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연결
HS Ad 기사입력 2024.10.10 04:09 조회 339
 


“시인들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져선 안 된다. 사람들 속에 섞여, 그들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읊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는 진정한 시인이 되고 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 그는 사람들 속에서 시를 찾았습니다. 시인이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살아가면서 시를 통해 서로의 연결을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했죠. 평범한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하고, 공감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낯선 이에게선 새로운 시각을 얻고 영감을 얻고자 한 것이고요.
 
시와 견줄 수는 없겠지만 브랜드도 끊임없이 세상과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결됐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선, 소통과 공감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주어야 합니다. 든든함 혹은 위로 혹은 기쁨 혹은 유머.
 
‘승리’에 대한 나이키의 연결
 
파리 올림픽을 맞아 선보인 나이키의 캠페인, ‘Winning is not for everyone’은 다양한 논란을 낳았습니다. 모두가 아닌 소수에게만 승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오히려 감정적인 연결을 끊고 있었죠. 승리를 위한 운동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오직 일등에게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아니기에. 하지만 캠페인의 제작 완성도는 높았고 멋있었던 건 틀림없습니다. 다만, 나이키의 캠페인으로 인해 오히려 소외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키운다는 게 문제였죠.
 
이어 선보인 캠페인은 그래서인지, 평범한 주변인들의 운동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편은 Sunshine 편입니다. 타이틀에 맞게 울려 퍼지는 노래, "You're my sunshine."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빗속을 달리고 있습니다. 진흙이 튀어도, 눈을 못 뜰만큼 비가 쏟아져도, 지나가는 차에 물이 튀어도 뛰고자 하는 욕망을 잠재우지 못합니다. 나이키는 얘기합니다. "Winning isn't comfortable." 승리는 결코 편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 모두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이야기. 달리는 러너들이 겪는 불편함은 매우 리얼하고 생생합니다.



Sunshine | Nike / 출처: Nike 공식 유튜브


두 번째는 Morning 편입니다. 새벽을 알리는 알람소리와 함께, 일어나라는 노래가 시작되죠. 모두들 눈을 뜨지 못할 만큼 피곤하지만, 기어코 침대 밖을 나옵니다. 그리고 달립니다. 역시 자신과의 싸움, 편안함과의 싸움에서 이긴 거죠.

 

Morning | Nike / 출처: Nike 공식 유튜브


세 번째는 Joy입니다. 밥 깁슨의 'Joy Joy'노래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화면 속 사람들은 노랫말과 달리 모두가 찡그리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고, 괴로워하고 있죠. 하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습니다. 결승선에 들어와서 녹초가 돼 쓰러지고 나서야 성취감에 웃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Joy는 당장의 편안함이 아니라 모든 고통을 참아낸 후 찾아오는 즐거움인 거죠. 내용과 달리 반어적인 노랫말을 쓴 위트가 돋보입니다. 다시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이들과의 ‘공감’으로 돌아온 캠페인입니다.




Joy | Nike / 출처: Nike 공식 유튜브

 
나이키는 nikerunning 인스타그램 계정에 관련 메시지를 포스팅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만일 달리기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면, 달리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고물가’에 대한 브랜드의 연결
 
전 세계가 불경기와 고물가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브랜드에게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9세기에 설립돼 런던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후, 수많은 시대를 영국 사람들과 함께한 John Lewis. 영국의 백화점 존 루이스는 100년 전 약속을 다시 꺼냈습니다. 영상은 백화점의 윈도우를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죠. 토스터가 신문물이었던 시대, 2차 대전 임시 벙커로 사용되었던 시대, 트위기룩이 유행했던 시대, 펑크룩의 시대. 100년이 넘은 백화점에 걸맞게 다양한 유행과 사람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2024년 익숙한 약속을 다시 선보입니다.

