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광고를 자유롭게 하리라
오리콤 브랜드 저널 기사입력 2014.12.24 05:04 조회 11556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시기, 포털사이트의 TV광고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코리아닷컴, 네이트로 흡수된 엠파스 뿐만 아니라, No.1포털사이트인 네이버도 전지현이라는 빅모델을 활용한 ‘지식 검색 서비스’ 캠페인을 규모감 있게 진행하였으며, 통신사들도 자신들이 미래지향적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의 중심이라고 외치며 기술 중심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광고 캠페인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IT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기 이전에는 기술이 광고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는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새로운 디지털 혁명 이후 IT기술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깊숙하게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는 중이고, 광고 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는 광고, 마케팅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3D 프린팅

– 이전에 없던 제조업의 혁신

3D 프린터는 CAD 프로그램으로 만든 디자인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모형을 만들어주는 프린터이다. 대체로 합성수지를 분사해 얇은 막을 쌓아 올리거나 합성수지 덩어리를 깎는 방법으로 실물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사실 3D 프린터는 이미 산업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애플, 이케아, 로지텍 등 많은 회사들이 일찌감치 3D 프린터를 도입해 Mock-up(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디자인이나 사용성을 점검하는 등 제품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힘들었던 3D 프린터가 기술개발로 가격이 싸지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우리의 생활을 특히나 제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Party’에서는세계 최초의 3D 사진관을 오픈 했다. ‘OMOTE 3D(
http://www.omote3d.com)’라는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로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로 자신의 피규어를 만들 수 있는 3D 사진관 이다. 신청자의 몸(전신)을 3D 스캐너로 촬영하고, 모델링하여 3D프린팅과 채색의 과정을 통해 입체 사진을 만들어내는 ‘OMOTE 3D’는 특정 브랜드를 위한 프로모션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어필하고 내재화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에서는 3D 프린터로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Case’ 프로모션과 함께 기억되고 싶은 사람들과 3D 피규어를 제작해주는 ‘행복동행제작소’ 프로모션을 진행하였다.



독일의 에이즈방지재단(Deutsche AIDS-Stiftung)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Foam Printer기술을 활용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3D 프린터와는 조금 다르지만, Foam 프린터는 말 그대로 비누거품으로 글자를 출력하는 프린터이다. 공포의 질병인 에이즈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매 18초마다 한 명씩 에이즈 환자가 사망한다고 한다. 세계 에이즈의 날에 에이즈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독일 도심에 에이즈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이름을 나열한 빌보드광고를 설치하고 그 뒤에는 Foam 프린터를 설치하여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간인 18초 마다 자동적으로 한번씩 Foam 프린터로 만든 십자가를 하늘로 올려보내어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2. 아두이노(Arduino)
–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

아두이노(Arduino)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컴퓨터에 USB 만 연결하면 Window, Mac, Linux 등 OS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부품 및 기술과 결합하여 컴퓨터에 데이터 입력, 출력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번역기 같은 역할을 하는 일종의 미니 컴퓨터이다. 오픈소스 기반이기에 다양한 프로토타입들과 하드웨어 도면이 공개되어 있어서 전기배선 지식과 프로그래밍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가능하다.

일본의 미디어아티스트인 ‘준 후지와라’는 아두이노를 활용하여 주변의 소리를 저장하여 리믹스 음악을 만들어주는 ‘Sound Bottle’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를 눈 여겨 본 코카콜라에서는 이 Sound Bottle을 그대로 활용하여 ‘Coca-Cola Remix Bottle’을 제작하여 실제 일본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 ‘Sound in, Happiness out’이라는 컨셉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였다.



