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글 송한돈 | 사진·팡고TV 촬영 유희래
서울의 일상적인 공간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 구찌 가든 티저 영상이 서울영상 광고제에서 ‘아름다운 서울’ 상을 수상했다. 섬세한 감각으로 매번 마주하는 서울을 아름답게 바꾼 크리에이티브 멋의 김태환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운 좋게 회사 내 ADZ 를 즐겨보던 카피라이터의 허락(?)으로 TED(김태환) 감독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과 팀원들과 제작한 회사 굿즈인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모습에서 이 사람이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하고 즐거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연기 학원에 등록하고 아직도 이 일 만큼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이 없다는 감독 ‘TE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뉴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 크레이티브멋의 대표이면서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TED(김태환)이라고 합니다.
PD면서 감독이셨군요
네 맞아요. 콘텐츠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감독이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거나 미숙하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서 두 역할을 구분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간혹 외부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혼란스러워할 때가 있어서 연출할 때는 감독 ‘TED’로, 다른 분야와 협업해야 할 때는 김태환 PD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프로덕션이 아닌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소개하셨는데
프로덕션이 메인이지만 내부에서는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미디어 아트 전시, 팝업스토어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하이브리드 형태의 콘텐츠 회사가 됐거든요. 내부에서는 프로덕션이라는 말은 금기어입니다. (웃음)
회사를 프로덕션이 아닌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소개하셨는데
프로덕션이 메인이지만 내부에서는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미디어 아트 전시, 팝업스토어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하이브리드 형태의 콘텐츠 회사가 됐거든요. 내부에서는 프로덕션이라는 말은 금기어입니다. (웃음)
원래 광고를 전공하셨나요?
한국에서 광고를 전공했어요. 그 이후 미국 플로리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다가 샌프란시스코의 필름 스쿨에서 영화를 공부했어요.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영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했고, 유학 도중에 한국에서 좋은 오퍼가 들어와 일하게 되면서 학업을 중단하게 됐는데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남
아서 한국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습니다.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출하셨나요?
흔히 알고 있는 장소가 가장 한국적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촬영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감독님은 연출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도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많은 학교와 전공을 옮겨 다니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관심은 많은데 당시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들이 저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광고를 전공하면서 6년 정도 광고 프로덕션에서 일하면서 조감독까지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필드에선 35mm 필름으로 뮤직비디오나 광고, 단편영화 등을 찍었는데, 학교에 가니 6mm 필름으로 촬영하고 영화학이나 현상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단계를 배우고 있는 거예요. 더 높은 수준의 학문을 배우고 싶어서 영국 런던대학교에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게 됐죠.
다양한 전공을 배우신 게 감독 일에 도움이 됐나요?
다양한 전공을 배우신 게 감독 일에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조금씩 달라 보여도 공통점이 있어요. 미디어 아트나 광고나 모두 비주얼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거든요. 현재도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광고를 연출할 때 큰 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영상 광고제에서 ‘아름다운 서울’상을 수상하셨어요. 어 떤 작품인가요?
구찌의 지난 반백 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회인 구찌 가든(GUCCI Garden) 티징 영상이에요. 50년간의 구찌의 시대별 유행했던 테마를 열두 개의 룸으로 보여주는 전시회였고 밀라노 본사에서 한국 서울에서 진행하고 싶다고 해서 디지털 마케팅 부분에서 티징 영상을 연출하게 됐죠.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출하셨나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한국의 상징적인 도시인 서울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했죠. 구찌 가든(GUCCI Garden)의 상징이 벌룬인데 구찌가 탄생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출발해 서울 상공을 유영하다 전시회가 열리는 동대문 DDP에 도착하는 내용이거든요. 서울 상공을 유영할 때 비칠 장소로 우리가 흔히 알면서 쉽게 지나치는 강변북로, 역삼동, 광화문 등을 영상에 담아냈어요.
흔히 알고 있는 장소가 가장 한국적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맞아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들이 가장 한국적이라 생각했어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공간들이지만 외국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영상에서 미묘한 다름을 끄집어내는 방법이 제 연출의 지향점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을 서울시에서 좋게 봐주셔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저는 모니터링에 집중을 넘어서 집착하는 편이에요. (웃음) 제 나름대로 감정선과 디테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가요. 현장에선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모니터링에 집중합니다. 사실 제 사수는 액티브한 스타일이어서 저도 자연스럽게 액티브한 스타일로 시작하게 됐는데 흥분된 상태로 촬영하다 보면 순간순간 놓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아쉬움이 커서 모니터링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바뀌게 됐어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도 있지만 촬영 전 크리에이티브를 준비하고 전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어가 좋으면 결과물도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 CD가 있는 이유기도 해요. 촬영 전에 CD들과 의견도 나누고 에너지를 얻으면서 완성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현장에서 최대한 구현하는 거죠.
감독님은 연출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롱테이크(Long take)로 촬영한 GUCCI_GAOK입니다. 당시 구찌 창립 100주년이면서 강북지역 최초의 구찌 스페셜 스토어 오픈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많은 오프라인 콘텐츠를 준비했으나 펜데믹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죠. 그때 오프라인 스토어를 직접 방문하는 경험을 온라인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게끔 바꿔 촬영하게 됐어요. 두 가지를 준비했는데 이날치&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FPV 드론(1인칭 관점 드론)을 활용한 롱테이크 방식의 스토어 투어 영상을 연출하게 됐습니다.
