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들, 세상을 씹어먹는 크리에이티브로 승부, 이석영 스튜디오 빅배스 대표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3.10.17 04:40 조회 1851

취재·글 정현영 | 사진·팡고TV 촬영 유희래


‘빌런들이 모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광고대행사 ‘스튜디오 빅배스(이하 빅배스)’를 찾았다.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기존 광고대행사의 업무 방식이나 프로세스 대신, 그들만의 색다른 혹은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석영 빅배스 대표는 광고를 넘어 크리에이티브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고 즐겁게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빅배스는 어떤 회사인가?
ATL, BTL,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두지 않고, 크리에이티브를 무기로 재밌는 캠페인을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이다.

빅배스의 조직 구성이 궁금하다
처음 2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20명 가까이 직원이 늘었다. 조직은 기획 2개팀, 제작 2개팀, 프로덕션팀 이렇게 총 5개팀으로 이뤄져 있다.

회사 설립 후,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말이 있나? 
회사 슬로건이 ‘VILLAIN MAKES THE WORLD BETTER’이다. 빌런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뜻을 의미하는데, 세상(World)을 두 가지, 하나는 내부, 다른 하나는 외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보통 광고대행사에서 기획은 광고주의 눈치를, 제작은 회사 대표의 눈치를, 팀원은 팀장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걸 파괴하고 싶었다.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때, ‘정말 이렇게까지 해도 돼?’라고 할 정도의 문제적 아이디어, 금기를 깨는 아이디어를 내는 빌런을 환영한다. 그런 아이디어를 만날 때 가장 기쁘다.





실제 회사에 빌런이 많은가?
정답 같은 아이디어를 내는 건 경력 많은 내가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보다는 빠르고 쉽다. 그 친구들한테 기대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 실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알아봐야 하는 생각이들 만큼 위험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는 것이다.

빅배스가 만든 대표적인 광고 캠페인이 궁금하다
두 가지 캠페인을 소개하자면, 카버코리아 AHC의 리얼 아이크림포 페이스 ‘광이나는 아이크림’ 광고와 숏폼 크리에이터인 너덜트와 함께 한 아모레퍼시픽 슈퍼콜라겐 에센스 광고이다. 이 두 캠페인은 조회수, 바이럴, 판매량 등 성과 측면에서 성공하기도 했지만, 빅배스가 일하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었던 캠페인이었다. AHC의 ‘광이 나는 아이크림’은 네고왕 콘텐츠를 통해 AHC와 인연을 맺은 황광희를 전속모델로 기용하면서, 젊은 타깃층까지 확대해 AHC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것을 고민했다. 우리가 낸 아이디어는 광이 나는 아이크림이라는 제품의 USP를 극과장하여, 아이크림을 통해 눈부시게 빛난 피부를 갖게 된 모델이 너무 눈부셔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시작됐다. 이를 광희 라는 캐릭터를 살려, TVC와 다큐형식의 유머러스한 바이럴 영상으로도 풀어냈다. 아마 셀럽을 쓰면서도 셀럽의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최초의 광고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위험하고도 과감한 아이디어를 광고주나 모델이 어떻게 반응했을지가 궁금하다
바이럴 영상은 모델인 광희씨가 광고 시사회장에 와서, 자기 얼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장면을 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거의 다큐에 가깝게 찍었다. 처음에 콘티를 설명했을 때, 굉장히 당황했고, 이렇게 해도 되는지 계속 반문하더라. 하지만 광희씨가 워낙 이런 것들에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다행히 잘 받아들여 줘서 고마웠다. 실제는 얼굴이 나오는 편과 안 나오는 편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는데, 최종적으로 얼굴이 나오지 않는 영상이 더 재밌다고 광희씨가 얘기해줘서, 마지막에 광고주까지도 설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화제도 됐었고, 굉장히 오가닉한 바이럴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슈퍼콜라겐 에센스 광고는 어땠나?
유튜브 채널 ‘너털트’라는 숏폼 크리에이터와 콜라보 한 최초의 케이스이다. 당시 너덜트가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았었다. 그들의 ‘당근거래’ 콘텐츠 한편이 조금 이슈가 됐었고, 나 역시 그걸 너무 재밌게 봤었다. 슈퍼콜라겐 에센스가 추석 선물 그 시기에 맞춰서 온에어 하고 싶다고 해서, 너덜트를 꼭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수소문했는데, 어떤 모델 에이전시를 알아봐도, 유튜브 링크에 연락해도 닿는 데가 하나도 없었다. 근데 이 친구들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계속 지인에 지인에 지인에... 결국 연락처를 알아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설득해서 결국 진행이 됐다. 슈퍼콜라겐 에센스의 제품명에서 ‘센스’ 키워드를 도출하여 홍삼, 참치 세트 등 식상한 설 선물 대신 슈퍼콜라겐 에‘센스’를 선물하자는 컨셉으로 ‘중고마켓 남편들의 센스 있는 설날 선물’이란 캠페인이 나왔다. 그 캠페인이 잘되고 나자, 아모레에서도 굉장히 반응이 좋았고, 너덜트를 활용한 광고들이 우후죽순 나왔었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처음 시도했었고, 팀원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결국 좋은 캠페인으로 연결됐다고 본다.

