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나 태터앤미디어 홍보팀장
“우리 회사도 블로그 마케팅을 해야 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요즘들어 기업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공식 홈페이지, 공식 카페, 미니홈피 운영하기도 정신없는데, 기업 블로그 운영에 블로그 마케팅까지 해야 한다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 블로그는 공식 홈페이지와 많은 차이가 있다. 주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의 공간이 공식 홈페이지였다면, 기업 블로그는 방문하는 독자와 댓글, 트랙백이라는 장치를 통해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T옴니아 공식 블로그의 글에서 볼 수 있듯 블로그의 글은 아무래도 대화체의 친근한 어투로 작성하게 된다 <그림1>. 독자(고객)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변을 달아야 하며, 다른 블로그에 방문해 댓글을 남기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때로는 다른 블로거의 글에 반론을 제기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관계 지향적인 매체이기 때문인지 블로그 운영과 블로그 마케팅은‘블로그라는 것’을 직접 운영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심하게는“왜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것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담당자들도 만난적인 있을 정도이다. 블로거라는 사람들은 기업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모니터 속에 숨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미지의 귀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점점 더 많은 블로그가 생겨나고 있으며, 블로그 스피어(Blog+Sphere,블로그 세상)의 영토는 날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터넷 인구의 43.1%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읽거나 구독하는 사람은 58.1%에 이르러 이미 인스턴트메신저 이용자 수를 넘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1>.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의 탄생과 영향력 확장
인터넷 인구의 절반 정도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홍보마케팅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2004년에 설립된 Weblogs,Inc (weblogsinc.com)와 2006년에 설립된 Federated Media(federatedmedia.net)는 자신만의 고유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글을 쓰며 독자층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장해 온 블로거들을 모아 만든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 회사들이다. 이들은 각각의 블로거들이 확보한 독자 파워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업 광고를 수주해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Engadget(Engadget.com)이나 Boing Boing(Boingboing.net)같은 블로그들도 이러한 네트워크 미디어의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특히 현재 150개 정도의 블로그들이 파트너로 활동중인 Federated Media의 경우, 한 달에 방문자만 5,0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블로그 마케팅의 시작점을 찾고 있는 기업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블로그네트워크 미디어는 꽤 효율적인 결과를 담보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의 우수함, 전문성, 독자들로부터 얻은 영향력과 신뢰도 등을 이미 인정받은 블로거들의 연합체이기 때문이다.
2007년 8월에 공식 출범한 태터앤미디어(tattermedia.com)는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이다. IT 전문 11개의 블로그로 시작된 블로그 네트워크가 현재는 총 8개 카테고리의 106개 파트너 블로그로 발전되었다.
각 분야에서 국내의 내노라하는 블로거들이 네트워크 파트너로 영입되면서, 블로그 네트워크가 함께하는 기업 홍보 마케팅 활동들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광고 배너게재는 물론, 신제품 런칭 간담회나 제품 체험 단 운영, 해외 컨퍼런스 취재단 파견 등을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와 공동 기획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 2.0, 미디어 1.0과 만나다
<파워블로거, IT 기업에 가다> 시리즈
2008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 되었던 헤럴드경제의‘파워블로거, IT 기업에 가다’는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 그리고 기업 홍보팀이 함께 만든 매우 독특한 연재물이었다. 태터앤미디어에서 직접 기업 홍보팀의 문을 두드려 기업 대표와 IT 전문 블로거들이 마주하는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대개 기업 간담회는 홍보팀이 기존 매체의 기자들을 초청해 진행한다는 점에서‘파워블로거, IT기업에 가다’는 매우 참신한 시도였다.
접촉을 시도한 대부분의 기업 홍보팀에서도 처음에는 쉽게 대표와 블로거들이 만나는 자리를 결정하지 못했다. 기자들과 달리 사용자 입장에 더 가까운 블로거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자칫 부정적인 글을 쓰게 될 경우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파워블로거, IT 기업에 가다’에 참여한 기업은 구글코리아, 삼성전자, LG텔레콤, 캐논코리아, 엔씨소프트, 닌텐도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KTF 등 총 8개 기업이었다. 대부분 대표이사 혹은 경영진과 함께 실무 담당자들까지 참여해 블로거들과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 대표와 해당 제품의 담당자가 직접 나와 블로거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안 되는 일은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자 블로거들의 기업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기업의 담당자들은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까지 함께 참석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기업 대표와 블로거들의 솔직 담백한 대화가 참여했던 블로거들의 블로그에 게재되고 헤럴드경제에 지상 중계되자, 처음에는 블로거 간담회를 망설였던 기업들도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시리즈가 끝난 후에도 다시‘파워블로거, IT 기업에 가다’시리즈를 만들어 보자는 기업 홍보팀의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었다.
