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C커머스 천하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이들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야심차게 한국 시장 내 배송 강화를 선포한 알리는 올해 3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8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지난해 4월 한국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 또한 1년 새 알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모든 게 상상을 뛰어넘는 저렴한 가격 덕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을까? 단순히 중국에서 싸게 만들어서? 장점 말고 단점은 없을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C커머스의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살펴보자.
C커머스의 본질은 ‘개인 직접 구매’
C커머스의 강점은 가격이다. 알리나 테무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내 유사 상품과 단순 비교해도, 최소 3배 정도는 저렴하다. 이렇게 저렴할 수 있는 이유를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대부분의 상품이 ‘개인 직구’로 오기 때문이다.
C커머스 플랫폼의 본질은 개인 직구(직접 구매)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중국 현지 물류센터에서 한국으로 바로 상품을 배송한다. C커머스 업체들은 이 덕분에 관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을 피할 수 있다. 국내법상 개인이 직접 사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일 150달러 미만으로 상품을 구매할 경우, 통관 목록만 제출하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요즘은 관세청과 업체들의 노력으로 통관 및 배송 속도도 빨라졌다. 과거 우스갯소리로 ‘주문하고 잊어버리면, 언젠가 선물처럼 도착한다’는 느리디느린 해외 직구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국내 이커머스들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C커머스에서 구매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15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몰에서 한 번 이용 시 평균 구매 금액은 4만 2000원, 30달러에 불과하다. 관세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셈이다.
150달러 미만 해외 직구, 관세와 부가세 모두 피할 수 있어
반면 한국 커머스 내 판매자들은 상품을 수입할 때 상품가의 8% 수준의 관세를 낸다. 여기에 부가세를 더하면 10%를 추가로 문다. 이로 인해, 한국 판매자의 상품가는 중국 직구 상품가에 비해 최소 20% 가까이 오르게 된다.
인증 과정 역시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 등을 판매할 때는 필수로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 상품을 수입해 KC 인증을 획득할 경우 상품당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해외 직구인 경우 KC 인증이 없어도 되기에 비용이 절감된다.
상품 공급처가 대부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라는 점도 국내 판매자들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데 한몫한다. 특히 테무는 중국 공급업체를 다수 확보해 왔다. 모기업인 PDD홀딩스의 핀둬둬는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잘 팔리는 상품의 공장을 직접 입점시켜 중간 유통 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에 더해 테무는 최저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에만 상품 판매를 허가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테무에 비해 판매자들에게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큰 차이는 없다. 한국 판매자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다수가 중국산이다.
또 이 같은 상품을 KC 인증, 관부가세 없이 들여오는 C커머스는 국내에서 동일 품목의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이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도·소매 및 제조 중소기업 320곳을 대상으로 C커머스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80%가 C커머스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을 우려했다. 응답 기업들은 피해 유형으로 면세,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 등을 꼽았다.
C커머스, 장점만 있을까?
C커머스도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크게는 배송과 품질 두 가지가 발목을 잡는다. 검색 품질 또한 국내 커머스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개인 직구에 기댄 것 또한 제도 변화에 따른 한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송은 한국 커머스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C커머스는 중국에서 상품을 보내기에 통관을 거쳐야 한다. 한국 통관 시스템은 수입 통관 경우 빠르면 당일, 평균 2~3일 내로 가능하다. C커머스 업체들은 통관을 원활하게 하고자 공식 통관 시설과 사설 통관 시설을 모두 이용한다. 그러나 물동량이 많아질수록 통관 속도는 자연스레 느려지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배송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판매자의 상품 배송을 위해 필요한 물류 전반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배송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판매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쿠팡은 향후 3년간 전국 단위로 물류망을 확대하기 위해 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회사가 직접 꾸린 물류 기업 연합인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와 국내 대표 택배 기업인 CJ대한통운, 한진택배와 함께 배송일을 약속하는 ‘도착 보장’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당일배송, 일요배송 등 기존 도착 보장보다 한 발 더 나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G마켓은 10년 전부터 운영해 온 풀필먼트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계속해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새벽배송 전문 기업 팀프레시와 손잡고 식품까지 풀필먼트 상품군 범위를 넓히고 있다.
품질 검증 생략은 양날의 검
품질 역시 C커머스의 약점 중 하나다. 상품 정보를 정확히 기입하지 않아 제대로 된 상품을 구입하기 어려울뿐더러, 성분 검증도 고도화되지 않았다. 최근 관세청이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5%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점 과정에서 상품 품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KC 인증을 받은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브랜드 직입점(브랜드 직접 입점)을 장려해 어린이 제품이나 가전, 디지털 기기 중 고가의 상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신선식품 등에서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한국 유통기업의 공급망이 한 걸음 더 앞서간다.
알리, 테무의 검색 품질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단순 번역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유해 상품이 제대로 차단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계속해 제기된다. 반면 한국 커머스는 소비자의 필요에 맞는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2024년, 커머스 공방전 격화되는 한 해
한편으로 C커머스의 흥행 원동력이었던 관세 문제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움직임도 있다. 관세 면제에 대한 현행법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직구 연간 면세 한도 도입’이 대표적인 예시다.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도입 가능하다. 현재에는 일 단위 구매액으로 관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연 단위로 면세 한도를 매긴다면 중국 커머스의 공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론 이는 관세청이 지난 2020년 검토한다고 발표했으나,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중국 커머스에 대한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연간 누적 면세 한도에는 다른 사안에 비해 통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연간 면세 한도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알리와 테무 또한 중국발 상품에만 기대려 하지는 않는다. 올해는 C커머스가 중국 외에서 판매자를 늘리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는 한국에서, 테무는 미국 등에서 현지 판매자 입점을 시작했다.
2024년은 중국 커머스와 한국 커머스의 공방전이 격화되는 한 해로 전망된다. 지금은 중국 커머스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자들이 모두 멸종하면 이들 또한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단기적인 즐거움에 빠져, 미래의 불안에는 눈을 감은 것일지도 모른다.
성아인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IT전문지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유통, 플랫폼 등을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