FPV 드론을 활용한 롱테이크 투어 영상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옛날에는 가게나 식당을 오픈하면 남사당패가 축하 공연을 하는 전통이 있었어요. 국내에서 유명한 남사당패 ‘연희집단 the광대’ 의 퍼포먼스와 함께 FPV 드론이 구찌 스토어 매장을 외부에서 시작해 내부를 투어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는 5분짜리 영상이에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거였죠.
처음 시도하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롱테이크이면서 한 번에 촬영해야 하는 원테이크(One Take)여서 쉽지 않았어요. 원테이크 영상은 편집점이 없어서 실수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해요. FPV 드론이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남사당패의 상모에 걸려 떨어지고, 인물 동선과 겹치면 다시 찍어야 해서 어려운 점이 많았죠. 아마 일몰 후 촬영을 시작했는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촬영했던 것 같아요. 밤새 촬영하다가 새벽 4~5시쯤에 딱 한 번 오케이가 됐고, 그 영상이 온에어 됐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가장 만족도는 높았어요.
좌절감을 느끼신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은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신 것 같아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시는군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리에이티브멋에도 묻어 있나요?
구성원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즐겁겠어요
일 말고 관심 있는 건 없으세요?
앞으로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으세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자주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데 매번 성공하시나요?
아니에요. 실패도 많이 하고 실패에 대해 걱정도 많이 해요. ‘내가 실패해서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나를 믿어주고 일을 맡겨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죠. 이렇게 성공해서 기쁠 때도 있지만, 실패해서 실망감을 안겨드렸을 때 오는 미안함과 좌절감도 엄청나요. 운 좋게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
다 믿어주시고 서포트해 주시는 클라이언트를 만난 게 저에겐 큰 힘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좌절감을 느끼신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은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신 것 같아요
이 일을 엄청 좋아해서 잘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하고 필드에 나와 일한 지가 2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 일만큼 재미있고 잘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거예요. 가끔 ‘내가 이 일 말고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무엇을 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돼요. 촬영장에 나가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궁리하고 노력하는 이 모든 과정이 즐겁거든요. 더 잘하고 싶어서 최근에는 연기 학원에 등록해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연기를 배우신다고요?
연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연기를 배우게 됐어요. 현장에서 디렉팅 할 때 한정된 단어나 표현으로 출연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요구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감정이 출연자의 어떤 상태에서 나오는지 이해하고 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직접 연기를 해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던 거죠. 반대 입장이 돼서 직접 연기를 배워보니 디렉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시는군요
진짜 잘하고 싶어요. 또 사람들이 잘한다고 얘기해 줬을 땐 진짜 행복해요. 반대로 내가 봐도 못했을 때는 속상해요. ‘나’를 평가하는 사람도 ‘나’고, 잘못된 것을 발견해서 바로잡는 것도 ‘나’라서 해결을 못 하고 있으면 너무 속상하고 슬퍼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요. 연기를 배운 것도 그 이유고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리에이티브멋에도 묻어 있나요?
저희 회사의 지향점은 토탈 콘텐츠 솔루션이거든요. 좋은 콘텐츠를 잘 만들고 알리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매체 운영부터 PR까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죠. 잘 만들더라도 홍보가 되지 않아서 묻히는 일도 있고, 퀄리티가 조금 더 높았으면 하는 욕심이 들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방송국 PD, 광고대행사 CD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했고, 비주얼 수준을 높이기 위해 CG/VFX사인 ‘더포스트랩’을 자회사로 설립했어요. 올해 3월에는 콘텐츠를 더욱 잘 알리기 위해 브랜딩 기반의 PR/마케팅 회사인 ‘플러스비’를 설립해서 크리에이티브 멋을 서포트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에도 진심이시네요. 크리에이티브멋은 모두 감독님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나요?
정말 다 달라요. 그래도 저를 포함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집단의 정체성보다는 개인주의를 지향할 것. 제 티셔츠 뒤에 적힌 안티소셜(Anti-Social)처럼 사회적이지 않아도 각자의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구성원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즐겁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일이 없을 때도 회사에 나와 직원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게 돼요. 또 얘기하다 보면 인사이트를 얻을 때도 많고요. 이런 모습이 수평적인 문화라고 말하는 건 대표의 바람인 것 같고, 수직적인 문화 안에서 최대한 존중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가능한 듯해요. 너무 감사하게도 구성원들도 즐거워하고 같이 만든 회사 굿즈를 입고 친구를 만난다거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걸 보면 그래도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일 말고 관심 있는 건 없으세요?
예전에는 요리에 관심 있어서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부업으로 하고 한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까지 땄어요. 제빵, 중식, 양식 필기까지 땄는데 시간이 없어서 실기를 못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스탠딩 코미디에 관심이 많아요. 재미와 불쾌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소통하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나중에는 무대에 서서 스탠딩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놀러 오세요. (웃음)
앞으로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으세요?
어떤 광고를 만들기보단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과정’이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인 성취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좋은 결과물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주변에서 많이 물어봐요.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꿈이 뭐냐고요.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해 많이 고민해 봤는데요. 제 대답은 ‘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멋을 시작할 때 진짜 ‘멋’있는 걸 해보고 싶어서 회사 이름도 크리에이티브멋이라고 지었거든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멋있는 걸 만들고 싶어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도 같을까요?
조금은 다른데요. 광고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크리에이티브멋과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받고 싶어요. 같이 시너지를 주고받을 사람들이 더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크리에이티브멋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