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소비 현상의 등장
한마디로 ‘작은 것이 뜬다’ 최근 언론에 등장한 소비 흐름 중에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주부 구매자로 대표되는 과거의 가족 구매 형태에서 소형화, 미니믹스(mini mix, 소량 맞춤형 묶음)로 대표되는 싱글(1인 가구) 소비 형태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가구당 인원수가 줄어들면서 국내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24%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구 수로는 400만 가구로, 203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4%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다는 예측이다. 이쯤 되면 이러한 싱글 소비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트렌드 혹은 경향으로 지속될 것임에 틀림없고, 앞서 말한 현상은 단지 초기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향후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분화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 전 세계 1인 가구 수는 2억 4,2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 국가와 일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국내의 소비재 관련 기업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글족 소비 욕구와 미니믹스 마케팅
앞서 말한 싱글 소비 현상을 소비자 욕구 관점에서 파악해보고 그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향후 싱글 소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선점하기 위해서 중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선 싱글 소비자의 욕구 중 가장 중요한 욕구는 ‘소형화’와 ‘간편화’에 대한 욕구이다. 식생활면에서 보면 다인 가구에 비해 한 번에 소량을 소비하고 또한 가족 간의 노동 분업 개념이 없이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절약 혹은 간편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풀무원은 두부 한모를 4등분해 개별 포장한 ‘신선한 네모’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같은 양의 두부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기존 제품 대비 판매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커피믹스 형태의 낱개 포장 세제를 선보였으며, CJ제일제당의 경우 1회분씩 포장되어 있는 조미료 ‘다시다 골드 스틱’을 내놓았다.
역시 같은 양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전년대비 매출이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마트의 경우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을 지난해 100여종에서 올해 190여종으로 늘렸으며, 양파, 대파, 마늘 등 필수 채소 10가지를 990원에 판매하는 ‘990 채소’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코너의 매출은 전체 채소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미니믹스(mini mix, 소량 맞춤형 묶음)’ 제품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의 ‘소품종 대량 판매’가 아닌 ‘다품종 소량 판매’ 형태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500ml 용량이 주류를 이루던 음료업계에서는 최근 200~300ml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으며 크기를 4분의 1로 줄인 와인 제품도 판매중이다.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는 기존 500ml에서 300ml로 크기를 줄인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였으며, 미닛메이드도 최근 180ml ‘꼬마병’ 6종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자체 매출 1위인 ‘옐로우 테일’시리즈를 187ml까지 줄여 출시했다. 켈로그 또한 한 끼 분량의 시리얼을 소포장한 ‘콤보팩’을 새롭게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식생활 간편화 욕구 측면에서 보면 싱글족을 위한 가공식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토르트 및 냉동식품 시장의 성장이 그것인데 2008~2011년 사이에 국내 레토르트 식품 시장은 연간 37%, 냉동식품은 7%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싱글족의 주 쇼핑 채널인 편의점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2011년 편의점 시장 규모는 약 8조 7천억 원 규모로 2006년에 비해 2배가량 확대되었다(통계청 자료).
한편 앞서 말한 ‘소형화’, ‘간편화’에 대한 욕구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주 생활 면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구와 가전이 설치되어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콤팩트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에는 60㎡이하 소형 주택의 공급 비중이 40%로 확대되었다고 한다(’11년 국토해양부 발표 : 주택공급동향).
이러한 주택크기의 변화에 맞추어 성능은 유지하고 크기는 줄인 소형 가전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대형 가전 매출은 11% 하락한 반면 소형 가전제품은 2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 일렉트로닉스의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기존 드럼세탁기보다 약 6배가 작은 싱글용 세탁기이다. 무엇보다 벽에 걸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웅진코웨이의 신제품 ‘한 뼘 정수기’는 올 해 4월 출시된 이후 열흘 만에 1만 5천대가 팔리면서 최단기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존 정수기보다 크기가 50%이상 작아져 18cm안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담은 초소형 정수기이다. 이밖에 기본적인 밥솥에 반찬통이 추가로 들어 있어 보온도시락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미니 밥솥이나 1m 남짓의 실속형 미니냉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소형 가전이 출시되고 있고,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가구업계도 마찬가지다. 매년 독신용 가구 판매가 30~50%가량 늘고 있고 1995년 17%가량이었던 1인용 가구 비중이 2010년에 24%로 급증했다. 한샘은 1~2인 가구를 위한 ‘샘 시리즈’에서 싱글 고객을 위해 수납공간을 극대화한 멀티서랍장, 틈새옷장세트 등의 제품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플레인’이라는 침실가구를 내놨다. 이케아는 접어서 보관하는 ‘폴딩 체어’나 침대와 책상을 하나로 한 철제 로프트 ‘베드+테이블’ 제품, ‘3단 변신폴딩 테이블’ 등의 제품을 내어 놓았다. 까사미아도 싱글족을 위해 맞춤형 모듈설계를 적용한 ‘메이크 시리즈’를 출시했다.
싱글족의 또 다른 소비 욕구
‘소형화’, ‘간편화’ 욕구만큼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큰 싱글 소비자의 욕구는 ‘자기 투자’ 욕구이다. 특히 젊은 싱글족의 경우 개인의 성취와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가족 부양 의무가 있는 2인 이상 가구 소비자보다 취미, 패션, 미용에 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악기, 카메라 같은 취미 용품에 대한 지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밖에 혼자서 향유하는 여가를 위한 ‘나 홀로 참가하는 단체여행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운동, 외국어 등의 성인학습 시장의 경우 20~30대 싱글족 여성의 학습비가 2인 이상 가구의 1.8배에 달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통계청, 2012 가계동향조사).
이 밖에도 싱글족의 욕구와 관련되는 것으로 혼자 생활함으로써 필요한 안전 및 안정 욕구라는 근본 욕구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2인 이상 가구와 서비스 상품 측면에서 특별히 차별화되어 하나의 세분시장으로 성립되는 면이 아직은 약하다고 하겠다.
싱글족 마케팅, 향후 흐름과 대응
이처럼 싱글족의 욕구는 지금 시점에서 ‘소형화’, ‘간편화’처럼 활발하게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자기 투자’ 욕구나 ‘안전 및 안정’ 욕구처럼 아직 하나의 세분화된 시장으로서 차별화된 마케팅이 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욕구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욕구 외에도 싱글족의 욕구는 보다 더 정교화 되고 세분화된 형태로 새롭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싱글 소비 욕구가 점차 확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 트렌드에 변화를 주는 기본 요인 1) 중 하나인 인구 변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베이버부머 은퇴와 싱글족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싱글족 소비의 성장은 마케팅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기반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이미 성숙 시장에 돌입한 많은 소비재와 서비스 제품의 경우 싱글족 소비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중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기업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싱글족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파악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신제품이나 신 서비스 개발은 물론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해나가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