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처: The Saturday Evening Post
코카콜라는 묘사로 전해오던 산타클로스를 그들의 캠페인 모델로 거듭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에 비해 겨울철 판매가 현저히 낮아 고민이었던 코카콜라 컴퍼니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의 특별함을 담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산타클로스는 브랜드 모델로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코카콜라 컴퍼니는 미국 미시간 출신 유명 삽화가 헤이든 선즌드블롬(Haddon Sundblom)에게 광고 캠페인에 활용할 현실적이고 브랜드를 상징할 수 있는 산타클로스를 의뢰합니다.
그 결과로,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코카콜라 산타 - 따뜻하고 행복한 캐릭터와 무드가 묻어나고, 기쁜 듯 항상 상기되어 있는 붉은 뺨과 푸근해 보이는 새하얀 턱수염을 가지고, 행복하게 웃는 입모양을 지닌,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고 함께 즐기고 친절한 산타 - 가 탄생하게 됩니다.
1931년부터 1964년까지, 코카콜라의 산타는 The Saturday Evening Post의 콜라 광고를 첫 시작으로 그야말로 ‘대히트’를 기록하며 33년 동안 브랜드의 메인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명실상부 코카콜라 컴퍼니의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겨울에 특화되어 있는 캐릭터, 크리스마스 시즌의 확고한 전문성,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잘 표현된 모델 이미지. 셀러브리티가 아닌, 대중에게 잘 알려져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광고에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코카콜라 컴퍼니의 산타클로스는 성공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초기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7월에는 지난 호에 이어 소비자가 인플루언서에 반응하게 되는 배경에 대해 논의해 보고 성공적인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지난 호에 초연결성에 대한 부분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사람과 사람이 공간의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을 새삼 언급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연결과 소통의 시간적, 지역적 울타리가 없어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흐름 또한 변화시켰습니다. Tuten과 Solomon(2018)은 그들의 저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 Horizontal Revolution(수평 혁명)이라는 개념으로 이 변화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평 혁명은 더 이상 정보는 기업으로부터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정보는 사람들 사이로 수평적으로 이동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수평 혁명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다른 소비자의 경험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비슷한 관심 분야의 소비자가 올린 콘텐츠를 세계 어디서든 접할 수 있고 또 소통합니다. 이러한 정보 흐름의 변화는 소비자의 온라인 경험뿐만 아니라 정보 획득과 구매로 까지 가는 여정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단순 좋아요 누르기부터 콘텐츠 크리에이션까지 온라인 콘텐츠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능동적인 커뮤니케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안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증대해지고 점차 특정 토픽에 대해 꾸준하게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생겨나게 됩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한 분야에 관심과 열정이 있고, 어느 정도 이상의 정보와 지식을 가진, 인지도가 있는 ‘일반인’을 활용한 광고×마케팅 활동입니다. 그렇다면 요즘의 소비자들은 보통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플루언서에 왜 크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로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라소셜은 대중 매체에서 미디어 속 인물과 매개된 만남을 통해 미디어 사용자(audience)가 경험하는 심리적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1956년에 도널드 호턴(Donald Horton)과 리처드 월(Richards Wohl)이 소개한 개념입니다.
미디어 사용자는 관심이 가는 미디어 속 인물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그 인물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미디어 사용자가 미디어 속 인물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친구처럼 생각하거나, 깊게는 미디어 속 인물과 본인의 모습을 동일시하게 되면서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를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파라소셜 관계는 일반적인 대면 관계와 유사하게 개인적인 연결감과 정서적 애착을 나타내지만 이는 오롯이 미디어 소비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특히 소셜 미디어-은 파라소셜 인터랙션의 빈도를 높이고 파라소셜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인물과 플랫폼 사용자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고, 댓글과 대댓글로 이루어지는 소통이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개인적인 대화가 가능한 소셜 미디어 채널들은 미디어 속 인물, 즉 소셜 미디어 속 인플루언서에 대한 몰입감과 친밀도를 더욱 높입니다.
양방향 인터랙션이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의 환경에서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합니다. 단순한 경험과 정보 공유를 넘어서 팔로워들의 의견을 묻고, 댓글 이벤트 등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 참여를 권유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응답으로, 팔로워들은 인플루언서에게 댓글을 남기며 친근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손쉽게 친구를 댓글에 태그 하며 ‘우리 이 콘텐츠 보면서 같이 놀자’의 형태를 보입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더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파라소셜 관계를 형성하여 팔로워가 브랜드를 좋아하고 제품 구매로 이끄는데 큰 영향을 부여합니다. 셀러브리티와는 다르게 인플루언서는 일상생활 공개에 거리낌이 없고 본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운동, 다이어트, 건강 관련 토픽의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비포/애프터 사진과 영상을 기꺼이 포스팅하고 현재의 건강함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일명 ‘내돈내산’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생생하고 솔직한 제품 사용 ‘찐’ 후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광고를 포함하는 경우에도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무조건적으로 제품 칭찬만 하는 콘텐츠는 제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광고임을 밝히고, 실제 얼마만큼 사용을 해 보았고 장점과 단점을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느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꿀팁과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의 콘텐츠가 주를 이룹니다.
