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고집은 같은 말이 아니다. 아부와 충성 또한 동의어아 아니다.
신문광고저널, 2009년 01-02월, 36호 기사입력 2009.02.05 12:00 조회 7387
최 윤 식 광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choisad@hanmail.net

광고회사의 서비스란 무엇인가? 리셉션 데스크에 앉아있는 팔등신 미녀나 미스코리아 뺨치는 여직원들의 친절과 웃음이 그 핵심이 아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변호사나 의사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 서비스는 전문가적 조언이지 맹목적인 복종이나 충성 선언이 아니다. 고객제일주의는 광고산업에서도 금과옥조일 수밖에 없는 절대가치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객은 광고주가 전부가 아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객의 고객’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 있는 것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광고안을 최종 승인하는 사람은 광고주 회사의 사장이다.

그러나 그 광고의 효과를 결재하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다. 바로 그 광고의 타깃 오디언스, 소비자들인 것이다. 소비자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광고주가 만족스러울 수가 없는 것이 광고의 숙명이다. 광고의 어려움은 광고회사의 고객인 광고주와, 그 광고주의 고객인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데 있다.

“광고주 제품 이용은 직업적 예의”



오길비 가라사대,“ 의사가 중환자에게 환자의 용태를 사실대로 말해주기가 어렵듯이 광고회사도 그 제품의 치명적인 결함을 지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자기 부인의 결점을 말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제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에 화를 내는 광고주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광고주를 위해 용비어천가를 불러줄 광고회사는 많고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또 단언했다.“ 클라이언트의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다. 내가 시어즈 로벅의 어카운트를 맡았을 때 나는 옷을 모두 시어즈 로벅 사의 것으로 사 입기 시작했다. 이에 내 아내는 번거로워했지만, 다음 해 패션모델계에서 나를 베스트 드레서로 뽑도록 했다.

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외의 다른 카드를 사용하거나 맥스웰 하우스 이외의 다른 커피를, 또한 도브 비누 이외의 다른 비누를 쓸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광고하는 브랜드가 이제 2,000가지를 넘게 된 지금 나의 개인용 물품명세서 또한 점점 복잡하게 되었다. 롤스로이스의 어카운트를 맡게 되었을 때도 나는 내 원칙에 따라 자동차를 롤스로이스로 바꾸었다.”

그는 일생생활 속에서 항상 클라이언트의 제품을 쓰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행동은 아부를 하려거나 광고주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광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직업적 예의라고 말한다.

오길비의 이렇듯 철두철미한 광고주에의 충성은 레오버넷 사의 레오버넷을 생각나게 한다. 레오버넷의 광고주에 대한 충성심은 너무나 철저한 것이어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그의 나이가 70대가 되면서 저혈당으로 가끔 실신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광고주에 대한 그의 확고한 충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한 사건이 일어났다.

켈로그 사가 매년 개최하는 마케팅 회의가 플로리다 케비스 케인의 한 풀장 곁에서 열렸고, 광고주와 광고회사 사람들이 다수 참석했다. 연설을 하고 있던 레오의 목소리가 갑자기 약해지더니 그 거구가 테이블 위로 무너져 내렸다.“ 캔디 바!” 하고 그는 희미한 소리로 말했다(저혈당이었으므로).

좌중의 한 사람이 얼른 일어나 의자를 뛰어넘어 사탕 자동판매기 쪽으로 달려가자 레오는 사력을 다해 상반신을 일으켜서는 고통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반드시 레슬레 것이어야만 해!”(레슬레 사는 레오버넷의 광고주였으므로). 광고주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오길비는 미국에서 가장 광고비를 많이 쓰는 광고주사 5개를 점찍어놓고 하나씩 하나씩 공략해 나감으로써 광고주 리스트를 늘여나갔다.



광고주에의 ‘충성’의 방법

그런데 반해 DDB의 번벅은 광고주 수를 늘이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좋은 광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모시고 있는 광고주에 대한 최고의 충성이자 서비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모시고 있는 광고주의 광고를 잘 만드는 것 이상의‘ 광고회사 광고’가 없다고 생각했다.

‘ 우리가 잘 만든 광고가 새로운 광고주를 물고 되돌아오게 만든다’는 것이 그가 구사한 최고의 광고회사 성장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기에 번벅은 광고주를 찾아다니며 광고를 구걸(?)하지 았다. 그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통해 팔리는 광고를 만들어 줌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고주에 대한 충성을 다했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오로지‘ 좋은 광고’ 였을 뿐‘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그러한 태도는 오히려 광고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해 온 것이 오히려 우리 회사를 건강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런 입장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신념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게 만들었고, 15%의 커미션 때문에 우리의 전문성을 매춘부처럼 팔아넘기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길게 보면 광고주들은 자신이 요구했던 것은 잊어버립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오로지 한 가지는 그 광고가 효과가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은 광고사(史)의 전설이 되어버린 Avis사의‘ No. 2 캠페인’의 시작은 이러한 번벅의 신념을 잘 보여준다. 새로 회사 경영을 맡은 다운젠트 사장은 번벅에게 말했다.“ 100만 불로 500만 불짜리 광고를 할 수는 없겠습니까?”“ 한 번 해보지요.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광고를 한 자도 고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 주십시오.” 그러나 3개월 후에 번벅이 들고 온 광고시안을 보고 다운젠트 사장은 굳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Avis 렌터카는 업계 2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위보다) 더 열심히 일합니다.” - 세상에나? 2위에 불과하다고 말하다니. 1위라고 그래도 믿을 둥 말 둥 할 텐데.



성공적인 광고보다 더 성공적인 ‘광고회사 광고’는 없다

광고주를 미리 찾아가 광고주를 개발하지 않는 DDB의 전통은 창업 후 20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그는‘ 광고주를 위해 만든 성공적인 광고보다 더 성공적인 광고회사 광고는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Word of mouth is the best medium of all‘( 그 광고 좋더라.’ 그런 소문보다 더 좋은 광고매체는 없다).

오박은 엘 알 항공을 낳고, 엘 알 항공은 아메리칸 항공을 낳고, 아메리칸 항공은 모빌을 낳고, 모빌은 폭스바겐을 낳고 식으로 DDB의 광고주 리스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59년 오스트리아 태생인 칼 H. 한이라는 사람이 독일 폭스바겐 본사의 세일즈 프로모션 오피스로부터 미국 폭스바겐 사에 파견되었다. 아직 30대 중반이었던 그는 활동적이고 추진력이 왕성한 비즈니스 맨이었다. 미국의 광고사정을 단시일내에 조사한 그는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즉, 폭스바겐을 위한 광고회사 탐색에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 일 년 치의 신문과 잡지를 모아놓고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광고들을 체크한 다음 비서에게 그 광고들을 제작한 광고회사가 어디인지를 알아보고 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시켰다.

그 결과 체크된 광고의 무려 70%가 DDB라는 무명의 광고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폭스바겐과 DDB의 관계가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전설적인 폭스바겐 캠페인의 서막이기도 했다.
 
광고회사 ·  광고에이전시 ·  광고주제품이용 ·  유명광고인 ·  오길비 ·  레오버넷 ·  성공광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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