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박상태(브랜드마케팅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의 여성 상원의원 수는 1980년대까지 1명이었으나 2009년 현재 17명이다. 미국의 여성 변호사는 30년 사이 29배나 증가했다. 2008년 현재 <포춘(Fortune)> 선정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15.7%(전체 8,343명 중 1,314명)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는 그가 쓴 『알파걸』에서 “여성이 남녀 평등 교육과 제도의 변화로 남성과 동등한 선에서 출발해 이제는 남성보다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재능 있는 여성 계층이 발생했다”며 이들을 ‘알파걸’로 규정했다.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α)는 ‘1등’ ‘우수한’ ‘주도적인’이라는 뜻이다. 알파걸은 과거 투쟁적이던 페미니스트와 달리 열정과 재능으로 세상에 도전하고 실제로 학교와 직장, 가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계층을 말한다.
2008년도 대홍기획이 출간한 보고서 ‘아줌마 앤 더 시티(AJUMMA & The City)’ 의 통찰력이 제공한 것처럼 최근 우리나라의 아줌마는 자녀 교육과 재테크에 적극적이며, 발언권 역시 강화되어 알파맘으로서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과거 보수적이고 무뚝뚝하며 권위적이던 아버지는 이제 따듯하고, 가사 분담에 적극적이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베타대디’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스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인 베타(β)는 ‘두 번째’ ‘비주도적인’ ‘2류’라는 뜻을 갖고 있다. 즉, 베타대디는 보수적 가장이 아닌, 가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자상하고 따듯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인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확인해보자.
자신의 인생 스스로 개척하는 여성 늘어
알파맘의 탄생 배경을 여권 신장과 더불어 만혼의 일반화에서 찾기도 한다. 즉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여성이 남성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식의 사고는 젊은 세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자기 인생의 주체로서 당당히 나서는 여성이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정 내 의사 결정, 여성의 주도권 갈수록 높아져
<그림 2>를 보면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가 젊은 세대일수록 힘을 잃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이 가장으로서 집안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50대와 달리, 10대는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남편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물음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자녀 교육은 물론 재테크에도 적극적인 알파맘
여성의 재테크에 대한 참여도를 보여준 <그림 3>을 보면 2004년 32.5%밖에 안 되던 긍정 응답률이 2007년에는 무려 47.2%로 상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부동산·펀드 등에 대한 여성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성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자녀의 성공에 대한 신념 역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성의 가사 참여 늘어
<그림 5>를 보면 집안일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현실에 대한 남녀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남성은 집안일을 여성의 일로 치부하며 맞벌이를 해도 여성에게 가사의 대부분을 맡겼다. 최근에는 남성도 가사를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남성이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가사 배분에 대한 여성의 불만은 줄어들어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의 가사 참여가 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대홍 라이프스타일 조사’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결혼에 대한 남녀의 인식 격차가 점차 줄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남녀의 중성화 트렌드는 이미 제품과 광고에 반영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여성성을 살린 남성 제품과 남성성을 살린 여성 제품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