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고대에서 ‘의식주(衣食住)’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였습니다. 이렇게 과거에는 살아가기 위해 먹는 것, ‘식(食)’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식(食)의 의미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본인의 만족,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확장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잘 먹고 잘 사는 광고인 이야기’의 주제를 음식이 아니라 책으로 확장해 보고자 합니다.
독서란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저는 유별난 독서광은 아니지만, 나름 꾸준히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서에 있어서 제 단점이라면 다양한 분야를 접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장르만 판다는 게 문제겠지만요. 요즘 많이들 접하시는 경제지나 위로를 받기 위해 읽는 에세이 등 많은 장르가 있지만, 저는 시집과 소설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에 오늘은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과 맛있게 곱씹을 수 있는 구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01_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제주에서혼자살고술은약해요 #문학동네 #문학동네포에지 #문학동네시인선 #제주도여행 #표지색취저 #제목만보고골라보기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책은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입니다.
책 제목이 꽤나 재미있죠? 제목을 처음 본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아, 이거 완전 나를 위한 책이네.’ 민망하지만 이런 생각이 났는데요. 때마침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숙소에서 뒹굴 대면서 읽을 책을 고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수성과 시의성을 둘 다 건드린 이 책. 제목만큼이나 감명 깊게 읽은 시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제주에서 살면서 느낀 제주의 계절, 사람, 자연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주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노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주라는 공간, 내륙과는 달리 ‘섬’이라는 점을 잘 소구해서 고립되어 있는 화자의 외로움, 그리움 등 인간의 정서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감명 깊게 읽었던 시 한 편을 소개 합니다.
[노을 말고, 노을 같은 거]
“어떤 날은 노을이 밤새도록 / 계단을 오르내리죠 / 그 노을에 스친 술잔은 빛나기 시작하죠
그뿐이죠
그저 그뿐인 것에 시선이 가죠 / 술을 삼키거나 화를 삼킬 때마다 / 떴다가 지는 노을에요
그의 목에 있는 노을을 건드리고 싶지만 / 내가 사는 곳은 동쪽이라 / 손댈 수 없죠
술을 마시고 마셔도 내 목에는 / 노을 지지 않죠 / 시간만 가죠
밤이 뛰어오죠 /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죠
그는 노을과 함께 곧 이 섬을 떠나죠 / 그뿐이고 그러니 오늘뿐이고 / 모든 것들은 원래 다 그렇죠
봄날의 꽃처럼 / 한철 잠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올해는 오늘까지만 아름답다,
이렇게요” (*출처 : 책 일부 발췌)
저는 해당 시가 이 책의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이 제주에 혼자 있다는 점,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시인의 감정까지 도요. 이렇게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화자는 제주 동쪽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서쪽에 있는 누군가와 헤어짐을 기다리고 있구나.’ 그런 화자의 마음이 아무리 술을 마셔도 서쪽에 있는 사람, 혹은 노을, 시간을 잡으려 해도 잡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슬픔, 체념이 느껴지다가 마지막에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느낌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요, 이 시의 화자는 마지막에는 “그뿐이다”, “모든 것은 원래 그렇다”, “봄처럼 한철 잠깐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위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제주에서 친구들과의 여행도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개해 드린 시집 외에도 문학동네에서는 ‘문학동네 포에지’라는 테마로 시인들의 초기 시집을 발간합니다. 사내 도서실에도 꽤나 종류가 다양하니 그날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색깔, 제목만 보고 대여하시는 즐거움 추천드립니다!
