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크리에이티브 하다 잘 팔린다
올해 광고계는 잘 팔리는 광고가 꽤 있었습니다. 물건이 잘 팔린 크리에이티브가 있는가 하면,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잘 팔린 광고도 있었지요.
병 맛이다, 그래도 재밌잖아
흔히 B급 문화라 여기는 키치문화를 아시나요. 물론, 잘 알고 계시지요. 올해는 그런 B급 문화의 흐름을 탄 B급(?) 광고들이 엄청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했지요.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상을 휩쓴 배달의 민족에서 ‘의리’의 식혜, 신 내린 신발까지 강렬한 크리에티브로 매출도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품위 없다고 하기엔 퀄리티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재미 있지 않나요?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TV를 틀면 극명하게 다른 2가지의 모바일 배달앱 광고를 만납니다. 배우 류승룡 씨를 광고모델로 하는 배달의민족과 잔잔하게 옆집 총각이 옆집 아가씨에게, 아가씨가 총각에게 배달앱으로 작업을 거는 요기요가 있지요. 요기요 광고가 전형적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라면, 배달의 민족은 B급 문화를 따른 병맛 스타일이죠. 밀레의 만종,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고구려 벽화 수렵도 등을 패러디하여 고전명화들 속 주인공들이 배달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재미있습니다. 론칭 광고였던 말 타고 달리는 철가방이 그 시작이었지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절로 폭소가 터집니다. 마스크 느낌은 진중한 류승룡씨의 코믹한 연기도 웃음을 더하지요. 배달의 민족이 가진 B급 감성은 2차 캠페인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아, 딱 하나가 모자란다고 쿠폰, 탕수육 하나 먹겠다고 평생 쿠폰이나 모을래?’ 이 광고도 빵 터집니다. 론칭의 크리에이티브와 다른 점은, 전략적으로 배달의민족만이 줄 수 있는 베넷핏을 병맛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옥외광고에서는 B급 감성의 크리에이티브는 화룡정점을 찍습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등 살짝 오글거리는 카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한 번에 잡습니다. <그림 1>
의리의 식혜, 의리의 사나이, ‘으리~’
평상시 모든 방송에 나와서 의리를 강조하던 김보성씨가 모델로 나온 비락식혜 광고입니다. 발로 문을 박차고 등장한 김보성씨는 선글라스를 거칠게 벗어 던지며 쌀 가마니를 주먹으로 쳐 터뜨리지요. 바로 식혜를 들고 ‘으리’를 외칩니다. <그림 2>
‘신토부으리’, ‘항아으리’ 등 ‘으리’를 붙여 소리칩니다. 말장난에 불과 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 조회수는 2주 만에 200만 건을 넘어선 것은 물론, 각종 코미디와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냈고요. 진지하지도, 전형적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틀을 따라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전년 대비 매출을 30% 이상 늘려주었다고 전하는 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를 B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ABC마트의 신내림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전통적인 느낌의 무속음악에 신이 내린 듯 눈을 뒤집은 채 뛰는 장면으로 유명합니다. ‘가격 신 내림’, ‘눈 뒤집히는 가격’, ‘그 분이 오신다~’ 등의 카피와 하늘에서 신(신발)이 내리는 비주얼이 B급 감성을 확실히 자극합니다. 이 광고 역시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요. 다시 묻지요. 흔히 말하는 B급 광고가 진짜 B급 크리에이티브 일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허나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요. B급 스타일의 A급 크리에이티브라고 말입니다. <그림 3>
아웃도어, 오리무중 춘추전국시대
2014년 TV를 틀면 2가지 광고가 주로 보였습니다. 통신사와 스마트폰 광고가 하나이고, 나머지는 아웃도어제품 광고이지요. 산을 타지 않고,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아마 등산과 캠핑의 달인이 되셨을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집 앞에 산을 오를 때 입는 옷과 챙기는 장비는 히말라야 등반에 입고 쓰는 것이다’란 우스개 소리가 있다죠. 우스개는 아닐 듯 한데요.
