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 강승혜 CⓔM
최근 몇 년 간 세대담론이 마케팅 씬(scene)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담론 중 하나였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모든 세대론을 압도해버린 MZ세대, 과거 강렬하게 등장했던 X세대, 떠오르는 알파세대와 주목받고 있는 시니어 등.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세대 담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건 역시 MZ세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부터 일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마케팅 씬에서는 타깃으로서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는 논의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물론 근래에 와서는 특정 세대 만능론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비판적 시각이 더 많이 등장하고, 화두가 되는 세대 역시 밀레니얼에서 MZ로, 다시 Z세대로, 최근에는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알파세대로 계속해서 ‘바통터치’를 하면서 흘러온 것도 사실이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세대의 명칭 자체가 의미하듯 상당한 인구규모를 자랑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로 인해 대두된 시니어 시장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 세대가 갖는 특징이나 개별적 특수성을 평면적으로 재단해 버린다는 점에서 ‘정말 이게 맞아?’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고,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다 보면 MZ세대의 특성으로 알려진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사실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새로운 현상과 행동과 심리를 간명하게 정의할 프레임과 논리가 필요했고, 세대론은 익숙할뿐더러 설명하기에도, 이해하기에도 용이한 이점이 있다. 세대담론이 쉽게 힘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대욕망>의 출발점
그러나 각 세대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공존하는 가운데 시대적 변화에 함께 직면한다. 물론 같은 변화를 겪더라도 세대별 대응과 행태에는 차이가 있다. 다만 이를 특정 세대가 독특해서 색다른 행동을 보인다고 해석하는 건 부자연스럽다. 동일한 변화를 함께 겪더라도 각 세대의 연령과 생애 주기, 경험 수준의 차이로 인해 변화에 대한 수용도와 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별 행동과 인식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이 발간한 책 <세대욕망>은 이러한 가설적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함께 동일한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각 세대가 가진 연령과 경험 수준의 차이로 인해 변화에 대한 수용도와 감도(感度)는 서로 다르다. 그래도 각 세대 안에는 같은 시대를 같은 연령대로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공통적 경향이 보다 두드러질 것이다.
이걸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그리고 마케팅에 오래 종사해 온 분석가의 직관을 활용해 분석해 본다면 어떨까? 특정 세대만 도드라지도록 특별하게 포장하고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싱글 소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세대별 소비행동의 특성과 소비동기의 차이를 분석해 밝혀본다면 어떨까? 그밖에 빅데이터를 비롯해 경계 없이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적으로 활용해 세대별 차이를 분석하고 이를 종합해 향후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유망한 비즈니스 테마를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사고실험처럼 시작된 아이디어로부터 기획은 점차 구체화됐다.
광고대행사가 세대를 논하는 이유
혹자는 왜 대홍기획이 이런 책을 기획하고 분석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대체 왜 광고대행사가 세대를 논하는가?
종합광고대행사로서 대홍기획은 광고주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대행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 좁혀서 말하자면 광고대행사는 광고주의 목적 달성을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제안하는 회사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한 줄의 카피, 한 컷의 비주얼, 짧은 스토리나 이를 아우르는 영상으로 비춰지기 쉽지만 결국 이 모든 소재와 활동의 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광고주가) 원하는 행동 혹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사게 만들거나 찾아보게 만들거나 알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대행사는 사람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움직이는 것이 어떤 심리인지, 어떤 이유에서 인기가 있고 화제가 되는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며 그것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광고대행사가 제안하는 결과물의 저변에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살아가는 방식, 물건을 사거나 돈을 쓰는 이유 등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도출한 인사이트가 촘촘하게 깔려 있다. 단어 하나, 선 한 줄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광고대행사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업종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은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이 각 세대의 개별적 분석과 전 세대의 통합적 이해를 위한 책을 내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한 책인가?
다만 기존 세대론을 비판하는 건 우리의 역할도, 목적도 아니다. 수년 간 우리는 마케팅 관점에서 가장 좋은 전략과 캠페인을 제안하기 위해 사람들을 연구해왔다. 많은 자료를 찾고 직접 조사도 해보고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현재의 거대한 변화들이 각 세대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각 세대가 상호작용하는 지점에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러 세대를 통합적 시각에서 동일 선상에 놓고 분석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변화의 속도와 복잡성이 증가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는 이때, 마케팅 타깃으로서의 각 세대, 소비주체로서의 각 세대에 대한 개별적 분석과 통합적 이해가 가장 필요한 광고대행사로서 대홍기획은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효과적인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위해 동시대인으로서 전 세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고 동시에 각 세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개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기술과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전 세대는 공통적으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 앞에 내던져졌다. 모두 함께 당황스러워하고 있으며 각 세대가 가진 서로 다른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각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다를까?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변동성과 복잡성이 가중되고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 현재 소비 시장을 세대론이라는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프레임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 향후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고 싶은 사람들 ▲ 이토록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오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비즈니스 테마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영감과 깨달음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이 책이 소비행동과 비즈니스 변화에 초점을 두고, 데이터와 통찰을 기반으로, 알파부터 베이비부머까지, 팬데믹을 거쳐 불확실성 가득한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세대와 소비 지형도를 그려내는 최초의 시도로서 의미를 갖기를 기대한다.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은
광고주의 마케팅 이슈에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융합적 활용을 기반으로 분석적,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팀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와 비즈니스의 변화 시그널을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읽어내고 이를 매년 연말 ‘D. 라이프시그널 리포트’로 엮어 다음 해의 트렌드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또한 오래전 대홍기획이 발간했던 라이프스타일 간행물 <한국사람들>의 명맥을 잇는 일이기도 하다. 데이터인사이트팀은 <세대욕망> 발간 이후에도 대홍기획의 광고주와 기획자, 마케터, 비즈니스 리더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양질의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