이렇듯 소셜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인플루언서와의 진솔한 소통은 요즘의 소비자와 인플루언서가 그 어느 시대보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고 공감을 끌어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형성된 파라소셜 관계는 전문적이며 창의성이 담긴 인플루언서의 진정성 있는 콘텐츠와 만나 소비자들로 하여금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하는 제품, 추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신뢰하게 만들고 구매하고 싶은 심리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 글로벌 브랜드들은 인플루언서를 그들의 광고,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GymShark
출처: @swolericketts 틱톡 콘텐츠(상) / Nell의 챌린지 참여 후기 유튜브 영상(하)
영국의 운동복 브랜드 Gymshark은 미국 포함 여러 유럽 국가의 액티비티웨어 시장에서 자리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18세에서 25세를 주 타겟층으로 하고 있는 Gymshark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더 많은 타겟오디언스에게 도달하기 위해 운동 인플루언서들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66DaysChallenge 캠페인을 시행합니다. 이 챌린지 캠페인을 통해 Gymshark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생활 습관과 운동을 통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로의 변화에 66일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장려하고자 하였습니다.
틱톡을 메인 플랫폼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이용해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챌린지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은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음을 밝히고, Gymshark의 옷을 입고 운동하는 영상과 함께 자신들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나누고 이 트렌드에 참여하길 원하는 콘텐츠를 올립니다. 챌린지의 해시태그를 넣어 영상을 올린 참가자 중 우승자에게는 Gymshark용품 일 년 무료 이용권도 상품으로 제공하였습니다.
매크로 티어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이 챌린지는 1.9M 틱톡 팔로워에서 14K팔로워로 상승, 1.9 밀리언의 좋아요, 12,576개의 댓글, 캠페인 해쉬태그가 달린 영상의 45.5 밀리언 뷰(view)를 기록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소비자 인게이지먼트를 생성했던 성공적인 매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raVe
2021년 CeraVe는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 성장 75%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더모코스메틱 시장 매출 3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러한 매출 상승 기여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기존의 CeraVe는 미국의 스킨케어 시장에서 Ordinary와 Glossier와 같은 미적(aesthetic) 중심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과의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 CeraVe는 임상적 효능과 미국 피부과 전문의들이 개발한 제형이라는 브랜드 특성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품의 효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무엇보다 Gen Z를 타겟 하려는 목표로 CeraVe는 틱톡을 중점으로 평소 스킨케어 분야에서 영향력과 인지도가 있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 원래 콘텐츠 크리에이션을 하고 있던 피부과 전문의들과 협업하여 마케팅을 펼칩니다. 피부에 진심인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성분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스킨케어를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 소비자들을 교육하는 영상을 소개하며, CeraVe는 ‘소비자의 피부 건강을 진짜로 관리하고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합니다.
또한, CeraVe를 일반 소비자에게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스킨케어 루틴을 따라 하고 제품 사용 찐후기를 올려줄 것을 독려하였습니다. CeraVe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결과는 주목할만합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브랜드는 #DrugstoreSkincare와 #AffordableSkincare에 대한 언급으로 각각 $593.9k 와 $465k 상당의 earned media value(언드 미디어 가치)를 양산하였습니다 (HOM team, 2024) .
CeraVe제품을 이용한 올바른 세안 방법 틱톡 영상 / 출처: 틱톡 @Hyram이미 명실상부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는 브랜드에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효과적인 전략일까요? 글로벌 컴퍼니의 브랜드에게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2023년 코카콜라 제로 슈가의 홍보를 위해 코카콜라 컴퍼니는 메가 인플루언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티어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행하였습니다. #TakeATaste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Dani Valle, Rickey Thompson, The Dew Sisters, Yammy 등과 같은 메가급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코카콜라는 Gen Z에게 제품의 매력을 어필하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다른 베버리지 브랜드와 경쟁력 있게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힘을 쏟았습니다. 캠페인의 결과 172M impression과 50M 이상의 영상 콘텐츠 시청을 기록하였습니다.
코카콜라 제로 슈가 틱톡 영상 / 출처: 틱톡 @Rickey Thompson(좌), The Dew Sisters(우)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긍정적 결과는 앞서 언급한 예시 이외에도 여러 브랜드의 사례가 누적되어 설명에 힘을 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간단하게 설명되지 않을 것입니다. 타겟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어떤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할 것인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양 쪽 모두의 진정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등 많은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캠페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처음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집중하고 경청하게 되었던 본질이 흐려지지 않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열풍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