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공산품 없이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자동차나 컴퓨터, 청소기나 세탁기 등 기계와 가전제품은 물론 휴지나 면봉 등 사소한 상품까지도 브랜드를 따져 보고 무엇을 살지 고민합니다. ‘의식주’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과 관련 상품들 또한 수많은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인데요. 주방 및 주방용품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더욱 기억에 오래 남고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의성이 돋보이는 해외 주방 및 관련 광고 사례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주방을 무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이케아, ‘플레잉 위드 마이 프렌즈’
밝고 환한 주방과 거실을 바쁘게 오가며 한 소녀가 테디베어와 함께 신나게 파티를 준비합니다. 뚝딱뚝딱 토마토소스를 볶고 있으니 드디어 첫 손님인 남자아이가 로봇 파트너를 데리고 등장합니다. 또 다른 아이는 오랑우탄과 함께 창문을 휙 뛰어 넘어오네요. 이윽고 히맨과 베렝구어 인형, 공룡과 함께 온 아이들도 하나 둘씩 집으로 모입니다. 아이들의 몸보다 더 큰 장난감들은 아이들을 도와 멋진 식탁을 차립니다. 로봇은 에네르기파를 쏘아서 금속 제품을 옮기고, 공룡은 불을 뿜어서 빵을 굽습니다. 히맨은 도끼로 빵을 썰고 침팬지 인형은 재주넘기를 하면서 바나나를 건네 주고 그릇을 옮기죠.
아이들의 고사리손에 장난감들의 도움이 더해져 파티가 뚝딱 준비됩니다. 함께 온 장난감들과 더불어 신나게 춤추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흥이 넘칩니다. 한판 흥겨운 댄스를 펼친 아이들은 장난감과 함께 식탁에 앉아 멋진 만찬을 시작하는데… 벽에 달린 거울에 비친 주방의 풍경은?! 이제 보니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온 거였군요! 침팬지는 북슬북슬한 브라운 컬러의 털 스웨터를 입은 엄마, 파란색 공룡은 파란 상의를 입은 할머니였습니다. 알고보니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멋진 만찬을 준비한 거였어요.
이 광고는 가구 및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이케아에서 2012년 할로윈 시즌을 겨냥해 만든 주방가구 및 집기 광고입니다. 신나는 동심의 상상 속 주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처럼 재미있는 주방 일을 하는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죠. 광고에 등장하는 주방가구와 조리도구, 관련 용품은 모두 이케아 상품인데요. 아이들의 유쾌하고 귀여운 모습에 ‘엄빠미소’지으며 광고를 즐기다 보면, 어린이가 사용하기에도 불편 없는 주방 환경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울러 손님이 추가적으로 더 오는 것과 같은 예측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도 이케아의 기능적인 가구들이 있다면 어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깜찍한 아이들의 시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을 팔아야 한다니… ‘맴찢’! 렌 키친, ‘유어 키친, 아워 하트 앤 소울’
미국의 유명 록그룹 ‘시카고’의 이별 노래 ‘당신이 만약 날 떠난다면(If You Leave Me Now)’이 광고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새 주방가구를 계약한 고객이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이제 계약서를 주고받아야 할 순간, 그런데 상담 직원이 웬일인지 서류를 내 주지 않으려고 버티는데요? 빼앗듯 서류를 받아들고 나가는 고객의 등 뒤로 직원이 곧 오열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성껏 만든 주방가구 부품을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어루만지는 연구원과 그것을 받아 들고 지게차로 운반하는 직원, 그리고 이 주방가구들을 트럭에 싣는 직원들 또한 곱게 키운 외동딸 시집보내는 부모님의 얼굴처럼 눈물과 감회가 그득한 모습입니다. 노래 가사는 또 어떻고요. ‘당신이 날 두고 떠난다면, 나의 가장 큰 부분을 가져가 버리는 거예요. 그대여, 제발 떠나지 마세요’라는 가사가 유난히 귀에 쏙 박힙니다.
대체 이 분위기 뭔가요? 고객의 집으로 떠나는 트럭에 대고 하염없이 손을 흔드는 직원의 모습에, 고객의 집에서 주방을 설치한 후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눈물 어린 모습으로 가구를 어루만지는 설치기사의 모습까지… 이 모든 사람들이 ‘맴찢(마음 찢어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내 렌 키친의 슬로건이 밝혀지며 비밀이 풀립니다. 나레이션은 “저희 제품을 주문하면 저희 마음과 영혼도 함께 갑니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며, 배달과 설치까지 하니까요.” 그렇습니다. 영국의 주방가구 메이커 렌 키친의 직원들은 모두 영혼과 마음을 다해 주방가구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이처럼 맴찢하는 모습을 숨길 수 없었던 거고요.
드라마로도 인기를 모은 만화 ‘미생’에 소개된 조치훈 9단의 한 마디,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처럼 그래봤자 주방가구지만 고객에게는 ‘그래도 주방가구’이기를 꿈꾸는 렌 키친의 마음이 담긴 광고는 웃음과 함께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지퍼백으로 표현하는 상상력의 아름다움! 집락, ‘유즈 애즈 이매진, 모어 댄 어 백’
여러분은 어떤 경우에 지퍼백을 사용하시나요? 간식이나 샌드위치를 가지고 나갈 때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밀폐 보관을 할 수 있는 식품용기로는 지퍼백이 그만이죠. 항공기에 탑승할 때 기내로 가지고 들어갈 액체류 제품을 담는 데도 지퍼백은 유용하게 쓰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요? 지퍼백 브랜드 집락은 상상력을 통해 더욱 다채로워진 지퍼백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평범한 지퍼백에 넣은 포도와 프레첼 간식. 그렇지만 지퍼백 가운데를 길다란 집게로 고정하자 지퍼백은 나비로 변신합니다. 포도와 프레첼은 나비 날개의 예쁜 무늬가 되었네요. 마치 동화 속 풍경 같은 새파란 하늘을 날아간 나비가 도달한 곳은 엄마의 주방. 엄마는 지퍼백에 크림을 가득 채운 후 컵케이크 위에 예쁘게 아이싱을 입힙니다. 베이킹 도구인 짤주머니가 없어도 지퍼백이 훌륭한 짤주머니 역할을 해 줍니다.
컵케이크 사이즈에 딱 맞는 집락 밀폐용기에 케이크를 담고 풍선을 매달면 맛있고 귀여운 열기구로 변신합니다. 둥실둥실 컵케이크 열기구가 도착한 곳은 아이의 방. 파란 뚜껑이 단단하게 닫힌 집락 밀폐용기는 아이의 돼지저금통이기도 해요! 핑크색 색종이와 돼지 얼굴로 밀폐용기를 꾸미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돼지저금통이 되죠. 든든하게 모인 동전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짓는 아이의 모습이 깜찍합니다.
2017년 여름 주방용 지퍼백과 밀폐용기 브랜드 ‘집락’의 캠페인 ‘모어 댄 어 백’은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만나는 지퍼백과 밀폐용기에 상상력을 더해 유쾌한 ‘변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심플한 배경과 직관적인 연출, 원색의 구성이 레트로한 느낌까지 주는 가운데 지퍼백을 변신시킨 귀여운 상상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질 때 일상은 특별해지고 보다 편리해진다는 사실을 집락의 광고를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정조시대 문장가 유한준의 이 말은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평소와 다른 시점으로 관찰하면, 전과는 다른 창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창의성으로 가득한 오감을 쫑긋 세우면, 주방가구와 집기들이 말을 거는 것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