쪽 영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영상 마케팅에 집중했다. 배민커넥트나 해태부라보콘 같은 디지털 캠페인들이 성공을 거두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금의 종합광고대행사 영역까지 성장하게 됐다고 본다.
업력이 20년이나 된 줄 몰랐다.
업력이 20년이나 된 줄 몰랐다.
펜타클이란 이름을 알게 된 건 최근 3~4년 전부터인 거 같다.
> 펜타클 광고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유튜브 매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와 맞물리는 것 같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데이터 크리에이티브를 표방했고, 광고 타깃과 소재 개발에 데이터 인사이트를 찾아 반영하는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을 광고에 본격적으로 접목한 게 주요했다고 본다. 또 이와 관련된 회사들과도 협업을 해오면서 광고계의 빠른 트렌드 변화 속에서 다른 곳보다 한 발 더 빨리 앞서 시도하려고 노력해왔다.
사실 요즘은 종합광고대행사나 디지털 광고대행사, 퍼포먼스 대행사 등 업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광고 분야는 크리에이티브 영역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실제 세일즈가 이뤄지는 단계까지 전체적인 과정의 풀스택(Full Stack)을 모두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을 융 화시켜서 성장해 나가려 하는 중이다.
사실 요즘은 종합광고대행사나 디지털 광고대행사, 퍼포먼스 대행사 등 업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광고 분야는 크리에이티브 영역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실제 세일즈가 이뤄지는 단계까지 전체적인 과정의 풀스택(Full Stack)을 모두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을 융 화시켜서 성장해 나가려 하는 중이다.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 등 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각의 비중은 달라졌을 거로 생각하는데, 지금은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최근 1~2년을 보면 데이터 관련 여러 가지 솔루션들이 개발되면서 워낙 빠르게 많이 변했다. 사실 펜타클이 데이터를 통한 크리에이티브 인사이트를 표방한 지는 한 5~6년 정도 됐지만 그게 화두가 된 것은 불과 2년 정도다. 우리가 미리 좀 준비했었던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 쿠키리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그렇다
고 데이터와 관련된 부분들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응용의 폭이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쿠키를 활용해 너무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광고들이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 짜증 날지라도 또 효과는 보장되니까 그런 방법들이 많이 활용됐었는데, 이제는 데이터가 너무 무분별하게 활용된 것에 대한 자성 같은 것들도 일
어나고 있고, 오히려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응용하는 게 중요해졌다. 사실 광고가 예전에는 매우 크리에이티브 중심이었는데, 한순간 굉장히 기술 중심으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좌뇌, 우뇌처럼 이 둘을 잘 융합시키는 게 중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운영한다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가?
> 광고주가 광고할 때 RFP(제안요청서)를 틀에 박힌 내용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걸 그대로 받아서 숙제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서 과연 맞는 질문을 받고 숙제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한다. 크리에이티브로 풀어내는 단계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의 다양한 보이스를 활용해서 접근하고, 그다음에는 실제로 광고가 집행되면, 다시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게 데이터를 활용한다. 하나의 영역, 단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기보다는 전방위에 걸쳐 데이터를 조합하고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광고주 프로젝트를 할 때, 시작 단계에서부터 데이터를 활용해서 매체 집행 이후까지도 계속해서 데이터를 분석, 정제하여 보완해 나간다고 했는데, 이렇게 진행된 대표적인 캠페인 사례가 있는가?
> LG유플러스x넷플릭스의 ‘취향 저격 광고’와 스마트카라 ‘모듈형 AD’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영상에서 소비자들을 후킹 하는 타깃별 요소를 가진 도입부, 고객에게 보여줄 솔루션이 담긴 중간, 마지막 엔딩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각 부분당 5개씩의 영상을 찍게 되면, 실제 5의 3제곱만큼 크리에이티브 숫자가 나온다. 그러면 이 중에 어떤 안을 메인 광고로 쓰겠다 하지않고 테스트 과정을 거쳐 4~5개의 타깃 그룹을 만들고, 타깃 그룹별로 대표되는 크리에이티브를 다양하게 조합해 매체를 집행했다. 이 캠페인은 광고주 미션에 딱 맞아떨어져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실제 크리에이티브단까지 활용해 봤던 사례로 성과도 좋았다.
