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챗GPT가 쓸고 간 2023년이 지나고, 2024년은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변화의 실체를 맞이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우리에게 줄 변화들은 무엇일까? AI로 달라지는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어떤 준비를 해 나가야 할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챗GPT, 말은 잘하는데 2% 부족하네
챗GPT를 써본 사람이라면 챗GPT가 생각보다 말은 잘하지만, 우리 회사나 나의 개인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챗GPT는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말을 잘 생성하는 언어모델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학습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럴듯하지만 정확하지는 못한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언어모델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라고 부른다. 이 환각 현상에 대한 보정 없이는 생성형 언어모델 기반의 서비스를 바로 출시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내부 데이터와의 연동, 보안 및 개인정보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실제 생성형 AI 기술을, 기업의 솔루션이나 서비스에 도입하기를 검토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챗GPT와 클로바X와 같은 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닌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형태로 가져와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의 엔진을 가져오듯, 말 잘하는 생성형 AI를 가지고 와서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 (김덕진 저))
생성형 AI를 API로 가져오는 방법들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아예 우리 회사만을 위한 AI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다. 사전 학습부터 모든 가중치를 조절하는 것으로, 맞춤형이기에 자유도는 높지만 돈이 많이 들고 전문가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파인튜닝 혹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 하는 방식이다.
파인튜닝(Fine-tuning, 미세조정)은 말 그대로 만들어진 모델에 추가로 미세조정을 해서 좀 더 섬세하게 쓸 수 있게만 하는 것이다. 거대언어모델이 우리 업무 분야에 대해 답변을 잘 못 할 때, 우리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로 넣어 학습시켜 답변을 잘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도 부담되는 기업은 생성형 AI에서 답변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을 활용한다. 물론 파인튜닝을 하거나 사전학습을 하는 경우에도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추가하여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AI가 대신 마케팅 카피를 쓴다고?
“현대백화점, AI 카피라이터 ‘루이스’ 채용…10초 만에 광고 카피 제시”(포인트데일리) “CJ, 고객 성향 맞춰 마케팅 문구 생성하는 AI 카피라이터 도입”(한국경제)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있다. 광고 카피를 만드는 회사가 API 형태로 언어모델을 가져온다면, 기존 언어모델 위에 그 회사에서 지금까지 광고에 사용한 다양한 문구를 AI에 학습 데이터로 추가하여 공부시키고, 그 스타일에 맞게 멘트를 뽑아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마치 군대에 가서 “다, 나, 까” 말투를 쓰듯이 그 회사 스타일에 맞는 말투와 느낌으로 AI는 기존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카피를 뽑아준다. 이렇게 만든 AI의 카피를 그대로 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만든 초안을 보며 인간 카피라이터들이 응용하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AI 척척박사와 대화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은 인간 카피라이터의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와 블룸버그가 AI를 활용하는 방법, 파인튜닝
최근 파인튜닝 방식은 금융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계 1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3년 3월 GPT-4가 나왔을 때, 오픈 AI와 파트너십을 맺어 회사 내에 있는 데이터들을 다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수작업을 줄이고 복잡한 문서를 빨리 분석함으로써 효율성을 향상하고 시간과 자원을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마치 회사의 모든 정보를 꿰고 있는 개국공신 이사한테 자잘한 질문들까지 매일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회사 내부용 AI에 매일 쉽게 물어볼 수 있으니 신입사원도 업무 파악에 아주 좋다.
모건스탠리의 요구에 맞춰 AI를 튜닝한 오픈 AI (출처 : 오픈AI 홈페이지)
블룸버그는 그동안 상당히 비싼 돈을 받으면서 금융정보 서비스를 해왔는데, 금융회사 직원들이 전용 단말기 사용법이 어렵다며 잘 안 쓰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블룸버그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에 말 잘하는 언어모델을 갖다 붙여 블룸버그 GPT를 만들었다. 이제는 말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할 각종 서류의 초안을 써줘”, “금융 보고서의 핵심을 뽑아서 요약해 줘”, “애플 재무제표의 특징적 요소를 알려줘”라고 하면 알아서 척척 뽑아 준다.
정보도 잘 틀리지 않는다. 블룸버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방대한 유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내부 직원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신입사원들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배들처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자사의 정보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쓰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PI 비즈니스, 원래의 서비스에 더 똑똑한 비서가 탑재되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생성형 AI를 API 형태로 자신들의 서비스에 붙여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원래 잘하는 서비스에 말 잘하는 똑똑한 비서가 들어오게 되는 셈인데, 예를 들어 오픈 AI에서 제공하는 공식 챗GPT 사이트에서 아무 설정 없이 그냥 “뉴욕 여행 5박 6일로 가고 싶어. 일정을 짜줘”라고 하면 효과적으로 알려주지 못한다. 챗GPT는 말은 잘하지만, 구조화된 여행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 데이터로 먹고사는 여행 전문 앱에 대화형 AI를 붙인 뒤 5박 6일 뉴욕 여행 코스를 짜달라고 하면 기존 자사의 축적된 여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 짜줄 것이다. 이처럼 이미 특화된 데이터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업체들이 말을 매끄럽게 잘하는 대화형 AI를 만나면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마이리얼트립 AI 여행플래너 (출처 : 마이리얼트립 유튜브 채널)
AI 모델 & 나만을 위한 패션 디자이너
언어모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DALL-E와 같이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TEXT2IMG 기술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또한 작대기를 몇 개 그리고 “원피스를 입은 한국의 20대 여성 모델”이라고 입력하면, 아름다운 여성이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작은 쇼핑몰들의 경우 모델료를 아끼느라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어 쓰는 경우도 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들도 생기고 있다.
패션 전문 생성형 AI 스타트업 POTOO (출처 : POTOO 홈페이지)
챗GPT가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쇼핑몰에서 AI를 붙여 판매량, 평점, 댓글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옷을 추천하고 코디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챗GPT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말로 쉽게 어떤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옷 디자인의 영역은 표현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과거에 컴퓨터한테 “시크하게 만들어 줘”라고 요청하면 원하는 결괏값(옷들)을 얻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생성형 언어모델 AI가 붙으면 ‘시크하게’라는 말과 그에 상응하는 결괏값(옷들)의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만들어 준다. 마치 소통이 잘되는 패션 디자이너를 모셔 놓고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어 달라고 말로 부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성형 AI가 만드는 새로운 소통과 비즈니스
결국 기업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소통과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한테 뭔가를 시키기 위해서는 코딩을 해야 했다. 이제는 우리가 사람의 언어로 말하면, 생성형 AI가 알아서 컴퓨터의 언어로 작업한 후 다시 사람의 언어로 얘기해 준다. 소통이 중요한 다양한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어떤 일을 할 때 부가적인 기술보다는 그 ‘본질’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기업들의 AI 기술에 대한 전략적 접근
예전과 달리 다양한 선택지들이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으로선 우리 회사에 무엇을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일반 기업의 경우 생성형 언어모델 혹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도입해서 거기에 자사의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는 방향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I를 자체 개발하려는 성능 경쟁보다는 자사의 비즈니스에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어모델이나 버전에 따라서 훈련 데이터도 다르고 과금 체계도 다르며 변하기 때문에 실무적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워낙 즉각적이기 때문에 먼저 어떤 도구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항상 대응에 대한 변화는 있어 왔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2024년 초는 좀 더 적극적인 AI 도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니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김덕진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공학과 교수,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복잡한 IT 기술과 비즈니스 구조를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만들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에서 각종 AI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희대에서는 ‘뉴미디어와 인공지능과 결합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강의를 대학원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저서 <AI 2024 트렌드 & 활용백과> <AI 202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