 


John Lewis | The Window / 출처: John Lewis 공식 유튜브

 
'Never Knowingly undersold,' 그 어떤 곳보다 가장 낮은 가격에 팔겠다는 약속. 동일한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다면 그 가격에 맞추겠다는 약속. 1925년부터 사용된 이 슬로건은 22년까지 무려 97년 동안 유지돼 왔죠. 하지만 시장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폐지됐습니다. 영국 소비자들에겐 오랫동안 신뢰의 상징이 있던 문구였습니다. 24년 존루이스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같은 약속을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일부 제품에 대해선 최저가를 약속한다고.
 
독일의 식료품 체인점 ‘Penny' 또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약속합니다. 당분간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그들의 진정성 있는 약속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제품 패키지에 크게 새겨 넣었으니까요.
 
 
 

 
 패키지를 바꾸려면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듭니다. 그렇기에 웬만한 결심이 아니고선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할 수 없었을 겁니다. 가격 안정화를 추구하겠다는 그들의 강한 의지가 돋보입니다.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한 유명 브랜드 제품 옆에 진열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죠. 해당 제품은 생필품인 빵, 소금, 칩, 마요네즈, 귀리 등에 적용되었습니다.


  
 
 
 

지금은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도 슈퍼마켓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물가에 힘들어하는 소비자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 결핍으로의 연결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신발과 옷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This Yes is an Education. / 출처: Soles4Souls 유튜브

 
미국의 비영리단체 Soles4Souls은 이 단순한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영상은 평범한 소녀의 아침에서 시작됩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이를 닦고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구멍 뚫린 양말에 낡아서 해진 운동화를 신은 소녀. 문을 나서려던 찰나 머뭇거립니다. 문에 붙은 문구를 발견했으니까요. 'No Shirt. No Shoes. No Opportunity.' 보통 레스토랑에 씌어 있는 'No Shirt. No Shoes. No Service'를 패러디한 카피입니다. 옷과 신발을 갖춰 입고 들어오지 않으면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를, 옷과 신발이 없으면 기회도 없다는 문구로 변형시킨 거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옷과 신발만 있어도 학교 출석률은 97%로 올라갈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신던 신발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놓고 학교에 가게 하고, 나아가 그들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소구 하는 캠페인. 'No Shirt. No Shoes. No Home'이라는 문구를 통해선 제대로 된 옷과 신발이 그들의 가난을 33% 줄일 수 있고 안정된 기반을 줄 수 있다고 전합니다.
 
'No Shirt. No Shoes. No Employment'는 고용의 기회를 주어 새롭게 태어난 기분까지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습니다. 단순한 신발과 옷이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변화가 될 것인지 말하고 있죠. 누구라도 기꺼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까지 찾아주고 있는 거죠.
 
오늘은 오늘에 맞게 새로운 의미를
 
광고가 사람들에게 광고 외의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이케아는 침구 제품을 소구 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이른바, Sleepfluencers. 인플루언서에 슬립을 조합해 좋은 잠에 영향력 미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한 겁니다. 먼저 햇빛을 차단하고 좋은 잠에 들 수 있게,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블라인드를 나눠줬습니다. 그 블라인드를 내리면 창문은 이케아의 광고로 변하는 거죠. 소비자들은 창문을 이케아의 광고 매체로 내주는 대신 아늑한 잠을 얻게 됩니다. 무료 블라인드로 소비자와 ‘함께’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겁니다.



Sleepfluencers / 출처: IKEA Sverige 유튜브

 
코로나 시절, 하이네켄이 락다운으로 문 닫은 펍의 셔터를 광고 매체로 이용한 것과 비슷합니다. 하이네켄은 펍의 닫힌 셔터를 광고 매체로 이용하는 대신 그들에게 사용료를 지불했죠. 손님을 받지 못해 경영이 어려운 펍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하이네켄이 ‘펍’이라는 공간과 상생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셔터를 선택한 것처럼. 이케아가 늘 뻔한 매체를 선택하는 대신 보는 소비자에겐 재미를 주고,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아늑함을 동시에 선사한 것처럼.
 
깊고 단단한 연결을 이어가기 위해서 브랜드는 부단히 시대를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그들 속으로 들어가 좋은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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