회사 창업 이후, 아무래도 경영자로서의 포지셔닝이 클 것 같은데, 태도나 마음가짐에서 변화가 있다면?
회사 차릴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즐겁게 일하고 싶다’였다. CD로 일했을 때는 좋은 캠페인을 만들어 경쟁피티에서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컸었다. 지금은 즐기면서 재밌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좀 더 커졌다. 그 마음이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되게 만들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일하는 강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광고업에 몸담은 지 16~17년째인데, 계속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다. 우리 업이 굳이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 않나, 평소 뭔가를 경험할 때, 일로 연결시키는 습관이 배어있어 일하는 강도는 비슷한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좀 덜 한 것 같기도 하다. 전엔, 소비자가 좋아할까, 혹은 광고주한테 먹힐까, 회사 내부에서 대표 리뷰도 있으니, 통과될까 걱정이 컸다. 지금은 ‘우리가 재밌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을 대하니 즐겁다.

요즘 광고업계가 매우 힘든 시기인 것 같다. 특히 독립대행사가 살아남기 쉽지 않다. 그래서 빅배스만의 차별점, 경쟁력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인가?
신생 광고대행사로서 빅에이전시와 경쟁피티에서 붙었을 때, 정답 같은 광고, 정답 같은 캠페인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가져가기 위해, 내부적으로 충분히 용감한 아이디어인가를 가장 많이 생각한다. 
그런 판단이 독이 될 때도, 득이 될 때도 있지만, 우리가 떨어졌던 피티에서도 아이디어만 살 수 없냐고 제안받았던 경험이 많았던터라, 그 자체가 아이디어 하나만은 광고주가 사고 싶어 할만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답 같은 광고보다는 용감한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스피드이다. 조직적으로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시대적인 컨텍스트를 빠르게 캐치하고 있다. 나 역시 대표이자 CD이고. 그래서 앞서도 얘기했지만 ‘너덜트’를 가장 빨리 썼고, 꼬깔콘 캠페인에서 매드몬스터를 처음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덕션팀을 내부에 갖고 있다. 단순히 광고대행사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제작을 외주로 맡기기보다는 내부적으로 감독, 2D 편집까지 가능한 인력을 보유함으로써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내부 프로덕션팀을 갖추는 것이 조직적으로 어떤 효율을 가져다 주는가?
빅배스라는 회사가 단순히 광고만 만드는 회사로 키우고 싶지 않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가장 재밌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자’, 이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비전이다. 크리에이티비를 펼쳐나갈 수 있는 영역이 단순 광고뿐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에 캠핑기어 브랜드를 만든 적도 있다. 앞으로 자체 IP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 크리에이티브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양하 게 펼쳐나가고 싶은 게 목표다. 그래서 프로덕션 기능을 갖춰나간다는 것은 빅배스가 생각한 것을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초석이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

