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Ⅲ] 신세계, 신시장, 미지의 소비자 - 프런티어 마켓
기사입력 2011.05.30 01:51 조회 8023







글로벌 기업의 신흥국 시장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전략이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인재와 기술 등 핵심 역량을 신흥국에 투입하고 신흥국 시장을 겨냥하여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브릭스 국가에서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미개척 신흥시장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브릭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프런티어 시장인 포스트 브릭스 시장과 그 진출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포스트 브릭스 시장 개척 본격화

기존 신흥국인 브릭스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로 인해 미개척 신흥시장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브릭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지난 1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한 ‘프런티어 마켓’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며, 미래 세계를 이끌어갈 경제 지배자의 새로운 출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 프런티어 마켓을 통칭해 ‘포스트 브릭스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브릭스 시장에서는 선진국 기업과 브릭스 국가의 신흥기업이 동시에 각축을 벌이고 있어 브릭스 시장보다 한층 더 빠르게 시장개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포스트 브릭스 시장인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구미 선진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국가와 기업이 연합해 많은 산업에서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2008년 수출 규모는 485억 달러로 1999~2008년 사이 열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점유율 또한 10.5%를 기록해 한국(3.3%)의 세 배 이상이다.

인도도 최근 내수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인 바르티에어텔은 쿠웨이트 최대 이동전화 서비스업체인 자인의 아프리카 자산을 107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와 같은 인도, 중국 기업의 진출 확대와 함께 선진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아프리카 시장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월마트는 아프리카 내의 유통망을 선점하기 위해 남아공의 체인형 할인업체 매스마트(아프리카 3위)의 지분 51%를 2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케냐 통신시장을 둘러싸고 영국 보다폰과 인도 바르티에어텔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바르티에어텔의 2010년 3/4분기 시장점유율이 11%에서 15%로 확대되었다


정치 안정도 개선과 경제성장으로 주목받는 아프리카


대표적 프런티어 시장인 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는 북아프리카를 포함해 전체 53개 나라들이 거대한 대륙에 분포하고 있으며, 2010년 기준 인구는 10억, 전 세계 GDP의 2.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개발지역으로 인식되던 아프리카가 최근 정치 안정도*가 개선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미비아는 정치안정도가 1996년 58.7에서 2008년 80.9로 상승했으며, 남아공 또한 같은 기간 14.9에서 41.6으로 증가했고, 르완다는 4.8에서 37.3, 세네갈도 27.9에서 36.8로 상승했다. 이와 같은 정치안정도의 상승과 외국기업의 진출확대로 인해 2003년 이래 아프리카 경제는 5%대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2003·2008년 5년간 연평균 5%의 GDP 성장률을 달성하며 같은 기간 세계 평균(3.4%)을 상회하고 있고 앞으로 이와 같은 높은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전망기관 글로벌인사이트는 2011~2015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연평균 성장률을 5.1%로 전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로 인식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자원뿐 아니라 시장과, 투자처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원은 나이지리아이며, 중국은 원유수입의 30%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존 중동 원유수입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벗어나 에너지 공급 노선 확대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외교를 펼치는 중이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업종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가 가난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다. 중국보다 더 부유한 아프리카 12개국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10개국이 포함된다.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16개국은 인도보다 더 부유한 상황이다. 또한 아프리카 현지에서 발달한 주요 기업들이 대륙 전역에 걸쳐 광업, 이동통신, 건설, 뱅킹, 소비재 산업 등에서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어, 아프리카 사업의 기회는 북아프리카와 남아공에만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또한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토착기업들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 광업 기업 BHP빌리턴사(호주), 세계 2위 맥주회사 SAB밀러사(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영국) 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유망한 아프리카 현지 기업 탐색 후 이들과의 제휴 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4Bs 전략 추진 필요

아프리카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남미 등에도 아프리카와 상황이 비슷한 프런티어 시장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장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진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프런티어 시장 진출을 위한 네 가지 전략 방향으로 4Bs 전략(B2G, BwG, BOP, Blue Ocean)을 제시해 본다.

