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사한 기획팀 막내에게 한 수 가르치는 사수의 기획 기술을 들어 보자. 일단 3C분석하고 키치적인 빅 아이디어 생각해 보고 내용 정리되면 윤고딕 550에 애니메이션은 키노트처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치 의사들이 쓰는 전문용어처럼 들린다. 해석 아닌 해석을 해보면 ‘시장조사 철저히 하고,독특하고기발한아이디어 내고,정리되면 기획서 예쁘게 만들어’라는말을화려한기 술(?)로표현한 것이다. 물론좋은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잔기술일 뿐이다. 기획의 큰 기술,본질은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기획 고수들을 통해 발견해 보자. 기획 고수들은 연애도 고수다. 연애하면서 여자친구에게 가장 많 이 듣는 말,“오빠는 내 마음을 몰래”이다. 그러기에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매일 퀴즈의 연속이다. 가령 ‘비가 오는데 어쩌지?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왔어…? 쉬라고 깨톡이 오면 하수 남친들은 ‘그러게 아침에 나올 때 일기예보 좀 보지... 사무실에 남는 우산 없어?’라고 답한다. 이후 여자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는 게 아니라,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여자 친구 마음이 문제의 본질이다. 고수들은 카톡을 보는 순간구구절절 응답하지 않고 바로 우산과 꽃한송이를 들고 그녀의 회사로 향한다. 문제의 본질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기획 고수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안다. 문제 파악이 빠르고 정확하다. 기획의 출발은 문제의 발견이다. 낡은 아파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주민들 불만 중의 하나가 엘리베이터가느리다는것이다. 낡은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를조금 더 빠른것으로 바꾼다고 해결이 될까?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가보자. 왜 느리다고 생각이 드는 걸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구나 느끼게 되는 무료함과 지루함. 이것이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제의 본질이다. 미국의 엘리베이터 회사인 OTIS는 이러한문제를 찾아냈고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했다. 주민들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확인해 보고 옷이나 머리를 매만지다보면 어느새 1 층에 도착하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것은 현상이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깊게 파고들어가 발견한 지루함과 무료함이 문제의 본질이다.
현상과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기획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 중에 하나가 현상과 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옷장을 열어보면서 심란해한다. 매년 쌓여가는 옷들로 수납공간들은 넘쳐난다. 정리한답시고 수납공간도 바꿔보고,계절별로 구분해서 배열도 해보고,다양하게 몇 번을시도해 보지만,항상 어지럽고 심란해하긴 마찬가지다. 수납공간이 작아서 문제인가? 정리하는 눈썰미가 없는게 문제인가? 모두 표면적인 현상일 뿐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리 기획의 고수’라고 불리는 일본의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곤도마리에는 정확히 집어준다.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마음.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옷들을 남겨둔다. 언젠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곤도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말한다. 마음이 설레는 옷만 남기라고. 수납장의 크기나 눈썰미 있는 정리의 기술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은 주저하는 마음에있음을 정확히 본 것이다.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면서 정리 컨설팅을 해주고 있고 그녀의 정리법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이제 다시 연애의 고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연애의 고수에게 배워야 할 중요한 또 하나가 있다. 하수 남친은 구구절절 카톡으로 응답지만,고수 남자친구는 우산과 꽃한송이를 들도 바로 그녀의 히사로 향한다. 고수의 실행력. 누구나 생각할수 있지만누구나실행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의 나머지 반은실행력이다.
기획은 실행력이다
윤종신은 뮤지션이지만 뛰어난 기획의 고수다. 2년 동안 공들인 11집 앨범이 망했다. 오랫동안 음악에 매진해 온 중견 뮤지션 입장에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요즘 유행하는 곡이 아니 라서? 블록버스터 같은 뮤직비디오가 없어서? 문제의 본질은 대중들의 음악 호흡이 빨라졌다는데 있었다. 신곡 유통기간이 매우 짧아진 것이다. 윤종신의 선택지는 명확했다. 싱글을 정기적으로 자주 내자. 그래서 탄생한 월간 윤종신. 잡지 형식을 가져와 매달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어찌 보면 20년차 뮤지션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매월 발표하는신곡에 뮤직비디오,글,아트 작품에 젊은 뮤지션들과 끊임없이 협업.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나 실행할수 없는 것을 해내고 있다. 지금 그는 10년간 해온 월간 윤종신을 이방인 프로젝트로 이어가고 있다. 기획은 실행력을 통해 완성되고,실행력이 곧 크리에이티브임을 입증해 주는 사례이다. 실행력으로 기획을 평가하라면 단연 파타고니아가 1 등이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고 버리기까지 한다. 아웃도어 문제의 본질은 자연이고 자연을 사랑할 때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한 기업은 흔치 않다. 매출액 1 %를 자연세금으로 기부하고,주력제품인 피톤(Piton)이 너무 단단해서 암벽을 망가트린다는 이유로 생산 중단,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에게만 파타고니아를 판매하겠다고 선언,블랙프라이데이 때 파타고니아를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등 자연보호라면 자기 자신조차 부정하는 실행력의 끝판왕이다. 실행력이 기획이고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우리 주변에는 숨어 있는 기획 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배운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는 시선과 안목.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집요한 실행력. 이것이 기획이 갖춰야 할 DNA이자,엄혹한 업의 현실을 극복하는 기초체력이다. 기획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