에이전시 리퍼블릭이라는 디지털 광고대행사에서는 압력감지 센서와 아두이노를 이용하여 ‘Change The Tune’이라는 재미있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였다. 일종의 음악재생 포스터로 포스터에 종이뭉치 같은 것을 던지면 압력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음악을 바꾸어주는 재미있는 디지털 포스터이다. 재생되는 음악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를 연동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많은 호응을 받아 실제로 깐느에서 제품을 전시하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광고의 선두주자로 변신한 Widden+Kennedy에서는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출력하는 아두이노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색다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바로 미국의 병맛 광고로 유명한 Old Spice의 바디스프레이 Danger Zone의 디지털 프로모션이다. 근육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센서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Muscle Music)하는 배우 테리 크루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테리 크루스의 연주가 끝나면 참여자가 웹사이트에서 자신만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아두이노는 소리를 담는 병, 움직이는 램프, 빛이 나는 움직이는 벽처럼 상상 속에서 생각해봤던 일들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3. 드론(Drone)
– 새로운 비행 수단

드론(Drone)이 대중화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되고 있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지상관제소의 제어로 스스로 날아다니는 무인 비행체를 말한다. 요즘 방송에서는 항공촬영 등에 대부분 드론을 활용하고 있고, 아마존에서는 드론을 배송에 활용하여 주문 후 30분내로 배송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드론을 미디어로 활용한 사례를 선보였다. 이름하여 Drone-vertising으로 드론에 차이니스 레스토랑 ‘WOKKER’의 광고를 부착하여 빌딩 숲 속을 비행하면서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레스토랑 광고를 노출시켜 활발한 주문을 유도했다.



토요타 렉서스는 렉서스의 새로운 슬로건인 ‘Amazing in Motion’을 알리기 위해 렉서스의 상징 이미지들을 반영한 드론(쿼드콥터)를 직접 제작하고 무인 드론이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대형을 갖추어 비행을 하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직접 제작하였다.




지금까지 요즘 광고계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3가지 기술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3D 프린터와 아두이노는 Physical Computing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하드웨어이다. Physical Computing이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용자로부터 물리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 받거나 또는 정보를 처리한 결과를 물리적인 방식으로 출력하는 컴퓨팅을 말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TV광고나 PC, 모바일 화면을 벗어나 현실세계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경험으로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13년 Cannes Lions Creativity Festival에서 신설된 Innovation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바리안 그룹’의 ‘Cinder’도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툴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실제 실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Cinder’는 대행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툴로 개발되었으나,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형태로 바뀌었다. ‘Cinder’를 활용하여 대행사들은 움직임에 반응하는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인터렉티브 컨텐츠를 개발 가능하게 되었다. ‘Cinder’는 크리에이티브 자체가 아니라 기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었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데 혁신적인 역할을 해주는 기술로 평가를 받아 Innovation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결국,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기술은 그 자체로 크리에이티브가 되기 보다는 어떤 아이디어에 적용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훌륭한 ‘Creative Enabler’의 역할을 해주는 기술이다.

사실 유행의 최첨단을 걷고, 트렌드를 앞서서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광고계는 내부적으로 생각보다 매우 보수적이다. 1960년대 이루어진 아트 디렉터+카피라이터의 크리에이티브팀의 조합은 지금까지도 견고하다. 이러한 사실은 그만큼 TV 중심의 4대 매체의 힘이 강력하게 지속되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이상 TV광고를 포함한 4대 매체를 4대 매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만큼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수용은 광고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해외의 에이전시들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내재화하며 기술 리더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전통적인 대행사 영역에서 디지털 대행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매디슨 애비뉴와 실리콘 밸리가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광고대행사에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구글(Google)의 ‘Art, Copy & Code’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크리에이티브 팀의 아트+카피 조합에 ‘코드’라는 개념이 추가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급속한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동시에 변화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을 동반한다. 하지만, 앞서 보았던 사례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 기술을 받아들여 급속히 변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더이상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술 ·  혁신 ·  3D프린팅 ·  아두이노 ·  오픈소스 ·  프로젝트 ·  드론 ·  미디어 ·  신더 ·  Cinder ·  커뮤니케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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