첫째 B2G 전략은 아프리카 등 프런티어 시장의 정부를 고객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들 프런티어 시장 국가들은 아직 자유 시장의 발달이 낮은 상태에서 정부가 각종 경제개발을 직접 주도하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를 상태로 한 마케팅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개별 기업은 해당국 정부를 상대로 한 B2G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개별 진출 기업은 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의 경우 아프리카 진출 시 한국정부 차원의 외교, 통상 차원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한 진출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프런티어 시장의 두 번째 진출 전략은 BwG(Business with Government) 전략이 되는 것이다. 선진시장이나,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된 브릭스 시장과 달리 프런티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진출 초기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발원조(BwG ODA**)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자원개발 참여 등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차관 제공, 기술 이전 등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프런티어 시장에서는 BOP(Bottom of Pyramid)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의 프라할라드 교수는 그의 저서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 : Eradicating Poverty through Profit>를 통해 전 세계 40억 명으로 추정되는 저소득층 시장(BOP 시장)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국제금융공사(IFC)가 발표한 조사보고서‘The Next 4 Billion’에 따르면 연간 가구소득이 3000달러 이하(구매력평가 환산)의 계층은 전 세계 40억 명, 시장규모로는 약 5조 달러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BOP 계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주창되었으나, 낮은 판매가격과 마진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러나 최근 선진국 경제의 위축으로 신흥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동시에 BOP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BOP 시장의 1차적인 관심대상 지역은 브릭스 시장이었으나, 이미 브릭스 시장의 BOP 비즈니스는 경쟁이 다소 격화되는 있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블루오션 시장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등 포스트 브릭스시장에 대한 진출에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BOP 비즈니스는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 해결에서 고통을 겪고있는 해당국 주민들에게 산업화의 혜택을 안겨주는 사회사업적 성격을 갖고 있어, 성공 시 기업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번 구축된 우호적 브랜드 이미지는 해당국 주민들의 소득상승에 따른 구매력 상승 시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필립스는 인도 농촌지역의 생활필수품인 조리용 스토브의 문제점을 개선한 개량형 스토브 출라(Chulha)를 2년여에 걸친 현지개발을 통해 인도 농촌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연소 효율을 높여 농촌가구의 연료비 부담을 50%줄이고, 연기를 90% 이상 줄여 이로 인한 인체 유해성 문제를 해결했다. 가격도 600루피(1만 6000원) 정도로 저렴해,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이용가능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연간 수십만 명의 인도 주부들이 부엌의 연기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인도 농촌주민들 사이에서 필립스의 우호적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니레버도 2000년부터 위생관념이 부족한 인도의 농촌에서 비누와 샴푸 등을 판매하며 ‘손 씻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자사 제품 Lifebouy를 출시하면서 어린이 등에게 손 씻기를 강조함으로써 비누 사용량이 두 배 증가하고 설사병, 피부병은 1/2로 감소했다. 이렇게 구축된 좋은 기업 이미지는 유니레버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중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4B 전략의 마지막 ‘B’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다. 즉 포화상태인 선진국 또는 브릭스의 레드오션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인 상태로 남아있는 뉴프런티어 시장 개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 프런티어 마켓에는 많은 나라, 많은 산업분야에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고려해 분석할 경우 진출이 가능한 블루오션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블루오션 전략을 프런티어 시장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상생의 틀 속에서 접근할 필요

마지막으로 프런티어 시장 진출 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진출대상 지역과의 갈등을 최대한 줄이고 반대로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국기업과 정부는 성장기회를 얻는 동시에 해당 진출 대상국의 경제발전을 도와주는 글로벌 상생의 틀 속에 프런티어 시장 진출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계가 낮은 이들 지역은 자칫 외국기업과 정부의 진출로 반외세 정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의 과도한 아프리카 진출은 다소 부정적인 정서를 현지에서 유발하고 있다.

따라서 일방적인 기회 활용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기업 및 국가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개발 원조적 성격의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 또한 사회사업적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출 대상 저개발국의 낙후된 산업 및 지역 개발과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과 관련된 사업에도 적극 참여 및 홍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투자는 우리보다 가난한 프런티어 시장의 국민들에게 문명의 이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측면뿐 아니라, 이들의 소득 향상에 따른 시장 확대와 기업 매출확대로 돌아올 수 있는 상생 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상생 관점의 마케팅 전략에서는 우호적 기업 이미지 구축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상생전략 추진을 통해 현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된다면, 이렇게 형성된 무형자산은 지속가능한 수익과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제일기획 ·  제일월드와이드 ·  프론티어시장 ·  브릭스 ·  세계경제 ·  소비자 ·  글로벌기업 ·  시장진출 ·  시장개척 ·  다보스포럼 ·  아프리카 ·  바르티에어텔 ·  유니레버 ·  필립스 ·  4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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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영영사전으로 유명한 영국의 출판사 콜린스는 22년을 마무리하며 올해의 단어로 ‘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선정했다. 팬데믹,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 대격변의 시대에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일상을 겪고 있는 시대상이 반영된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