아이스티를 먹지 마세요. 등산에 양보하세요
아웃도어 특히, 등산용품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유명 모델의 각축장입니다. 현빈부터 주원까지 별들이 즐비합니다.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모델이란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지요. “이민호 티 주세요”, “현빈 신발 주세요”하며 팔린다니 모델의 얼굴과 이름이 크리에이티브 일지도요. 그 중에서도 여름에 나왔던 아이더 여름용 티셔츠 광고는 재미있는 크리에이티브 였습니다. 이민호씨가 그 멋진 미소를 지으며 마치 아이스티 마신 것처럼 “시원해요, 아이더 아이스티”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던 크리에이티브는 셔츠에 애칭을 지어주고, 다시 그것을 크리에이티브화 했습니다. 모델과 제품의 애칭이 크리에이티브의 열쇠지요. 재미를 주는 방법이 앞 부분에서 말한 크리에이티브와는 다릅니다. 아이더는 라이터 워크, 디펜더 자켓 등의 애칭을 만들어주는 광고로 히트를 쳐서 지금도 잘 나간다고 합니다. <그림 4>
디스커버리채널, 우리는 입어요
아웃도어 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이야기가 해외로 해외로 나갔나 봅니다. 다큐와 자연 탐험으로 유명한 디스커버리채널이 만든 아웃도어 디스커버리 광고를 우리는 어느 날 인가부터 만나게 되었지요. 재미와 특이함, 기술적인 새로움은 없습니다. 세상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는 노래가 흐르고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특이한 것은 없지만 툭툭 보여지는 라이프의 단편 단편이 소리 없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그림 5>
패션과 정복자의 극단
노스케이프는 “오래된 연인처럼, 말하지 않아도 당신을 느낄 수가 있어요.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사랑이 시작됩니다”하고 속삭입니다. 패션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틀을 따르고 있지요. 레드페이스는 붉은 적벽을 오르는 모습으로 산을 정복하는 강인함을 크리에이티브로 보여줍니다. <그림 6~7>
아웃도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는 한 가지로 정의 할 수 없습니다. 재미에서 기술, 라이프의 단면, 패션 등 다양하지요. 그들은 지금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과연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시장을 평정할까요. 내년엔 판가름 나겠죠.
크리에이티브는 미끼다, 물건을 파는
당신의 여행 타입을 테스트해 보세요
작년부터 TV광고가 다른 매체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미끼로 쓰여진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더 더욱 많아지게 되었지요. 대한항공의 ‘베트남’ 편은 노골적입니다. 2013년의 유럽 편이 온라인으로 최고의 유럽 여행지를 투표하게 하여 매출을 올려 재미를 보았다고 합니다. 올해, 베트남 편에서는 여행 타입 테스트를 크리에이티브로 들고 나왔네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다 다릅니다. 그럼 가고 싶은 여행지도, 가서 하고 싶은 것도 다 다르겠죠. 그런 인사이트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보물찾기는 해적만의 것이 아니다’란 물음을 던지고, 그것이 당신에게 맞는냐, 아니냐를 체크 해보도록 하지요. 결과는 온라인으로 알아보도록 연결합니다. TV는 실제물건을 팔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죠. 전통적인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보면 오롯이 홀로 서는 크리에이티브는 아닙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입니다. 물건을 잘 팔도록 하는 것이 원래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이었으니까요. <그림 8>
마음에 잘 팔리는 크리에이티브
올해 크리에티브의 특징 중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기부입니다. HS애드의 김진원 CD 팀은 ‘헬프 허, 헬프 베이비’라는 온라인 동영상을 만들어 미혼모와 입양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외 입양 아동의 90%가 미혼모의 양육 포기로 이루어진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이 땅에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재능을 기부했다고 하지요. <그림 9>
이노션은 서울시와 함께 지하철과 버스 등에 영세소상공인,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기업, 전통시장 등을 광고하는 ‘희망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다 보면 전문적인 크리에이터의 손길이 닿은 작은 광고를 만나게 되는 행운이지요.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티브가 기업의 물건을 잘 파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잘 팔리는 경우입니다. <그림 10>
제일기획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 Invisible People’이라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국내에 몸을 맡긴 세계의 난민들과 아프리카 니제르 난민캠프 주민의 모습을 한 뼘 크기의 미니어처로 만들었지요. 미술관 곳곳에 진열해 관객들이 불쑥불쑥 그들을 만나게 했습니다. 기부와 나눔을 유도하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림 11>
덜 팔리는 국제 광고제와 늘어가는 글로벌
작년보다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굵직굵직한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받아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크리에이티브가 올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국제광고제인 2014 깐느에서는 몇 개의 수상에 그치고 말았지요. 다른 광고제도 비슷해 보입니다. 제일기획의 재능기부 캠페인 ‘보이지 않는 사람들 Invisible People’전이 브론즈 2개 수상, VERY GOOD MANNER 캠페인이 은과 동상을 받기는 했지만 대상을 타지는 못했습니다. 이노션의 수상작도 있지만 작년만큼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다는 호평은 들리지 않네요. <그림 12>
국내에서의 크리에이티브는 글로벌이 강화되었지요. 글로벌 느낌이 강화되었다는 뜻입니다. 갤럭시의 광고는 한국에 맞게 따로 만들어지기보다 세계인과 공감하는 듯 보입니다. 외국인 모델이 외국에서 자연스럽게 갤럭시를 쓰는 모습이 나옵니다. G3도 마찬가지고요. 글로벌 브랜드이니 자연스러운 거겠지요.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던 초창기에는 해외에서 만든 광고를 번역, 녹음만 해서 보여주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반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제품력도, 크리에이티브력도 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크리에이티브의 글로벌화는 더 빨라지겠죠. <그림 13~14>
13년도의 크리에이티브와 올해의 크리에이티브가 다른 점은 여러 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12년도와 13년도가 달랐던 것처럼요. 그런데 모든 게 달라져도 우리의 크리에이티브에서 변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해가 갈수록 새로워지고, 매력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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