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TV 광고에 ‘직장인을 위한 퇴근 압박시계’ 가 등장했다. 6시 칼퇴근을 기대하는 직장인을 위해 암암리에 판매된다는 설명과 함께 눈치 없는 직장 상사의 책상 위로 떨어지는 퇴근 압박시계는 오늘날 많은 직장인의 염원(?)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일의 성과와 성취감을 만끽하기 위해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데이터 한국인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관심이 크며, 연봉이 많은 직업보다는 여유가 많은 직업을 선호하는 ‘슬로비(Slobbie)족’과 직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는 ‘예티(Yettie)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그들의 특징과 광고와 구매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¹
먼저 대홍 라이프스타일 자료를 통해 슬로비족과 예티족으로 정의할 수 있는 기준 문항을 추출해 군집 분석을 한 결과 두 그룹을 뽑아낼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24세 이하, 무직자를 제외한 경제활동 인구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 6,000명 가운데 58%인 3,479명이 선택되었다. 군집 분석 결과 슬로비족 그룹은 대상자의 36%, 예티족은 32%로 나타났다.
# 군집 분석 기준 문항
• 직장생활보다는 개인생활이 더 중요하다
• 나는 가급적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 부서 회식보다는 내 개인적 약속이 더 중요하다
• 현재 즐기기보다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편이다
•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현재의 여유로운 삶을 위해 여행 등을 자주 간다
• 소득에 비해 여가활동 비용을 많이 쓰는 편이다 • 힘들게 절제하며 사느니 차라리 마음껏 즐기고 살겠다
슬로비족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25~39세에서 그 비중이 더 높다. 그에 비해 예티족은 40~59세 비중이 더 높다. 이는 삶의 질, 그리고 여가생활에 대한 생각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생애주기별(Family Life Cycle) 구분에 따른 예티족과 슬로비족의 비율 변화를 살펴보면 미혼 독신인 경우 예티족이 많으나 결혼 후부터 첫 자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슬로비족이 더 많아진다. 첫 자녀 초등학교 재학부터 고등학교 재학까지는 다시 예티족이 많다. 그러나 첫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슬로비족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비율 변화는 생애주기별 재정 계획과 현금 지출 증가 경향과 대체로 일치한다.
즉, 결혼 전에는 쉼이나 삶에 대한 관심이 다소 낮다가 결혼 후 신혼 시절부터 자녀가 취학 전인 경우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직장 내에서 지위가 올라가고 가정의 금전적 지출이 증가하는 시기가 되면 아무래도 일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인생의 황혼기로 접어들면서 일보다는 다시 가족에게 더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티족에 비해 슬로비족은 브랜드를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즉, 슬로비족은 되도록이면 알려진 브랜드를 구입하고, PB(Private Brand)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구매한다.
<그림 2>을 보면 예티족에 비해 슬로비족이 쇼핑을 더 즐기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슬로비족은 쇼핑 자체를 즐길 뿐만 아니라 신제품 구매에 흥미를 느끼고, 충동구매 성향도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슬로비족의 쇼핑 행태는 예티족에 비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라고 판단된다.
슬로비족은 광고에 대해 무척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래 <그림 3>에서 보면 예티족에 비해 슬로비족은 평소 광고에 관심이 많으며, 광고하는 제품을 신뢰하고 있다. 또한 광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으며, 광고가 마음에 들 경우 실제 구매로까지 연결되는 행태를 보여준다.
이번 호에서는 대홍 라이프스타일 조사 데이터를 통해 슬로비족과 예티족을 나눠보고, 그들의 특징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현재까지의 변화를 감안해볼 때 앞으로는 슬로비족의 비중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마케팅 전략뿐 아니라 광고기획 측면에서도 이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슬로비(Slobbie)족은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칭으로 현대사회의 조급증을 비판하고 조금 느리게 살자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의 원칙은 직장을 옮기지 않고 현재 맡은 일에 충실하며, 주식투자 대신 오히려 저축에 힘쓰고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가정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예티(Yettie)란 ‘젊고(Young)’ ‘기업가적(Entrepreneurial)’ 이며 ‘기술에 바탕을 둔(Tech based)’ ‘인터넷 엘리트(Internet Elit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들은 높은 연봉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능력 개발에 힘쓰는 계층이다. 이들이 과거에 존재했던 워커홀릭과 다른 점은 그들의 동기가 집단 성과가 아닌 개인 성과,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 관리 차원이라는 데 있다.
박상태(브랜드마케팅연구소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