미디언스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계열인 회사 간 시너지를 내는 부 분이 있을까?
미디언스그룹 안에 미디언스랩 이라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회사가 있고, ‘더 쏠트(The SALT)’라는 애드테크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 회사, 빅배스가 종합광고대행사 롤을 수행하고 있다. 광고주의 니즈는 업무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풀스텍, 애드테크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경쟁피티를 같이 들어가기도 한다. 단 
순 기능적인 회사들의 모임이 아니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관점에서 광고주의 숙제를 바라보는 솔루션을 내기도 하고, 퍼포먼스 관점에서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관점들이 모여, 시너지를 낸다고 본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비용적으로 세이브되는 측면과 속도에서도 더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

생성형 AI 기술이 광고업계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 이미 AI 기술을 활용해서 광고를 제작하기도 하고 내부 직원 교육 혹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과 협업, 인수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빅배스는 어떠한가?
아직 대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AI 기술이 크리에이티브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광고주의 과제를 받을 때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예산을 가지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게 아니다 보니까 AI 기술들을 활용해서 더 빨리 더 좋은 퀄리티의 크리에이티브를 도출해 낼 수 있게 될 거라 본다. 그래서 빅배스 역시 챗GPT나 포토샵 AI툴, 미드저니 등을 사용해 보면서 공부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대표님의 이력이 특이하다. AE로 시작해서 카피라이터, CD로 이어졌는데, 광고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 지나온 발자취가 궁금하다 
중2 때부터 꿈이 카피라이터였던 광고 꿈나무였다. 당시 선생님도 이 직업을 생소해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때 공모전이나 광고 대행사에서 하는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취업 시기에 카피라이터로 시작하고 싶었으나 당시 뽑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일단 광고대행사에 먼저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AE로 취업했었다. 다행히 내가 있었던 회사가 AE한테도 굉장히 크리에이티브를 많이 요구하는 회사여서 재밌게 일했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되면서 카피라이터로 오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AE임에도 카피라이터로 오라는 제안을 해주셨던 분이 현재 정호영 메이트 인디펜던스 대표이다.

AE와 CD 어떤 게 더 적성에 맞았나?
AE이든 CD든 힘듦은 분명 있는데, 둘 다 재밌게 생활했었던 것 같다. 운 좋게도 기획이 전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전략도 생각해야 하고, 제작한테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야한다는 이야기를 좋은 선배들을 통해 워낙 많이 들어서, 기획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CD를 함에서도 크리에이티브가 적절히 도출되 
면서 광고주의 가려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큰 그림에서 
보는 훈련이 돼 온 듯하다.

광고에 열정과 애정이 느껴져서 뼛속까지 광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빅배스에서 선호하는 인재를 뽑는 기준이 궁금하다 
빅베스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색다른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을 즐기는 친구들이었으면 한다. 돈 버는 직업으로서의 광고인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일을 통해 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보고 싶은 연예인이 있다면, 그 연예인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거다. 진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 있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친구들이 합류했으면 하고, 그런 친구들이 재밌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특별히 채용 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면?
어떤 것에 미친 듯 빠져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하고, 면접자들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본인 계정의 소셜 채널을 한번 보여달라 부탁하기도 한다. 일상 콘텐츠에서 창작자들은 성향이 많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진짜 좋아하는 취미에 확 빠져 있는 친구들도 있고, 부계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게 뭔가 계속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즐겨 하는 친구들일수록 지치지 않고, 광고대행사에 오래 다닐 수 있다고 판단된다.
경력직의 경우는, 기존 회사에서 아이데이션 했던 파일을 가져와서 프레젠테이션해 줄 수 있냐고 요청한다. 포트폴리오에 참여도를 적어서 제출하긴 하지만 그것을 다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중요한 것은 아이데이션 회의이다. 이 회의 때 본인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냈는지를 보는게 판단의 기준이 되더라. 그래서 정말 뽑고 싶은 친구이면 양해를 구하고 준비를 부탁한다.

빅배스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은지?
보통 광고대행사로서 소개하긴 하지만 광고에 국한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빅배스’가 물고기 중에서 생태교란종의 일종인데, 본질적인 광고 생태계를 교란해서 색다르고 과감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갈 것이고, 크리에이티브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빅배스’를 하나의 크리에이 
티브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
빅베스 ·  꼬깔콘 ·  AH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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