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시즌이 아니라도 부산에서는 롯데야구 선수들의 인기를 여전히 실감할 수 있다. 롯데 야구 선수들이 출연하는 CF는 부산지역에서는 인기 최고다.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모델로 등장하는 부산우유 광고를 보면서 한 식당주인이 “대호 부산우유 먹고 저리 튼튼하다 아이가~”라고 말하는 우스갯소리에도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온다. 부산, 경남 등의 지역에만 볼 수 있는 이들의 광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I NEED 우유, 부산우유 촬영 현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의 승전보가 연일 들려오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 2008 프로야구 시즌의 열기가 다시 불붙고 있는 게 틀림없다. 부산에서는 롯데자이언츠의 홈런왕 이대호 선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부산이 배출한 최고의 선수로 지역주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큰 덩치에 비해 천진난만한 얼굴과 몸짓이 팬들로 하여금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대호 선수의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부산우유 광고에서 보여준 이대호 선수의 코믹스런 모습은 연기력이 아니라 평소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는 감독의 평이다.
부산우유 광고를 담당한 인터콤은 이대호 선수와 촬영하는 날, 그와 평소에도 친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전하며, 그가 다소 싫어하는 슬라이딩씬이 마음에 걸려 광고 촬영 시, 미리 콘티를 알려주지 않았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대호 선수가 흔쾌히 수락했고 오히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촬영에 임해주었다며, 그를 프로라고 높게 평가했다. 덧붙이자면 이대호 선수는 시합 때도 안하는 슬라이딩을 와이어를 맨 상태로 50번을 넘게 하고, 헛스윙으로 넘어져 겨울철 차디찬 땅에 1시간이상 누워서 촬영을 하며, 30kg이 넘는 무거운 쇠방망이를 드는 등 새벽부터 촬영한 이대호의 부산우유 CF촬영은 13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고 한다.
CF촬영, “시합보다 힘들어요!”
부산우유 광고 촬영 당일,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스텝들은 장비 정리하랴, 모두 정신없었지만 이대호선수는 눈 오는 걸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어 촬영장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콤 관계자는 “역시 최고의 선수는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고 그를 칭찬하며,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에 임한 이 선수의 살아있는 표정이 고스란히 필름에 담겼다고 말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이대호선수와 모든 스탭진들이 모여 저녁을 먹은 후 숙소로 가는 길에 이대호 선수는 “저 이제 다시는 CF 안할래요. 이건 시합 뛰는 것보다 더 힘들었어요”라는 농담 섞인 말을 했다고 한다. 이대호 선수의 얼굴에서 코피가 터진 것은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던 중. 관계자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미안함과 고마움에 코끝이 징해졌다고…. 오는 4월 시작되는 2009 프로야구 시즌에서도 이대호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롯데 부산후불교통카드 광고 촬영 현장
지난해 최고 인기를 누렸던 롯데 자이언츠에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감독 제리 로이스터와 부산갈매기들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를 3위로 끌어올렸으며, 롯데팬을 칭하는 부산갈매기들은 열정적이고 독특한 응원으로 연일 매스컴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부산후불교통카드 광고를 찍는 소식은 촬영 당일부터 스포츠 신문과 연예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만큼 화제로 떠올랐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광고는 멀리 스위스에서 연수 중인 롯데카드의 전속 모델 김아중씨까지 가세해 현장 열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로이스터 감독은 부산의 명예시민이기도 하여 ‘부산시민만을 위한 교통카드’라는 제품의 특징을 보다 잘 살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모델 선정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광고는 철저히 부산 시민을 위해 화끈하면서도 심플한 크리에이티브 컨셉으로 짜여졌으며, 촬영 장소 역시 부산 시민 누가 광고를 보더라도 ‘우리 부산’, ‘우리 동네구나’ 하는 장소를 물색해 부산 앞바다 광안리를 멋지게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구원의 목소리, “니 아직도 충전하나?”
광고 줄거리는 이렇다. 광안리 앞바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김아중씨. 그 뒤에는 야구를 보기 위해 사직야구장으로 향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버스가 오자 먼저 김아중 씨가 버스에 올라 카드 단말기에 지갑을 대자 “잔액이 부족합니다!”가 울려 퍼진다. 충전을 깜박한 김아중씨는 당황하게 되고, 잔돈도 없는데 뒤에서 롯데 자이언츠 광팬들의 다급한 부산 사투리가 터져 나온다.
“머하는교!” “아 진짜!” “빨리 야구장 가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에 빠진 김아중씨에게 갑자기 들려오는 구원의 목소리, “니 아직도 충전하나?”
이 멘트와 동시에 롯데 부산후불교통카드를 화끈하게 내미는 버스 기사는 놀랍게도 바로 로이스터 감독이다. 이 장면을 찍는 데만 스태프와 모델들은 광고 촬영 전체 분량의 반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대홍기획은 “우리말도 서툰 외국인이 부산 사투리까지 구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로이스터 감독이 ‘니 아직도 충전하나?’라는 이 한마디 멘트를 위해 촬영 사흘 전부터 연습에 매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전’이 자꾸 ‘충정’으로 들리는 바람에 3시간 넘게 촬영을 지속했고, 친절한 로이스터 감독은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산 갈매기’ BGM 또한 광고 속에 지역색을 담았다. ‘부산 갈매기’는 부산 야구팬에게는 희망가라고 할 수 있는 노래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를 부르는 노래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산 야구팬 앞에서 부른 약속(지난해 시즌 초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가 4강 진출을 확정할 때 팬 서비스로 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약속했다.)의 노래이기도 하다.
관계자는 “추운 겨울 바다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한 촬영이었지만, 따뜻한 봄날 촬영처럼 훈훈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준 몇 가지 요인이 있다”며 “먼저 부산 시민에게 화끈한 서비스를 제공한 롯데카드 광고주와 외국에서 연수를 받던 중에도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멀리 스위스에서 날아온 김아중씨,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고생하며 촬영한 모든 스태프, 그리고 쉬는 시간에도 짬짬이 구경 나온 시민에게 사인해주며 너무 열심히 촬영에 협조한 화끈하고 귀여운 로이스터 감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