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기가 무색할 정도로 강한 소비 파워를 자랑하며 ‘주목해야 할’ 소비 군단으로 떠오른 시니어 세대. 탄한 경제력에 기존 노년층과는 다른 생각과 라이프스타일로 무장한 이들을 우리는 스마트 시니어라고 한다.
WRITTENBY 김영호(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베이비 붐 세대가 몰려온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가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10년 전에 6.9%이던 것이 2030년 24%, 2050년 3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빠른 고령화 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갈지 아니면 기회 상황으로 갈지 판가름 난다.
이제 한·미·일 3개국 ‘베이비 붐 세대’의 현역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이 각종 직장과 산업 현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은 향후 10여 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의 변화된 삶은 국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때문에 이들의 변화된 삶을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국가나 기업에게는 많은 부와 새로운 기회가 다가올 수 있다. 알다시피 지난해부터 불어온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내수시장은 한계에 도달한 듯싶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을 기회의 단서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시니어 마켓(실버 산업)’에 대한 현명한 대응과 깊은 연관이 있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시니어 마켓을 공략하라
최근 한국은행은 국내 시니어 마켓 규모가 2010년 43조원에서 2020년에는 14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는 시니어 마켓이 2010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그중에서 정보 부분이 25.1%로 급신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새로운 실버 세대, 즉 ‘뉴 실버 세대’라 할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 노년층과의 특징이 확연히 다르다(필자는 이들을 ‘스마트 시니어 세대’라 칭한다). 기존 세대와의 다른 이들의 특징을 이해해야 새로운 마켓을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커다란 시장을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 시니어 세대는 인생관이 기존 노년층과는 크게 다르다. 기존 노년층이 노년기를 ‘인생의 종말기’로 본다면, 스마트 시니어 세대는 이 시기를 ‘자아 실현의 기회’ 또는 ‘제3의 인생’이라 생각한다.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노후를 설계하며, 재산도 자녀에게 전부 상속하지 않고 대부분 스스로를 위해 사용할 계획을 세운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시간에 쫓겨 경험하지 못한 공부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등 교육에 대한 열의도 높다.
상품 하나를 사더라도 아무 데서나 구입하지 않고, 상품별 특징을 고려해 유통 채널을 선택하는 능력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쇼핑은 기본이다. 미국 조사 기관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 부머(1946~1964년생)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리 세단보다 SUV나 스포츠카를 선호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호텔식 관리 서비스를 받는 화려한 빌라의 주 고객층은 베이비 부머다. 일본에서도 60세 이상 세대의 상품 구입 평균 가격은 일본 전체 세대평균보다 높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매킨지 & 컴퍼니는 최근 조사에서 우리나라 시니어 마켓의 비어 있는 큰 시장을 발견했다.
국내 소비자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최근 6개월간 씀씀이를 줄였다는 사람이 66%에 달한 반면 유독 지출이 줄지 않은 그룹을 발견했는데 이는 바로 55세 이상 응답자 그룹이다. 이들은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이 유난히 많았고, 실제로도 소비력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신사업 기회, 스트롱 시니어를 잡아라’는 보고서에서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니어 세대가 늘면서 이들 대상의 신사업 기회가 많은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세대는 경제력과 지적 능력, 그리고 건강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춘 고령층으로서 1955~1963년에 태어난 810만 명의 베이비 붐 세대로 보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토지 시장의 42%, 건물 시장의 58%를 보유할 정도로 잠재 구매력이 강해 향후 소비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가구주 연령이 50세 이상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전체 인구 소비 지출의 44%를 차지한다.
미국·일본 등은 이미 ‘시니어 르네상스(Senior Renaissance)’의 문턱에 있다. 6,2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베이비 부머는 벌써 미국 소비시장의 새 주역으로 떠올랐다. 영화 관람과 컴퓨터 구입, 맥주와 와인 소비, 의류 구입, 미용 용품 구입 등에서도 젊은 세대를 앞섰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오길비 앤드 마더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는 미국 전체 가구의 37%를 차지하며, 그중 54% 이상이 연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베이비 부머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團塊世代,1947~1949년생)의 은퇴가 소비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의 60세 이상 인구 1인당 저축은 17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퇴직금도 1인당 18만 달러에 이른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풀리는 퇴직금 덕분에 일본 은퇴층의 전체 구매력은 6,58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화된 삶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관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최대한 이해하고 이들의 미래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서 제안한다면 그곳에 새로운 황금의 땅, ‘엘도라도’가 있으리라 본다.
이들이 원하는 항목별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해본다. 시니어 타운 우리보다 앞선 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시니어 시설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일본 시니어 시설의 대표적인 특징은 시니어 거주 시설이 도심에 가까운 위치적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과 대형 의료 기관과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여 년 전 도심 외곽에 많이 세운 전원형 실버타운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도 도심 가까운 곳에 있으려고 하는 시니어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홈케어 산업 미국에선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위한 홈 케어산업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보살핌이 필요한 시니어 세대에게 보호 서비스 및 친구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점점 급증하는 것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친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급 여행 상품 지금까지의 패키지 상품은 가격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고객을 유인했지만, 베이비 붐 세대는 좀 더 안락한 여행을 원하게 된다.
돈이 들어도 노년기에 들어서는 부부, 두 사람만을 위한 안락하면서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여러 여행사에서 만든 상품 중에 이들을 위한 상품은 아직 발견하기 힘들다.
평생 공부 센터 정규 학교 교육 이후 사회에서 받는 교육은 거의 직무와 연관된 교육 일변도인 만큼 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교육을 원한다.
시니어들 대부분이 스스로 그동안 열심히 못한 분야를 좀 더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영어 회화, 컴퓨터 강좌, 꽃꽂이, 서예 등을 가르쳐주고 그곳에서는 동년배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된다.
시니어를 위한 금융 시니어만을 위한 자산 운용 부서의 신설과 전문 PB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이들은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원하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한 상황에 맞춘 맞춤 자산 운용을 원한다.
스포츠 시니어 부부가 함께 하는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 센터가 늘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테니스·스포츠 댄스·탁구·당구 레슨 등을 부부가 쉽게 배울 수 있고, 부부끼리 시합도 하는 등의 프로그램 개설이 필요하다.
장례 문화 미국의 시니어층은 획일적인 장례식에서 장래 망자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장례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관을 직접 디자인하는 장례 서비스가 개발되었다.
만약 화장을 원한다면 납골함을 미리 디자인할 수도 있다. 자신의 연혁과 묘비명을 납골함에 미리 적어두는 것이다. 가전 용품, 의류, 생활 용품 애플사의 아이폰(iPhone)을 미국에서 구매한 사람 중 25%가 50세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시니어층의 쇼핑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와인폰’의 판매가 급증한 것도 이들 시니어 세대의 구매력을 대변해준다. 아무리 고가라 해도 본인이 필요로 하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은 언제든지 구입할 용의가 있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스마트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린다
스마트 시니어는 신인류로 봐도 무방하다. 구시대적 ‘노인’의 습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들의 본격적인 등장에 상품 개발은 물론 홍보와 광고분야까지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성공적인 선례가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마케팅을 하려면 이들의 구매 욕구와 쇼핑 습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와 중년층에 집중되던 상품과 서비스를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광고도 그들만을 위한 ‘무엇’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