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2024 기업PR 캠페인
글 이민주 카피라이터 | 브랜드스톰마케팅앤커뮤니케이션그룹
아침 출근길, 뭐 타고 오시나요? 저는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서, 회사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만 스무 대가 넘는 이 빌딩 속, 수많은 사람이 아침마다 각기 다른 층으로 올라갑니다. 몇 층에 도착하건, 모두 1F에서 올라간다는 사실은 같죠. 우리 모두의 출발점인 엘리베이터 1F. 현대엘리베이터는 여기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의 출발점은 1F 가 아니라 IF, 바로 ‘만약에'라는 새로운 가능성에서부터라고.
엘리베이터 국내 시장점유율 1위, 현대엘리베이터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시장점유율 1위인 명실상부 국내 1위 승강기 기업입니다. 17년 연속 국내 승강기 신규 설치 대수도 1위를 기록하고 있죠.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사실 소비자들의 인식은 승강기 업계에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승강기 계약은 주로 기업 간 거래로 체결되기 때문이죠.그래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초창기 기업 PR 캠페인은 B2B를 기반으로 기술력과 철학을 알리는 메시지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다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바꾸게 될 이슈가 하나 생기는데, 바로 ‘노후 승강기 교체 시장의 성장’입니다. 전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개수가 80만 대를 넘어선 지금, 엘리베이터는 신규로 설치해야 할 것만큼 노후해 교체해야 할 것들도 많은 상황이죠. 노후 승강기 교체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재건축조합 혹은 입주민대표자회의 등에 참석하는 아파트 입주민, 즉 엘리베이터를 직접 사용할 소비자들입니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B2B에서 B2C로 점점 변화하게 됐죠. 엘리베이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과 호감을 만드는 브랜딩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H-PORT의 등장
그러나 모든 캠페인이 그러하듯,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2024년 캠페인에 담아야 할 주요 기술인 H-PORT가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 기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H-PORT는 도심 항공 이동 수단 UAM을 통합 관제하는 플랫폼으로, 쉽게 말해 UAM을 충전하고 정비할 수 있는 공항, Vertiport입니다. 경쟁사의 Vertiport가 모두 평면상에 조성되어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반면, H-PORT는 엘리베이터의 수직 격납 기술로 넓은 부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 환경에 적합하다는 명확한 이점도 가지고 있었죠. 관건은 이 기술을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의 관점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였습니다.
소비자들이 아직 체감할 수 없는, 엘리베이터를 넘어선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점. 우리는 역설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가장 친숙한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이든,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지금 몇 층인지’가 아닐까요? 우리가 찾은 힌트는 바로 ‘층수’입니다. 그 중에서도 모든 이들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리는 ‘1F’을 ‘IF’로 바꿔본다면? ‘만약에’라는 상상 속에 엘리베이터에 바라는 것들, 꿈꾸는 것들,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야기해 본다면? 그렇다면 손에 잡히지 않는 기술과 소비자의 일상을 연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무드로 기술력을 더 세련되게
그렇게 탄생한 캠페인의 테마 안에서 우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로봇과 교감한다면’, ‘엘리베이터 공기가 숲속 같다면’, ‘블록처럼 쉽게 만들 수 있다면’ 등 말랑말랑한 상상의 언어로요. 끝으로 이렇게 상상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See your tomorrow’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광고가 마무리됩니다.
큰 방향성으로 보면 소비자 혜택 관점의 캠페인이었지만, 올해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엘리베이터의 발전과 놀라운 기술력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감정보다는, 기술력 그 자체를 쉽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주인공이 되는 엘리베이터는 모던한 톤으로 고급스럽게 표현했고, 짧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에는 색채감을 주어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엘리베이터 영상의 톤에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또한 인물 및 기술 적용의 동선을 따라 스피디한 카메라 무브먼트로 역동적인 앵글을 연출했고요. 그래서 엘리베이터지만, 기업PR이지만 세련된 톤과 경쾌한 느낌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라는 과몰입
러시아 배우이자 연출가인 스타니슬랍스키는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스타니슬랍스키시스템’이라는 배우술을 창조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Magic if’, 만약에 나라면, 이라는 가정법인데요. 배우가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시켜 생각하는 자기화 과정을 통해 역할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훈련입니다. 일종의 과몰입이죠.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 PR 캠페인은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8차 캠페인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광고에 대한 반응 속, ‘엘리베이터 광고는 처음 본다’라는 댓글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안에선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닌 기술들도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워 하기도 하고요. 현대엘리베이터의 상상
력으로 이뤄 나가고 있는 것들을 알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엘리베이터에 바라고 상상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건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요? 우리는 ’만약에 엘리베이터가 우주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과 같은 과몰입도 대환영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