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디바이스와 AI의 만남, 스마트홈은 어떻게 진화할까?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4.03.12 12:00 조회 1093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김덕진 소장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불과 1분의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선 6억 2500만 번의 틱톡 영상이 플레이 되며, 630만 번의 구글검색이 일어나고, 35만 개의 트윗이 작성된다. 스마트폰에서만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들은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동차에서 냉장고, 청소기까지 우리가 내리는 명령과 이에 따른 움직임 모두가 데이터로서 저장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매일매일 접촉하며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기들을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라고 부른다.



엣지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파피루스든, 종이든, 디지털이든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정보의 총량은 약 20엑사바이트로 추정한다. 세계경제포럼의 연구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매일’ 생성되는 데이터 양이 463엑사바이트에 이르게 된다. 즉, 인류 역사 데이터 전체의 23배 이상이 단 하루에 쏟아지고 있다. 진정한 빅데이터 시대가 된 셈이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데이터에 단순히 압도될 이유만은 없다. 사실 이 데이터들은 AI가 똑똑해지는 원천이 된다. 인간이 남긴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학습하고, 여러 디바이스를 개선하고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 집안의 모든 기기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더 똑똑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혜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가 지저분한 마루를 슬쩍 쳐다본 후 TV에 대고 “청소해 줘” 말하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집을 치우는 모습은 어떨까?

AI for ALL, 모든 것은 AI로 연결된다

우리들이 각자가 가진 상상을 AI가 실행하기 위해선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기존엔 디바이스(청소기나 TV 등)가 아닌 클라우드 공간에서 이런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클라우드에서 AI를 실행할 때는 단점이 있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 기계가 멈출 수도 있고, 또 데이터를 계속 사용하려면 비용도 든다.

무엇보다 개인 정보 문제가 있다. 집에서 내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인터넷 어딘가에 저장된다면 생각만 해도 께름직하다. 스마트홈 카메라가 해킹되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CCTV 영상에 대한 뉴스를 봐도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로 우리의 상상은 생각보다 현실이 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기 자체에 강력한 AI 칩을 탑재하고, 집안의 기기들과 소통하며 우리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똑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 성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기술을 ‘온디바이스 AI’라고 부른다.


중앙 클라우드를 통해 분석하는 인공지능과 직접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비교
(출처 : 
삼성 뉴스룸)


최근 열린 CES 2024의 캐치프레이즈는 ALL ON. AI로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연결의 핵심엔 온디바이스 AI가 있었다. 온디바이스 AI가 특히 주목받은 것은 바로 대형언어모델(LargeLanguageModel)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 때문이다. 챗GPT가 등장한지 이제 일년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데 사람이 기계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의 언어를 알아듣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AI가 사람을 배우고 인간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대, 집안의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연결의 미래’가 비즈니스 판도를 바꿀 것이라 여겨졌고, 이런 변화가 가전 분야에 적용된 것이 이번 CES 2024의 스마트홈 기술이었다.

<AI와 함께하는 스마트홈의 미래. 어떻게 흘러갈까?>

그렇다면 이렇게 엣지디바이스를 통해 구성된 온디바이스 AI 기술은 스마트홈에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CES 2024에 소개된 기술들 통해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홈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자.

TV, 모든 가전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허브가 되다

이미 TV 속에는 스마트폰처럼 온디바이스 AI 칩이 들어가 있어 음질과 화질을 개선하는 기능을 한다.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주는가 하면, 영상 내 소리 중 일부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CES 2024 개막에 앞서 진행된 ‘삼성 퍼스트 룩 2024’ 행사에서 삼성전자 북미법인 제임스 피셔 상무가 ‘NQ8 AI 3세대’ 프로세서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삼성 뉴스룸)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기기였던 TV가 수 년 전부터 인터넷과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TV로 진화했다. 향후에는 감지, 소통, 분석 등의 인텔리전트 요소를 기반으로 한 AI TV로 바뀌어 갈 것이며,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과 취향까지 인식하는 지능화 기기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TV에 카메라가 장착돼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행동하도록 진화하고 있는데, 앞서 글쓴이의 상상처럼 TV가 지저분한 마루를 감지한 후 사람에게 “방바닥이 지저분한데 로봇청소기를 실행시킬까요?” 하고 물어보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을 탑재한 TV가 스마트홈의 커맨드 센터, 즉 사령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냉털’을 도와주는 냉장고