새로운 시도인 것 같지만, 대행사 입장에서 미리 많은 영상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 펜타클이 실험 정신이 조금 강한 편이긴 하다. 애정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신선한 접근법을 시도했던 케이스 중 하나로 ‘취향 저격 광고’는 Think with google에도 캠페인 성공사례로 소개되면서 하이라이트 됐었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프로젝트를 다 수익화 관점으로만 보면 진행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펜타클이 가진 인사이트와 실험적 시도가 가능한 경쟁력을 가지고 광고주한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회사 실적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본다.
프로젝트 접근법 자체가 일반 광고회사들과 다른 것 같다
> 맞다. 다른 것 같다. 나조차도 광고 태생이 아니다. 다른 광고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업계 스탠다드를 모른다. 그게 오히려 광고의 효율성과 좋은 광고로 광고주의 만족감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된 것 같다. 기존의 공식을 알고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 맞는 답을 찾아가려고 했던 게 경쟁력이 됐다.
기존 화법이 통하지 않는다니, 타 대행사에서 펜타클로 이직할 경우, 적응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펜타클 사람들은 어떤 성향인가?
> 펜타클 구성원으로 잘 융화되는 직원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나가는 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우리가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펜타클만의 색깔을 바꿔서 기존 종합대행사들처럼 따라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좀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우리
펜타클의 대표하는 광고 캠페인은 무엇인가?
의 경쟁력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 오더라도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컬러풀해지기를 바란다.
오히려 처음부터 펜타클만의 색깔을 이해하고 성장하게 될 펜타 클 키즈들이 중요한 핵심 인재다. 2020년부터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시작해 올해 4기까지 진행했고, 지금까지 총 48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했다. 그중 7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오히려 처음부터 펜타클만의 색깔을 이해하고 성장하게 될 펜타 클 키즈들이 중요한 핵심 인재다. 2020년부터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시작해 올해 4기까지 진행했고, 지금까지 총 48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했다. 그중 7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기, 단독 사옥인 펜타클 빌딩에 2020년에 독립하여 이전했다고 들었다. 여기 공간은 어떻게 꾸며져 있나?
> 100여 명의 광고 전문 인력이 모여 있는데, 크게 캠페인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 이렇게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캠페인 부문 안에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개발 조직들이 있어서 종합광고대행사의 롤들을 하고, 비즈니스 부문에는 퍼포먼스, 미디어, 애드테크, 광고 영역을 넘나드는 신규 프로젝트를 하는, 즉 신규 사업 개발팀이 있다. 또 펜타클과 협업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CG기반의 특수 효과 VFX, 메타버스 등을 개발, 지원하는 ‘인디고 스튜디오’와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대응하는 ‘메가존클라우드 AI센터’가 함께 있다.
최근 챗GPT가 광고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위협, 기회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최근 챗GPT가 광고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위협, 기회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 지금의 챗GPT를 그대로 광고에 활용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왜냐하면 챗GPT를 써본 사람들은 알텐데 얘가 굉장히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잘 한다. 펜타클 차상훈이 누군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커리어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뻔뻔하게 답한다. 나는 그게 거짓인 걸 알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 게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다. 다만 학습과 훈련을 통해 이런 부분들에 대한 오류를 잡아가는 과정들을 진행하게 된다고 하면, 광고가 가고 있는 방향들이 데이터 활용, 개인화, 즉시성 이런 부분들에 기반하여 발전하고 있어서 완성도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는 맞는 것 같다.