02_ 시집: 네루다 시선
#네루다시선 #파블로네루다 #노벨문학상수상작가 #낭만시인 #송가 #사물에대한송가 #기본적인것들에바치는송가 #네루다의우편배달부 #영화일포스티노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시집 ‘네루다 시선’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로 평소에 다독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이름입니다. 제가 처음 파블로 네루다 시인의 책을 접하게 된 건, 강남 교보문고를 지나던 날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나가던 버스 안에서 강남 교보문고 현판에 크게 걸린 네루다 시의 한 구절을 보았습니다.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 꽃 피는 모든 것들 것들을 위해 건배.” 그날이 유독 날씨가 좋아서 였을까요? 아니면 제가 기분이 좋아서 였을까요? 그 한 구절만으로도 감사함이 물밀듯 밀려와서 구절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작가와 시집을 알게 되고 바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처음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네루다 시선은 시인이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여러 주제의 시집으로 묶어서 출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주제 중에는 시인의 고향인 칠레와 사회에 대한 ‘모두의 노래’, 만물들에 대한 예찬이 담긴 ‘기본적인 것들에 바치는 송가’, 소설 및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등이 있습니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시로 탄생한 것도 많지만, 제가 네루다 시선을 읽게 된 계기인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적인 송가 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중략)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 화사한 입술에 입 맞출 때 / 우리의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이요 / 우리의 입술은 또 다른 입술이다.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 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그저께를 위해 그리고 내일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꽃과 비를 위해 건배.
변하고, 태어나 성장하고, 소멸했다가 다시 입맞춤이 되는 것들을 위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과 땅 위의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우리의 삶이 사위어 가면 / 그땐 우리에게 뿌리만 남고 / 바람은 중오처럼 차겠지.
그땐 우리 껍데기를, 손톱을, 피를, 눈길을 바꾸자구나. 네가 내게 입 맞추면 난 밖으로 나가 / 거리에서 빛을 팔리라.
밤과 낮을 위해 / 그리고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출처 : 책 일부 발췌)
이 책은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이 살고 있는 배경이 칠레이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시대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시집으 ㄹ읽게 되는 건, 국경이나 시대를 초월해서 만물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담겨있는 시들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소개해 드린 시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하루에만 인간이 셀 수 없을 만큼 만물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이러한 자연이 섭리를 축?하고 건배하는 것입니다. 당시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시인은 삶이 주는 희로애락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네루다 시인은 만물에 대한 감사를 항상 '입맞춤'이라는 표현을 통해 특유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끔은 삶이 지루하고 반복적이라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허나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네루다 시집을 읽고 있으면, 평범한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 감사해지기도 합니다. 나의 일상, 소중한 누군가, 그리고 사소한 물건의 모든 삶에 소소한 건배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 외에도 파블로 네루다와의 실제 만남을 가지고, 소설로 만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도 유명한 문학으로 남아있습니다. 책을 접하는 게 어렵다면, 영화로 제작한 ‘일 포스티노(The Postman)’도 추천드립니다!
03_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꿈백화점 #2권까지발간 #베스트셀러 #2020올해의책 #판타지 #꿈에대한해석 #꿈백화점
이어서는 시집이 아닌 소설책도 한 권 말씀드릴까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들어 보셨고, 또 읽어 보셨을 책인데요, 바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마지막을 장식할 책으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 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무겁지 않고, 판타지지만 어렵지 않은 책으로 디즈니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시고 읽는다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내 ‘교보 전자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처음 일게 되었는데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주변 분들이 다들 추천해 주셔서 부담 없이 읽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꿈의 세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알고 보니 꿈은 우리가 잠이 들면 꿈 백화점에 찾아가 직접 꿈을 사고, 꾸게 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태 셀 수 없이 많은 꿈을 꾸었으면서도 이게 개꿈인지, 복권 당첨 꿈인지만 생각했지, 꿈을 가지고 소설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라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책의 내용은 자신에게 필요한 꿈을 사서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내용이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챕터 대부분이 감동적인 내용으로 끝나긴 합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4. 트라우마 환불 요청]
(중략)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이건 마음을 단단히 먹은 여러분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중략)
“그렇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네, 저희가 꿈을 파는 이유가 거기 있죠. 결국 모든 건 손님들에게 달린 거니까요. 제 말 맞죠?” (*출처 : 책 일부 발췌)
오늘의 독서 미식 탐방 어떠셨나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내내 재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동료분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식사며, 책이며 즐거운 미식 시간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다음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이어서 독서 미식 탐방 2탄을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양식을 쌓는 22년 봄이 되시길 바랍니다!