가끔씩 냉장고를 열면 “이건 도대체 언제 산거지?”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재료에 싹이 나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들기도 하는데, CES 2024에서 선보인 삼성전자의 ‘AI 비전 인사이드(AI Vision Inside)’ 기능은 냉장고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자동으로 촬영해 보관된 푸드 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약 100만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전(Vision) AI’가 신선식품 33종은 종류까지 인식해 자동으로 푸드 리스트에 반영한다. 자동 기록된 식재료 입고일을 토대로 소비자가 보관 기한을 설정해두면 기한이 임박했을 때 알림을 보내줘 식품이 변질되기 전에 먹을 수 있다. 자주 먹는 우유나 계란 등은 냉장고 문을 열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잔량을 파악할 수 있다. AI 기반의 쿠킹 어시스턴트 앱 ‘삼성 푸드(Samsung Food)’를 활용하면 내 냉장고 안 식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레시피를 추천받아 요리할 수도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에 식재료를 넣으면 내부 카메라가 자동으로 촬영 및 인식해 보관 중인 푸드 리스트에 추가한다 (출처 : 성 뉴스룸)

삼성푸드에서 찾은 레시피를 스마트 냉장고에 탑재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며 조리할 수 있고, 이 레시피를 오븐이나 인덕션으로 전송하면 메뉴에 맞는 최적의 값을 자동으로 설정해 주기까지 한다. 냉장고 속 재료를 터는 ‘냉털’을 도와주는 AI 기술이 일상이 될 날은 이미 코앞까지 와 있다.
 

집과 자동차를 앱 하나로 관리한다면?

스마트홈은 단지 홈(home)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CES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업도 눈에 띄었다. 두 기업은 주거공간과 이동공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겠다며, ‘홈투카(Home-to-Car) ? 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 파트너십에 대해 소개했다. 앞으로는 삼성전자의 가전 앱 “스마트싱스” 에서도 원격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온도조절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자동차 안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도 집안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에 적용 예정인 홈투카 서비스의 예시 (출처 : 삼성 뉴스룸)


현대 · 기아 차량에 삼성전자 스마트싱스가 적용되는 모습 (출처 : 삼성 뉴스룸)


이것은 단순히 비단 편리 기능이 하나 추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 안에서의 행동 패턴과 자동차 안에서의 행동 패턴이 하나로 통합되어 분석된다는 뜻이다. 데이터가 연동되고 AI가 고도화되면 집안의 엣지디바이스와 자동차가 소통하여 마치 한사람의 비서가 집안과 자동차를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는 내가 집에서 보던 영상이 자동차에서 재생되고, 더 나아가 어제 몇 시에 취침했는지 출퇴근 언제 하는지 등 일상 속 주요 데이터가 공유되며 두 공간 모두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에너지마저 아껴주는 스마트홈

AI가 적용된 스마트홈은 지구 환경도 돕는다. CES 2024에서 선보인 삼성과 테슬라의 제휴가 이런 케이스다. 테슬라는 미국 내에선 전기차 이외에도 태양광 패널 사업으로도 유명하다. 집안에 태양광 패널을 통해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를 관리하는 분야에서 두 회사가 협력을 시작했다.

이번 협력은 테슬라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최초 협업 사례로, 삼성 스마트싱스를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파워월(Powerwall,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차(EV) 등과 연결해 앱 상에서 전력량을 모니터링하고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다. 정전 시 스마트싱스 ‘AI 절약 모드’로 가전제품 소비전력을 줄여 파워월 사용 시간을 늘려 주기도 한다. 이 서비스는 2024년 2분기 미국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에너지 관리 솔루션까지 스마트홈에 통합되는 시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간의 합종연횡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기능이 테슬라 파워월과 연동된 장면 (출처 : 삼성 뉴스룸)

엣지 디바이스와 AI가 연결되는 스마트홈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이번 칼럼에서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기술들이 앞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가전의 진화, 더욱 똑똑해 질 집안 속 비서, 스마트홈의 미래에 함께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김덕진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공학과 교수,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다. 복잡한 IT 기술과 비즈니스 구조를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를 만들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에서 각종 AI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희대에서는 ‘뉴미디어와 인공지능과 결합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강의를 대학원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저서 <AI 2024 트렌드 & 활용백과> <AI 2024> 등이 있다.


 
AI 광고 마케팅 빅데이터 삼성전자 엣지디바이스 제일기획 트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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