검색광고 시장에서는 위협이라 생각하는 의견이 많더라
>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검색광고를 하게 되면 검색 키워드에 맞는 상위 검색 결과들을 뿌려주게 되고, 그걸 클릭해서 광고비가 과금되는 방식일 텐데, 챗GPT가 소비자들의 검색 수요를 잡아먹게 되면 기존의 검색광고 시장에서 노출됐던 영역들이 줄어들게 될거고, 챗GPT로 흡수될 여지가 크다. 그런데 또 이게 응용이 된다 다고 하면, 고객이 질문하는 것과 챗GPT가 답변하는 연속성에서 맥락에 맞는 광고들이 추천돼서 나오는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상품들이 개발되지 않을까. 조금 더 고객한테 좋은 정보들이 제공될 수 있겠다.
사실 위협이라고 느끼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매번 새 로운 형태의 광고나 방식, 새로 뜨는 매체들이 등장할 때마다 업계의 지각 변동들이 계속 일어나고, 그럴 때마다 위협이나 기회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잘 활용하면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얼마나 좋은 질문, 인사이트 있는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답변을 유도해낼 수 있다. AI를 학습시킬 때 선행 질문이 그래서 중요한 거다. 지금은 이미지, 텍스트 영역들이 발전했지만 동영상까지도 충분히 가까운 시일 내에 확대될 것이다. 좋은 질문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작업하고, 다시 그 결과로 고객을 개인화해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실험을 해볼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펜타클의 대표하는 광고 캠페인은 무엇인가?
> 해태 부라보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과 ‘배민 커넥트’ 캠페인이다. 먼저 해태 부라보콘 캠페인을 설명하자면, 과제가 MZ세대에게 어떻게 하면 CM송 ‘부라보송’을 알릴 수 있을까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MZ세대가 타깃이니 어떻게 튀게 만들까 쪽으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 MZ세대가 가지고있는 성향 중에 소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진성성에 대해 굉장히 큰 비중을 두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적 약자라든지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인식도 꽤 있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광고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던 게 수어 부라보송 캠페인의 탄생 배경이다.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주요 광고제에서 13관왕을 차지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통해 문제 재정의에 성공한 캠페인인 ‘배민 커넥트’이다. 실제 RFP를 받았을 당시, 코로나로 인해 배달 수요가 폭증했던 시점이라 배달 플랫폼 간 배달원을 뺏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였다. 배민 역시 그런 상황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캠페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효과도 KPI 만큼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진짜 맞는 방향인지 문제를 재정의하여 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깃을 기존 배달원이나 알바투잡에 관심 있는 사람에서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 과감히 바꾸면서 다른 전략의 캠페인이 광고가 만들어졌다.
실제 배민커넥트 캠페인을 통해 이전과 비교해서 지원자 수가 2배 이상 성장했고, 인지도 제고에도 기여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데이터를 잘 알면, 광고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데이터를 잘 알면, 광고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
>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숫자를 가지고 어떻게 한다기보다는 그 데이터를 통해 고객, 광고주가 모르는 가치를 발굴하고 증폭시켜 주는 ‘밸류 파인더(Value Finder)’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할을 통해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기존과 다른 접근으로 개발된 솔루션을 통해 고객의 문제 해결해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본다.
마지막으로 펜타클의 올해 목표는?
> 내년이면 펜타클이 20년이 된다. 그동안 초기에 덜 영글었던 색깔을 나름의 방법으로 풍성하게 채우면서 펜타클만의 색깔로 숙성해 나간 시간이었다. 이렇게 무르익은 만큼 다른 대행사와는 다른 관점과 접근법들로 시장에서 계속 인정받을 수 있게끔 노력해보려 하는 게 여전히 목표다.
계속 발전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서 변화해야 하는 게 필수인 거 같고, 광고 영역을 넘어서는 영역들에도 펜타클의 역량을 강화, 확대하고 그 부분들이 다시 광고 쪽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원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