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 삶의 방향성, 아이덴티티 등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 때문.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전히 좋아하는 브랜드로 ‘나이키’, ‘무인양품’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마더그라운드’, ‘희녹’, ‘에디션 덴마크’ 같은 잘하는 스몰 브랜드를 많이 언급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트렌드를 봐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스몰 브랜드를 많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선택하는 브랜드가 곧 ‘나’라는 인식 덕분에 스몰 브랜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몰 브랜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람 냄새나는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스몰 브랜드는 유행을 따라가며 만들어지기보다, 창업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고민에서 출발해 형성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브랜드=창업자”라고 할 수 있으며, 창업자의 독창성과 개성이 크게 반영된다. 예를 들어,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는 못나니즈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박신후 대표의 존재가 브랜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박신후 대표의 아이덴티티가 크게 반영된 ‘오롤리데이’ (출처: 오롤리데이 유튜브)
박신후 대표는 크리에이터이자 대표인만큼, 사업을 전개하며 마주한 어려움들을 솔직하게 SNS로 공유하며 사람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대표의 아이덴티티가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에 충분히 담기고 있는 것. 대표의 개성과 열정이 브랜드에 전달되며, 이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불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SNS로 활발하게 고객들과 소통하는 ‘녹기 전에’ (출처: 녹기 전에 인스타그램)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역시 박정수 대표가 ‘녹싸’라는 닉네임으로 적극적인 SNS 활동을 한다. ‘녹기 전에’는 매일 새로운 아이스크림 메뉴를 개발하고, 방문한 고객들의 인증글과 방명록을 SNS에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녹기 전에’가 사람들에게 환호받는 이유는 우선 창업자가 전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만의 생각이 분명하다. ‘플랫폼 위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배달 업체를 매번 바꿔가며 배달 공지를 한다거나,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으러 가고, 콘돔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어쩌면 아이스크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활동들을 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브랜드는 감정이 싹 빠진 무형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스몰 브랜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람 냄새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브랜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창업자의 생각, 개성, 재능 등에 매력을 느끼고 반응한다. 그리고 그 생각에 공감하며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대화가 통한다’고 느끼면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 창업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담긴 메시지를 잘 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회에 주는 임팩트를 신경 쓴다
최근 환경, 기후, 비건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시작되는 스몰 브랜드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이 지구의 환경을 우려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희녹’ 역시 박소희 대표가 아이를 낳은 뒤 아이가 거주할 지구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만든 스몰 브랜드다. 희녹은 환경을 생각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을 만든다. 희녹의 대표 제품인 탈취제는 제주의 편백나무 가지치기 작업으로 자연적으로 땅에 버려지는 잎과 줄기를 유일한 원료로 사용하며, 화학 처리 없이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편백 원액을 추출한다. 이렇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 외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과한 마케팅과 홍보를 하지 않는다. 속도보다는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희녹’의 스페이스 스프레이 (출처: 희녹 홈페이지)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일상을 제안하는 브랜드 ‘동구밭’은 환경을 생각하는 고체 샴푸 및 세제를 주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2022년 산불 피해 나무로 만든 인센스 홀더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이미 타버린 나무는 쓸 수 없이 버려지곤 하는데, 그 나무들을 리사이클링해 인센스 홀더로 만든 것이다. 판매하며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 큰 피해를 주는 산불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까지 함께 전했다.
산불 피해목을 업사이클링한 ‘동구밭’의 인센스 홀더 (출처: 동구밭 홈페이지)
사회적 임팩트를 생각하며 브랜딩 활동을 하는 스몰 브랜드는 사람들이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은 가치에 맞게 사회적인 임팩트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스몰 브랜드의 인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 많은 기업이 스몰 브랜드와의 협업을 원한다. 사람 냄새나는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스몰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성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가져오고 싶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스몰 브랜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대중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길’, 속도와 규모보다는 ‘지속성’이라는 가치를 잘 지켜낸다면 말이다.
이승희
14년 차 브랜드 마케터. 병원, 스타트업, 대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마케팅을 했다. 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나를 소개한다. 일로 표현할 땐 ‘마케터’로, 행동으로 말하고 싶을 땐 ‘기록하는 사람’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을 땐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유튜버’로 소개한다. 저서로는 <기록의 쓸모>, <별게 다 영감>, <일놀놀일>,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