블로거의 전문성, 기업 미디어로 활용하다
<돌아저씨의 과일 농장>
블로거들의 전문성을 그대로 기업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과일 브랜드인 돌코리아가 만든 기업 블로그 돌아저씨의 과일 농장(blog.dolefruit.co.kr)이 대표적이다 <그림4>. 돌코리아는 세계 최대의 청과회사인 Dole의 한국 내 법인으로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키위, 파파야 등 각종 열대 과일을 수입 판매하는 회사이다. 돌코리아는 Dole이라는 기업은 물론 ‘스위티오’라는 브랜드를 보다 널리 알리고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고민 중에 기업 블로그 운영을 생각하게 되었다.
태터앤미디어가 돌코리아에 제안한 기업 블로그는 ‘블로그 스피어의 과일 대표 블로그 미디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요리 및 식품 전문 블로거 20여 명을 이 과일 블로그 미디어의 필자로 영입해 과일과 관련된 요리 레시피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쌓아갔다. Fruits and Cooking, Fruits and Wellbeing, Fruitsand Beauty, Fruits and Joy, Fruits and World, Fruits and House 등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올릴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구성해 블로거들이 다양한 과일 관련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각종 과일에 대한 요리 레시피와 정보, 생활 속에서 만나는 과일 이야기들이 쌓여가자 ‘돌아저씨의 과일 농장’을 찾는 방문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독자들도 늘어났지만, 검색을 통한 유입자들도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돌아저씨의 과일 농장’은 블로그 개설 6개월여 만에 방문자 50만 명을 돌파하고,‘PC사랑 선정 2008 베스트 블로그 100’에 선정되는 등 인기와 우수함을 동시에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 애니콜의‘햅틱피플 (haptic.anycall.com)’ 역시 다양한 분야의 블로거들을 필자로 구성해 햅틱폰 리뷰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휴대폰 이야기와 각종 정보를 모은 휴대폰 전문 블로그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블로거의 재능을 기부하다
<삼성 하하하 캠페인>
삼성의‘하하하 캠페인’은 불황의 위기 속에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응원하고자 진행된 캠페인이다. TV와 포털사이트 등 온오프라인 매체를 총동원하였으며, 동방신기,김연아, 윤종신 등 유명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가 출연하는 UCC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하하하 응원 클래스’에서는 태터앤미디어 소속의 파트너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독자들을 초대해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된‘하하하 응원 클래스’는 담덕공자의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레떼의DIY/수납형 액자 만들기, 슬픈하품의 크리스마스 케익 만들기, 애플의 2009년 다이어리 만들기, 문성실의 만수무강 효도상 차리 기 등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이벤트에 참여한 블로거와 독자들은 함께 만든 음식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공부방, 보육원, 노인복지회관,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 외국인 여성들에게 직접 기증까지 하도록 해 이벤트의 취지와 의미를 더했다.
‘하하하 응원 클래스’는 블로거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 활동의 영역을 넓히게하고, 블로거의 인기와 영향력을 행사 홍보와 진행에 잘 연계해 성공적인 이벤트를 이끌어 낸 사례이다.
참여와 공유의 블로거 DNA를 이끌어 내라
블로그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찾아오는 독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블로그 안에서 누군가는 일기를 쓰고, 누군가는 지식을 공유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익을 창출해 내기도 한다.
하나의 기업이나 브랜드만을 이야기하는 블로거가 있는가 하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는 24시간 대선 후보 한 사람만을 밀착 취재하며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 블로거가 있기도 하다. 영향력 있는 블로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그들의 트래픽과 영향력을 묶어 광고를 유치하고 기업활동과 연계하는 블로그 네트워크 미디어의 출현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블로거는 참여와 공유의 DNA를 내포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그들은 또한 남과 다른 나만의 것, 독특하고 새로운 것, 사회를 바꾸어 갈 수 있는 도전과 실험을 기꺼이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만일 지금 블로그 마케팅을 고민 중이라면,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해 보다새롭고, 보다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블로거들에게 제안해 보도록 하자. 아마도 그들은 기업과 함께하는 새로운 활동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자신의 활동들을 전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